게임에 대한 자기결정권
게임에 대한 자기결정권
  • 승인 2021.09.16 20: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견숙 경북대학교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교육학 박사
게임 셧다운제가 폐지되었다. 심야시간대인 0시부터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은 인터넷 게임을 금지하는 게임 셧다운제. 2000년대 초 게임 과몰입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2011년부터 시행되었으니, 꼭 10년 만이다.

사실 이 제도는 학생들의 인권이나 자율성 침해 외에도 폐기의 여지가 상당히 많은 상태였다. 스타크래프트로 대변되던 그 당시 게임의 형태에서 지금은 너무 많은 것이 변한 까닭이다. 모바일 게임이 인터넷 게임만큼이나 큰 시장으로 성장한 한편, 1인 방송,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웹툰, SNS 등 다양한 매체가 생겼다. 코딩 등 학습을 위한 게임 형태도 많아졌다. 인터넷 게임만을 금지하는 게임 셧다운제 자체의 실효성을 검토하기에 이른 것이다. 한편 과거 게임을 즐겼던 세대가 부모세대가 되면서 게임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변한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 셧다운제 폐지의 대안으로 '게임시간 선택제'를 주요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은 본인이나 부모 등이 요청 시, 원하는 시간대로 게임 이용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는 거다. 게임 셧다운제가 게임 시간에 대한 강제성이 강하다면, 게임시간 선택제의 경우 게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문체부 산하 비영리법인인 게임문화재단이 일괄적으로 게임시간 선택제에 대한 신청을 맡는단다.

사실 게임이용자의 권리에 대한 인정은 학계에서도 꾸준히 논의되어 온 사안이다. 여러 학자들의 연구에서는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게임이용 시간 변화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거나 미흡한 효과를 줌을 밝히고 있으며, 법적으로도 타당성이 떨어지는 정책임을 지적하고 있다. 게임 셧다운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게임 관련협회 등이 아니더라도 각종 인권교육센터, 시민단체 등에서 청소년의 문화결정권과 부모의 교육권의 측면에서 게임 셧다운제가 이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법안임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부당하다고 이야기되고 있던 법안이 폐지되는 것으로 게임 결정권에 대한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는 않는다. 앞으로 추진될 선택적 셧다운제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이용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점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며, 학자의 연구에서도 선택적 셧다운제 역시 효과가 미비하다는 논의가 있다. 문체부에서 이야기하는 가정 내 자율적 선택권 부여 외에도 보호자나 교사의 인식 개선, 청소년의 소통역량 강화, 과몰입 청소년에 대한 일상 회복 지원, 다양한 여가활동 지원 등 다각도로 게임이용에 대한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실 이러한 정책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이어져온 정책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이 정말 게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갖출 수 있도록 고민이 필요하다.

한편 '게임을 활용한 교육'을 의미하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역시 최근 부상하고 있다. 우리 반 역시 코딩과 같이 게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분야에서부터 수학 문제 풀이, 국어 맞춤법 익히기 등 다양한 교과 활동에 이르기까지 게임 형태의 소프트웨어들을 종종 사용하고 있다. 그때마다 아이들의 흥미가 대단히 높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우리는 코로나 상황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이 아이들을 학습에 더욱 능동적으로 참여시키며, 메타버스 플랫폼 등 게임을 넘어선 가상의 환경들이 제한된 오프라인 활동의 폭을 넓혀주는 긍정성을 확인하였다. 게임에 대한 자발적이면서 건강한 사용을 고민하는 동시에 게임의 순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여하간 2022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게임이용장애가 정신적, 행동적, 신경발달 장애 영역에 속하게 되는 거다. 게임에 대한 통제력이 질병의 수준으로 진단된다면, 가장 큰 치료 대상자는 어쩌면 어린이와 청소년으로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교육은 좀 더 주목해야 한다. 애꿎은 아이들이 조기에 '병적인 환자'로 낙인찍히지 않도록 교육정책적 측면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주기를 바란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