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코로나] (6·끝) 심리방역의 중요성, 우울·불안이 일상이 된 사회…당신의 마음은 튼튼한가요
[세상을 바꾼 코로나] (6·끝) 심리방역의 중요성, 우울·불안이 일상이 된 사회…당신의 마음은 튼튼한가요
  • 조혁진
  • 승인 2021.09.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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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민 1천명에 물어보니
우울 점수 10점 만점에 7.2점
“자살 생각했다” 2.1%p 늘어 33%
성별·연령·직업별 스트레스 달라
계층별 맞춤형 지원정책 필요
치료보다 예방을
규칙적 생활과 건전한 유대관계
취미활동 통해 스트레스 배출 중요
신체 기능저하 장기화땐 상담 시급
쓰담스담프로그램
대구 서구정신건강복지센터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우울·무기력·정신적 피로를 느끼는 코로나19 대응인력을 위해 ‘쓰담스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서구정신건강복지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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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정신건강 자가검진’, ‘마성의 토닥토닥’, ‘마음 프로그램’ 등 다양한 마음건강 검진·관리 앱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1년 6개월 가량이 지났다. 바이러스 유입 초기 높은 전파력과 사회적 낙인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조성했다. 마땅한 백신도, 치료제도 알려지지 않은 전대미문의 바이러스에는 불안감을 느꼈다. 일상을 멈추고 인간관계의 단절을 불러온 사회적 거리두기에 우울함을 느끼기도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두려움과 불안은 서서히 줄어들었지만, 오랜 기간 이어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과 임계치에 다다른 경제적 어려움 등은 스트레스의 증가를 불렀다. 전문가들은 재난 상황에서 마음의 고통은 필연적이라고 말한다. 심리적 어려움을 미리 알아차리고 치유하기 위한 노력. 심리방역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코로나19 장기화, 우울·불안은 줄었지만…

대구정신건강복지센터는 지난해 6월 19~27일, 또 지난 2월 23일부터 3월 8일까지 만 19세 이상 대구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대구시민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집단은 각각 20대·30대·40대·50대·60대 이상 남녀로 구분했다.

조사 대상은 우울·불안 등 정신건강평가, 정신건강 상담·진료, 코로나19 이후 인식·생활 변화, 코로나19 관련 필요 서비스 등이다. 조사는 웹·모바일 조사와 고령자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자살에 대한 지표가 지난해에 비해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조사에 따르면 자살 생각을 한 번 이상 한 적 있는 사람의 비율이 33.0%로 전년(30.9%)보다 2.1% 늘어났다.

특히 30대 남성층의 자살 위험도가 높았다. 30대의 43.8%가 자살 생각을 해봤다고 응답한 가운데, 30대 남성층은 작년보다 11.2% 증가한 50.7%로 조사됐다. 30대 여성은 36.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20대의 수치는 39.1%로 기록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PTSD)를 호소한 사람의 비율도 늘었다. PTSD는 괴로운 사건 이후 불안·재현현상·우울 등을 겪는 증상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점수는 0~5점 사이로 측정한다. 0~1점은 정상수준. 2점 이상은 주의가 필요한 단계다. 3~5점은 위험군에 속한다. 이번 조사에서 대구 시민의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 점수는 1.6점으로 나왔다. 지난해 1.52보다 소폭 늘었다. 세부 지표는 더욱 나쁜 방향을 가리켰다.

정상·주의요망 단계 응답자가 57.3%, 12.6%로 지난해보다 2.4%p, 0.6%p 감소했다. 위험군은 30.1%로 3%p 증가했다. 대구시민 10명 중 3명은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셈이다.

두려움 지표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우울·불안 등은 감소하는 추세다. 질병 관련 정보와 마스크 수급 상황·의료 대응 체계의 안정화, 치료제 도입 등이 두려움과 불안 유지·감소로 이어졌다.

대구 시민의 우울 점수는 10점 만점에 7.2점으로 나타났다. 우울 위험군은 31.3%다. 전년보다 점수는 0.3점, 위험군은 0.9% 줄었다.

대부분 연령대에서 우울 지표가 감소한 가운데, 20대는 큰 증가폭을 그렸다. 20대의 우울 점수는 8.3으로 전년보다 0.4점 늘었다. 30대는 0.9점이 줄었음에도 8.5점을 기록해 가장 많은 우울감을 느끼는 연령층으로 조사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관계 단절, 얼어붙은 취업시장 등이 청년층 우울감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편 연령별로 요구하는 코로나19 관련 서비스가 다르다는 사실도 파악됐다. 20~30대는 고용서비스를, 40~50대는 감염병 정보제공을 가장 중요시했다. 60대 이상 연령층은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계층·연령·성별에 따른 맞춤형 지원에 대한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우울·불안·외상 후 스트레스·두려움 모든 분야에서 20·30대 여성층의 위험도 점수가 가장 높았다. 30대 남성은 분노·자살 위험군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종훈 대구정신건강센터장은 “연령·성별·직업 등에 따라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도 다르고, 스트레스를 수용하는 방법이나 내성, 예방·치료하는 방법 등 많은 부분이 다르다”며 “예산·인력 부분에서 현실적인 한계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이들에 대해 평가하기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다만 계층·성별·연령별로 분명한 차이가 있고 그에 맞는 지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건강한 취미 갖는 것 중요

정신건강을 지키는 데는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이종훈 대구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건전한 취미를 마련하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 마음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추천했다. 이 센터장은 “평소 건강할 때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해왔는지 떠올려 보라”며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일을 하고, 가족·지인과 유대관계를 잘 이루는 것, 건전한 취미활동을 하는 등 건강한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평상시엔 즐거움을 위한 취미가 어려운 상황에선 스트레스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쓰이기도 한다. 가족·지인과의 유대관계에서 고민을 털어놓고 대화를 나누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며 “반면 평소에 스트레스 배출구를 만들지 못했다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스트레스 배출구 마련은 정신건강 초기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이 센터장은 전했다.

만약 우울·불안 증세 등이 장기화되고 신체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면 즉시 전문가 상담을 받아야 한다.

이종훈 센터장은 “단순한 문제라면 주변인과의 노력, 기분전환을 위한 여행·만남 등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 만으로도 해결이 될 수 있다. 다만 여러 증상이 나빠지고, 신체 기능이 나빠져 일을 못할 수준이 된다면 반드시 전문가를 만나길 당부한다”고 했다.

그가 제시한 증상은 무기력증·불면증·식욕 저하·변비·기력 저하·능률 저하·자살에 대한 생각 빈도 증가·대인관계 감소 등이다. 이러한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스스로 극복이 불가능하다고 느껴진다면 전문가 상담이 권고된다.

상담은 코로나19에 의한 심리 문제에 있어 가장 확실한 해결책 중 하나다. 하지만 여전히 상담 채널에 대한 인지 부족, 정신과 진료에 대한 편견, 사회적 낙인에 대한 우려 등으로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종훈 센터장은 “정신적 문제는 누구나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과에 대해서는 벽을 느끼고 있다. 그 벽을 넘는게 가장 중요하다”며 “가족·지인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골든 타임을 놓친다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도움을 받아야할 시점에 받을 수 있도록 정신과에 대한 편견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대구정신건강복지센터 상임팀장 역시 “재난상황이 왔을 때 마음의 고통을 느끼는 것은 당연스러운 일이다. 이제 심적 고통을 미리 예방하고 치유하는 것을 심리 방역이라 말한다”며 “사람마다 스트레스 푸는 방식이 다른 만큼 치유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상담전화 등에선 누구나 익명 보장아래 불안감과 우울감을 털어놓을 수 있다”고 상담 참여를 독려했다.

조혁진기자 jhj1710@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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