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하초리마을] ‘문경새재 아리랑’ 보존 정신 이어가며 새 미래 그린다
[문경 하초리마을] ‘문경새재 아리랑’ 보존 정신 이어가며 새 미래 그린다
  • 배수경
  • 승인 2021.09.2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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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마지막 소리꾼 故 송영철
어디서나 새재아리랑만 노래
지역인들의 생활·정서 등 대변
1989년 문경교육청 통해 공개
정선·진도·밀양 ‘3대 아리랑’
일부 “문경새재가 원류” 주장
2014년 ‘새재 아리랑마을’ 선정
보존회 구성해 민요 보급 노력
2019년 문체부 ‘문화특화마을’
커뮤니티 공간 조성·연구 진행
 
장원급제의 꿈을 안고 선비들이 일부러 먼길을 돌아 찾아넘던 문경새재의 초입에 하초리가 있다. 마을 뒤편으로 문경의 진산인 주흘산(1108m)이 우뚝 서있는 하초리마을은 문경새재아리랑마을로 지정되어 그 뜻을 이어가고 있다.
장원급제의 꿈을 안고 선비들이 일부러 먼길을 돌아 찾아넘던 문경새재의 초입에 하초리가 있다. 마을 뒤편으로 문경의 진산인 주흘산(1108m)이 우뚝 서있는 하초리마을은 문경새재아리랑마을로 지정되어 그 뜻을 이어가고 있다.

 

2021경상북도 마을이야기,  문경 하초리 마을

어스름 한 저녁 무렵에 지친 선비 셋이 문경새재 초입 주막에 들어섰다. 주모가 반색을 하고 맞았다. “어디서 오는 길입니까. 과거보러 갑니까.” “전라도 강진에서 과거보러 가는 길이오. 여기까지 오는데 열흘 걸렸소.” 이들은 왜 강진에서 전주와 대전을 거쳐 가는 빠른 길을 두고 멀고 험한 문경새재를 넘으려고 하는 것이었을까. 여기에는 과거 급제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 담겨져 있다. 과거급제는 관직에 진출하는 첫 걸음이다. 또한 성공을 의미한다.

조선시대 과거의 첫 관문은 ‘사마시’로 3년에 한 번씩 있었다. 이때 생원과 진사를 각각 100명 씩 선발했다. 선발인원이 적은 만큼 경쟁도 치열했다. 이마저 급제자의 7할은 한양 출신들이 차지했다. 나머지 3할을 전국에서 나누는 셈이니 지방에서는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과거급제는 가문의 영광을 넘어 고을의 영광이었다. 선비들이 문경새재를 넘어 한양으로 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추풍령(김천-영동)을 넘으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죽령(영주-단양)은 죽처럼 쭉쭉 미끄러진다는 속설 때문이다. 반면에 문경새재를 넘으면 새처럼 날아오른다고 믿었다. 그래서일까 일부러 멀고 먼 길을 돌고 돌아서 험한 문경새재를 넘었다. 문경(聞慶)이란 지명과도 무관하지 않다. 문경은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는 고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제나저제나 하고 한양으로부터 문경새재를 넘어오는 장원급제 소식을 기다렸다.

장원급제의 경사스러운 소식을 가져올 문경새재 초입에 하초리가 있다. 예전에는 ‘푸실’로 불렸다. 1361년 2차 홍건족의 난을 피해 공민왕이 안동으로 피난길에 나섰을 때 충주를 거치고 문경새재를 넘어서 임시 행궁을 마련했다. 이때 마을에 나무는 없고 풀만 수북히 있는 곳이라고 하여 푸실로 불렸었다. 푸실은 곧 풀마을이다. 새재 초입에 대궐터가 남아 있다.

조선시대에는 초곡으로 불렸으나 1914년 행정구역 개편시 상초리와 하초리로 갈라졌다. 106가구에 22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마을 뒤편에 문경의 진산인 주흘산(1108m)이 우뚝 서있다.

 

문경마을이야기-입구간판
문경새재아리랑 표지석과 표지판.

하초리는 아리랑 마을이다. 2014년 ‘문경새재 아리랑마을’로 선정됐다. 한국문화원연합회가 공모한 ‘우리 마을 가꾸기 사업’에 응모해 선정된 것이다. 현재 부르고 있는 문경새재 아리랑을 정형화했고, 마지막 소리꾼이었던 고(故) 송영철(1917~2001, 이하 존칭생략) 선생의 고향마을을 문경새재 아리랑 마을로 가꾸고 아리랑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다.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아리랑은 우리민족의 한과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한 음악이란 평가를 받는다. 문경새재 아리랑의 느리고 애절한 가락 속에는 문경지역의 말과 문경사람들의 정서가 녹아 있다. 일상생활은 물론 노동과 관련된 생활감정까지 고스란히 녹아 있다. 문경새재 아리랑은 다른 아리랑과는 확연하게 구별되는 특별한 소리라고 한다. 정선아리랑과 닮았으면서도 느리고 애절한 것이 다르다. 학자들은 민속과 음악, 문학의 복합체라고 평가한다. 1989년 문경교육청이 송영철의 소리를 채보(곡조를 듣고 그것을 악보로 만드는 것)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정선아리랑과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을 우리나라 3대 아리랑으로 보고 있지만 아리랑이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하는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문경새재아리랑을 아리랑의 원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진도아리랑에 나오는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부분을 두고 ‘문전새재’로 가사를 바꿔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라도의 진도아리랑에 왜 경상도의 문경새재가 들어가느냐 하는 것이다. 실제로 진도군 임회면에 ‘문전새재’가 있는 것을 그 이유로 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최근에 문경새재 아리랑 음반과 가사지가 발견되면서 이 같은 논란은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마을 골목길에 세워놓은 안내판. 송영철 선생의 일생에 스토리가 인쇄되어 있다.
마을 골목길에 세워놓은 안내판. 송영철 선생의 일생에 얽힌 스토리가 인쇄되어 있다.
마을 골목길에 세워놓은 안내판, 송영철 선생의 일생과 문경새재아라랑에 얽힌 스토리가 인쇄되어 있다.
마을 골목길에 세워놓은 안내판, 송영철 선생의 일생과 문경새재아라랑에 얽힌 스토리가 인쇄되어 있다.

 

하초리에는 송영철과 아리랑을 알리기 위한 문경새재 아리랑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에는 ‘현재 문경새재 아리랑은 고 송영철 옹으로부터 비롯됐으니, 임이 부르신 구성진 가락은 겨레와 문경의 정서가 흠뻑 담겨져 있어 이를 기려 비(碑)를 세웠다’고 새겨져 있다. 그럼 마지막 소리꾼으로 불리는 송영철은 누구인가. 새재에서 태어나 평생 새재에서 살면서 새재아리랑을 부르다가 새재에 묻힌 소리꾼이었다. 1917년 하초리에서 태어났으며, 일제강점기에는 강제징용으로 북해도 탄광에서 강제노역을 당했다. 귀국 후 6.25전쟁이 터지자 지게부대로 불렸던 노무대에 동원돼 미군들의 탄약을 지게로 져다 날랐다. 북해도 탄광에서도 아리랑을 불렀고, 총탄이 쏟아지는 전쟁터에서도 아리랑을 불렀다. 모두가 넋을 잃고 들었고, 눈물을 흘렸다. 송영철은 소리를 체계적으로 배운 전문 소리꾼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힌 타고난 소리꾼이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노래를 잘 부르고 잘 놀아서 ‘송풍월’이란 별명으로 불렸다. 송영철은 그런 할아버지를 따라 다니면서 소리를 배웠다. 머리가 명석해 한번 들은 소리는 잊지 않았다.
하초리 마을 곳곳에서  문경새재아리랑과 소리꾼 고 송영철 옹에 관한 벽화들을 만날 수 있다.
하초리 마을 곳곳에서 문경새재아리랑과 소리꾼 고 송영철 옹에 관한 벽화들을 만날 수 있다.
하초리 마을 곳곳에서 문경새재아리랑에 대한 주민들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하초리 마을 곳곳에서 문경새재아리랑에 대한 주민들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문경새재 아리랑은 이렇게 시작된다. “문경아 새자아 물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나가네. 홍두깨 방망이는 팔자가 좋아, 큰 애기 손질로 놀아나네 (후략)” 마을에는 문경새재아리랑보존회가 구성되어 있다. 마을 주민들이 문경새재 아리랑을 전승하고 널리 보급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5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해 가창교육을 받고 매주 금요일 마을회관에 모여 연습을 한다. 2015년에는 경상북도에서 주최한 할매·할배 어울누리 문화한마당에 참가해 문경새재 아리랑을 도민들에게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문경마을이야기-가옥
하초리 마을회관, 전통기와집으로 지어졌고, 아리랑보존회의 연습실이기도 하다.

2019년 문화관광체육부로부터 ‘문화특화마을 조성사업 대상마을’로 선정되면서 아리랑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하고 문경새재 아리랑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보급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아리랑과 마을 특산물인 사과를 융합해 문화와 소득이 함께하는 마을로 만들어 나가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문경새재 아리랑을 영원히 보존하면서 새롭게 꽃피워 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규언기자·강현 수필가
 

<우리 마을은>

이병희이장
이병희 이장

 

"사과·아리랑 융합된 문화복지마을 조성"...이병희 이장

“우리 마을은 사과재배로 소득이 높은 마을이면서 문경새재 아리랑마을이란 문화적 자부심을 가진 곳”이라면서 “앞으로 문화와 복지가 함께하는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겠다.”고 하는 이병희(68) 이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이 이장은 구미시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을 하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2010년 귀향을 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사과나무를 심는 일이었다. 이 이장이 사과 과수원을 조성한 것에는 두 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하초리에서 처음 사과를 재배한 사람은 아버지였다. 1962년 처음 도입했을 때 주변에선 시큰둥했으나 10년간의 노력 끝에 재배 적지로 판정이 되고 소득도 높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마을 전체로 확산됐다. 이 이장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현재 6천 600㎡의 사과 과수원을 운영한다. 또 다른 이유는 소득 작목인 사과와 문화유산인 아리랑을 융합해 문화와 복지가 함께하는 마을을 만들고 싶었다.

2014년에 23명의 회원으로 아리랑보존회를 구성했다. 처음에 노인회를 중심으로 했으나 점차 부녀회와 청년회로 확대해 전 주민이 참여하는 단체로 만들었다. 2015년 주민들의 추천에 의하여 이장직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아리랑 보급에 나섰다. 매주 금요일 밤에 아리랑을 연습한다. 이 이장은 현재 아리랑보존회 회장직도 함께 수행하면서 마을 개발사업과 아리랑 보급에 힘을 기울인다. 2020년에는 문경아리랑제에 출전해 대상을 수상했다. 문화관광체육부에서 추진하는 ‘문화특화마을 조성사업 대상마을’로 선정되어 본격적으로 아리랑을 보급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앞으로는 송영철 선생 기념관을 건립해, 선생의 아리랑 정신을 기리고, 연습과 공연기능을 함께 갖춘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면서 “기념관이 만들어지면 하초리는 문경새재 아리랑이란 특화된 지역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가볼만한 곳> 

문경도자기박물관
문경도자기박물관

△문경도자기박물관...우리나라 도자 역사 '한눈에'

문경도자기는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던 생활도자기로 꾸밈이 없고 자연스럽다. 투박하지만 순수한 멋이 있다. 관요(官窯)의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이 배어 있다. 따라서 사발과 대접, 접시, 종지, 제기 등 생활도자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같은 문경도자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문경도자기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전시실과 전통 도자기체험장, 전통 망댕이가마, 16세기 백자공방(복원전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1전시실은 유물전시관으로 고려청자에서부터 조선의 분청사기와 백자까지 우리의 도자기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제 2전시실은 외국인 작가의 작품과 전통 찻사발 공모전 수상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문경 찻사발축제에 참여한 외국 작가의 작품을 기증받아 전시하고 있다.

제 3전시실은 명장을 위한 공간이다. 문경을 대표하는 도예명장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40인 명장들의 작품에는 작가 개개인의 기량과 문경 도자기의 역사와 전통이 녹아 있다.

야외에는 우리의 전통 가마인 망댕이가마가 설치되어 있다. 망댕이가마는 요리칸에서부터 끝목칸까지 여섯 개의 칸이 조금씩 칸이 커지면서 15도 각도로 경사지게 설치된 가마다. 전통 도자기 체험장도 있다. 도자기를 만들고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체험이다. 체험장에서 만든 작품은 전통 망댕이가마에서 소나무 장작불로 굽는다. 완성된 작품은 택배로 배송한다. 바로 옆에 있는 문경 도자기 홍보판매장에서는 유명작가의 작품을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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