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이젠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 승인 2021.10.0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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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1원이라도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면 후보직과 공직 다 사퇴하겠다”라고 한 이재명 지사의 말을 일단 믿으려 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여러 구설도 많았지만 보무도 당당히 유력 대선 후보자로 여론조사에서 거의 선두를 고수하고 있다. 뚝심도 있다. 당 내 상대 후보가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는데도 지사직을 유지하면서 오직 대통령을 향한 길을 가고 있다.

화천대유, 천화동인, 성남의 뜰로 가 보자. 생소한 이름에 정서적 분위기까지 도는 별천지다. 사건이 워낙 복잡하여 이해가 쉽지 않지만 개괄적으로 보면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재직 시에 산하 지방공기업인 성남도시개발공사를 통하여 도시개발사업을 할 때 민간업체인 화천대유에 특별 하청을 준 내용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겠다.

공기업은 공익을 위한 기업이다. 국가공기업도 많고 지방자치체 실시 후 지방공기업도 부쩍 늘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공기업이 말로는 공익을 앞 세우지만 실상은 돈벌이하는 기업으로 변형되고 있는 정황을 많이 본다. 국가공기업인 LH가 하는 일을 봐도 알 수 있다. 황무지와 같은 땅을 싸게 구입하여 길 내고 전기, 가스 들어오게 해 놓고 땅값을 몇 배로 남기고 주택사업도 하면서 국민들에게 정부가 하는 사업이라고 PR하고 공신력을 빌미로 돈 버는 사업을 버젓이 하고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규모가 크지 않은 화천대유에 도시개발권을 줘 놓고 벌인 일들이 정치적·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대장동 사업은 내가 설계한 것”이라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 개발사업을 통하여 성남시가 5천500억원의 이익을 가져왔다면서 자기 업적이라고 자랑도 한다. 그가 말한 설계가 무엇인가. 지방행정가로서 말하는 설계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아갈 방침, 즉 지방정책의 바탕을 짜는 것이다. 이 지사가 설계했다는 말은 대장동 개발사업의 전반적 행정계획을 세웠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이 지사는 화천대유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갑자기 집값이 오르는 탓에 화천대유가 큰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하면서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로 얼버무린다. 행정설계는 미래를 예측하면서 각종 정보를 동원하여 목표의 최상에 접근코자 하는 것이다. 설계에서 1천배가 넘는 수익을 보장해 주는 규정은 물론 없었겠지만 집값이 올라서 저들이 부자가 되었다는 것은 행정설계자가 할 말이 못 된다.

언론보도를 보면 화천대유에서 큰 뭉칫돈이 정치계, 법조계 등 사회 유력층에게 흘러 들어간 정황이 있다고 한다. 깊은 내용을 모르는 국민들은 여야의 입씨름을 듣고 보면서 말은 없지만 유추하고 있다. “화천대유는 누구 것인가?”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분명 임자는 있을 것이다. 이 지사는 화천대유와 자기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그가 성남시장 때 설계한 작품이므로 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이 사건을 검찰, 경찰이 수사·조사하고 있지만 이 지사와 경쟁 관계인 야당 대선 후보를 낸 정당에서는 수사 자체가 잘되지 않을 것을 걱정하면서 특검과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검찰과 경찰조사를 믿지 않으려고 한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이유에서다.

화천대유 사건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0% 이상이 특검·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여당은 야당이 사건의 시간 끌기를 위해 특검을 주장한다면서 검찰·경찰 수사에 맡기자는 입장이다. 이런 와중에서 여당과 야당, 대선 후보자들은 증거 확정도 없이 거친 말싸움을 하고 있다. 화천대유 사건을 두고 여당은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하고 야당은 ‘이재명 게이트’라고 주장한다.

국민들은 화천대유 사건의 진상을 알고 싶어 한다. 검찰과 경찰이 신중하고 객관적으로 일련의 사건을 처리해 줄 것인가 의구심을 갖는 국민들도 있는 것 같다. 자고 나면 또 다른 뉴스 기사가 나오고 여당과 야당은 서로 상대를 공박하고 있어 국민들은 판단력을 상실·혼란에 빠지고 있다. 이제는 대통령이 말해야 한다. 대선주자들의 일, 여야 간의 정치적 일로 치부하면서 정치적 거리를 두고자 하는 생각이 있겠지만 나라의 어수선함을 해결해야 할 사람은 대통령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시인한 바 있다. 화천대유 사건은 부동산 정책이 빚은 부산물이다. 대통령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도록 수사당국에 명령해야 한다. “철저히 조사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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