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태 경영칼럼] 다양한 시각과 다기준 의사결정
[배종태 경영칼럼] 다양한 시각과 다기준 의사결정
  • 승인 2021.10.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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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전 중소기업학회장
기업에서의 의사결정은 늘 어렵다. 경영자는 매일 크고 작은 의사결정을 하게 되고, 그 결과는 기업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정부의 정책결정은 더 어렵다. 정책의 영향을 받는 더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고, 정치·경제적 또는 사회·정서적 고려사항도 많기 때문이다.

기업과 정부의 의사결정은 점차 더 복잡하고 어려워질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의 발생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나 방식의 등장, 지구환경 변화, 달라진 사회적 요구, 새로운 국제질서의 도래 등 당면한 환경이 빠르게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정책은 환경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뒤늦은 대책을 내놓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사업을 하려고 할 때 기존 법규 등에 규정된 것이 없어서 인·허가나 사업 운영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래서 이제는 법에서 ‘하지 말라’고 정해진 것만 아니면, 신제품이나 신기술의 시장 출시를 먼저 허용한 후 필요하면 사후에 규제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강력하게 제기되어 왔고 또 호응을 얻고 있다.

의사결정자들은 다양한 시각을 가져야 하고, 더 많은 지식과 경험, 그리고 주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멘토나 전문가 그룹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새로운 정보를 빨리 취득해서 이를 이해하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적응능력과 필요한 도구들을 잘 다룰 줄 아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 다양한 시각, 다기준 의사결정

의사결정을 해야 할 문제들이 불확실성이 크고, 복잡하고 고려해야 할 요소들도 많기 때문에 의사결정자들은 다양한 시각으로 의사결정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 지 살펴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시각이 결여된 자신만의 주관적 관점으로 이루어진 의사결정은 비록 동기나 취지는 좋았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엉뚱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았음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의사결정을 할 때는, 의사결정자가 ‘어디에 서 있는가’ 그리고 ‘어디를 바라보는가’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의사결정자가 서 있는 곳은 ‘시각과 관점’을 말한다. 어떤 프리즘을 통해 현상을 보는가 하는 것도 의사결정자의 시각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의사결정자 또는 정책결정자는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가져야 한다.

의사결정자가 ‘어디를 바라보는가’ 하는 것은 그의 ‘시야와 기준’과 관련된다. 의사결정이 단기적?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누구에게 어떤 예상했던 또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영향을 얼마나 줄 수 있는 지 잘 살펴야 하고, 이러한 의사결정은 여러 판단 기준에 의한 ‘다기준 의사결정’(multiple-criteria decision making)이 되어야 한다.

의사결정과정에서 최선의 대안을 선정하기 위해 어느 하나의 기준이 아닌 여러 기준이 고려되어야 하는 경우를 보통 다기준 의사결정(MCDM)이라고 한다. 아울러 불학실성 하에서의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시나리오 기법 등 다양한 의사결정 기법들도 많이 나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이 과학적 사실이나 근거, 자료를 기반으로(evidence-based)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의 중요한 정책이 객관적 사실이나 검증된 이론과 지식을 거슬러서 결정되어서는 안된다.



◇ 플랫폼 기업 규제

최근 카카오를 둘러싸고 플랫폼 기업 규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치가 큰 기업들은 거의 플랫폼 기업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진작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논의되었어야 했는데 너무 늦었다는 시각도 있고, 무분별한 플랫폼 때리기는 플랫폼 기업의 속성과 역할,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순기능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었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플랫폼 사업자는 외형상으로 보면 제품 및 서비스의 생산자와 고객을 만나게 하는 장(場)을 제공하는 기능을 하고, 내용상으로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가치를 창출해주는 역할을 한다. 플랫폼 기업들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 등의 기술과 인력을 대가를 지불하고 투자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외형상으로는 성장방식이 기존 재벌과 유사해 보이나 세부 내용을 보면 다른 점이 많다.

플랫폼 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이익을 본 이해관계자도 있고, 피해를 보게 된 그룹도 있다. 이러한 사회적 이슈가 된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이나 정책결정을 내릴 때, 우선 선과 악의 개념이 아니라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분리하여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구분하고, 다양한 시각에 의해, 다기준 의사결정 방식으로, 객관적 자료나 근거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 자칫 플랫폼 기업에 대한 지나친 비난과 과도한 규제가 젊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꿈을 꺾을 수도 있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함께 가야 하고, 사회에 가치를 창출하고 배분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누구나 알지만 그 강도와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이제 관성을 버리고, 열린 시각으로 기업과 사회를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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