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마케팅은 소통이다
[박명호 경영칼럼] 마케팅은 소통이다
  • 승인 2021.10.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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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경축일 연휴에 고향을 찾은 이들이 많았다. 추석 명절에 시행된 방역지침을 따르느라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해서다. 개천절 연휴에는 전국의 고속도로가 매우 혼잡하여 많은 차량들이 거북이걸음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가족들이 모여 서로를 마주보며 정담을 나누는 일은 어떤 수고로움보다도 소중하다. AI시대라고는 하지만 SNS로는 진정한 소통이 어렵다. 가슴 속 간절한 이야기는 만남을 통해서만 전해진다.

만남은 오감이 총동원되는 최고의 소통방식이다. 문화와 생활방식이 상대방과 공유될 때 소통의 효과는 최고조에 이른다. 동향인(同鄕人)이 공유하는 언어와 몸짓은 서로의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이해하는 소통의 근원이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지적한대로 그들은 공통의 문화를 지닌 ‘고맥락사회’에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고장 출신의 상희구 시인이 그의 열 번째 시집 ‘팔공산’을 보내왔다. 대구와 주변의 서정을 비롯한 인문지리를 경상도 사투리로 썼다. 이미 출간한 아홉 권과 함께 ‘대구시지(大邱詩誌)’제10집 완결편이다. 실로 20여년에 걸친 대장정의 마침표다. ‘하빠리’라는 제목의 짧은 시다.

“동네 아이들이 까꾸잡기를 하는데/ 주묵깨나 씨는 덕구란 늠이 정리를 한다/ 야야 야들아, 일로 다 모이라/ 너거들은 일로 모이고/ 하빠리들은 절로 모이고”

이 시는 경상도 사람들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설령 표준말로 해설해 놓더라도 외지인들은 사투리 시에 공감하기 어렵다.

기업에서도 고객과의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핵심고객을 창출하고 그들의 요구에 잘 대응하여 적절히 소통하는 것이 마케팅부서의 가장 중요한 미션이다. 핵심고객은 기업의 적극적 옹호자인 동시에 생산과 마케팅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통에 문제가 생기면 이들은 악성 입소문을 내거나 불매운동에 앞장서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핵심고객들과의 소통이 마케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이들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고, 또 요구 사항들을 세심하게 살펴서 응대해야 한다.

세상에는 이야깃거리가 너무 많고, 관점 또한 다양하며, 설명할 것도 산더미 같다. 최적의 소통 전략이 더욱 절실해지는 이유다. ‘마케터는 잘못이 없다’에서 이동훈과 김세환은 최고의 소통을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가치를 담아야 한다. 고객들은 기업의 신념과 가치에 매료되기 때문이다. 둘째, 진정성을 통해 조직의 자신감을 보여줄 수 있는 소통이어야 한다. 상대방에게 확신을 주는 동력은 진정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셋째, 소통에서 드러내는 가치와 신념은 조직구성원들이 옹호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들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인플루언서이면서 동시에 옹호자이기 때문이다.

소통의 영어 표현인 커뮤니케이션은 커뮨(commune)에서 나왔다. ‘친하게 사귄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상대방과의 심리적 장벽을 없애고 공감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이 고객과 ‘본질적 가치’를 공유하려는 마케팅 본연의 사명을 망각하고 그저 ‘친하게만 지내는 것’은 소통과 무관한 일이다. 이렇듯 소통의 본질은 정체성의 확인이다. 따라서 기업은 정체성의 요점과 핵심을 잘 잡아서 진정성 있게 소통해야 한다.

이제 기업의 소통 노력은 더 이상 마케팅부서만의 일이 아니다. 요즘 들어 기업의 CEO들은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 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당연히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그들의 입을 주시한다. CEO들이 모두가 멋지고 훌륭한 말들로 소통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는 홍보책임자들의 넋을 빼앗는 매우 위험하고 부정적 충격을 주는 발언도 나온다. 그들은 “정말이지, 당장 달려가서 스마트폰을 뺏어버리고 싶었다”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CEO의 소통은 경영의 중요한 요소다. 그들의 소통 능력이 사업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구성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임팩트를 주는 것만은 확실하다. 따라서 CEO는 분명하고 설득력 있게 소통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CEO 자신이다. 최고의 소통 전문가로 평가받는 CEO들은 본인 스스로가 최고의 소통 플랫폼 역할을 한다. CEO는 말이 아니라 ‘자신의 삶’으로 소통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정보 과잉의 시대에는 무엇도 관심 있게 듣거나 보려고 하지 않는다. 더구나 진실과 가짜 진실, 즉 거짓을 구별하기도 매우 어렵다. 불행하게도 불통과 불신이 만연하다. 그래서인가. 지금 대선 정국에서는 헛말은 물론이고 거친 비방과 막말과 욕설까지도 난무한다. 하지만 국가를 경영하려면 최소한 ‘소통의 기본’은 갖추어야 한다.

영국의 철학자 버나드 윌리엄스가 밝혔던 ‘진실’의 핵심 미덕인 진정성과 정확성은 ‘소통의 기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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