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작고예술인 재조명 시리즈-베이스 故 김정웅
[문화칼럼] 작고예술인 재조명 시리즈-베이스 故 김정웅
  • 승인 2021.10.1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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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장


지금도 그러하지만 대구에는 뛰어난 성악가가 많았다고들 한다. 과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 성악가 다수가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거나 거쳐 갔다. 이들의 지도아래 젊은 성악가들 또한 계속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의 스타 오페라 가수라고 할 수 있는 테너 김금환을 비롯한 1세대 성악가들의 헌신으로 말미암아 오페라의 도시 대구의 토대를 만들 수 있었다.

7~80년대 그리고 90년대까지가 어떤 면에서는 대구 성악계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최정상의 몇몇 교수님들은 평소 우리가 생각하던 어떤 한계를 훨씬 넘어선 분들이었다. 그들의 소리는 아슬아슬한 것이 아니라 거침없이 쏟아내는 것이어서 우리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분들의 공연이 있으면 서울도 마다하지 않고 다들 가서 즐겼다. 그리고 삼삼오오 모여 공연에 대한 얘기로 그때의 흥분을 되새기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행복하고 꿈같은 시절이었다.

대구오페라 운동의 양대 산맥은 대구오페라단과 영남오페라단이라 할 수 있다. 바리톤 이점희, 테너 김금환 이 두 분이 주도적으로 대구오페라의 문을 열었다. 나는 김금환 선생님의 제자라는 이유로 선생님의 오페라 운동에 작게나마 함께하게 되었다. 지금 잣대로 보면 참으로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그 열정은 너무나 뜨거웠다. 현실과 이상사이에서 괴로워하기도 하셨지만 그래도 인정할 것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어려운 길을 거침없이 헤쳐 나가셨다. 이러한 역사를 바탕으로 오늘 날 오페라도시 대구가 형성된 것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대구 성악계의 역사 속에 고요하지만 큰 울림을 준분이 계신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성악가로서 또한 교육자로서 묵묵히, 세파에 휩쓸리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몫을 감당하신 분이다. 훌륭한 베이스로서 많은 무대를 통하여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 경북대학교 고 김정웅 교수님이다. 우리는 이분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70~90년대 각 방송국에서 앞 다투어 하던‘가곡의 밤’은 참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고 김정웅 교수님은 이런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던 성악가 중 한 분 이었다. 특히 선생님의 서정적이면서도 짙은 감성어린 음악은 오랫동안 모두에게 인상깊이 남아 있다.

고 김정웅 교수님은 교육자로서도 큰 업적을 남겼다. 대구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세계무대에서도 당당히 자리매김하는 제자들을 다수 키워냈다. 나도 선생님과 짧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 유학 가기 전 당시 시립합창단원 이었던 나는 음악에 대한 고민이 참 많았다. 생각 끝에 선생님을 찾아뵙고 여러 가지 조언을 구하게 되었다. 별다른 인연도 없던 나의 노래를 유심히 듣고, 참으로 따뜻하면서도 명쾌하게 해결 방안을 제시해 주셨다. 선생님의 이런 점이 젊은 성악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여건상 자주 뵙기 힘들었지만 오가는 길에 마주치기라도 하면 언제나 따뜻한 미소로 반겨주셨다. 나는 선생님과 짧은 인연으로 그쳤지만 그의 인간적이면서도 해법을 제시해주는 지도를 받는 제자들이 못내 부러웠다.

오페라의 도시 대구의 속이 비지 않게 꼭꼭 채워나가며, 자리매김을 제대로 하는 지역의 성악가들이 많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특히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이가 많다는 것은 큰 자랑거리다. 그 중 다수가 고 김정웅 교수님의 제자라는 사실은 그분의 교육자로서의 업적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그들 중 몇몇은 유학 가기 전에 이미 상당한 반열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선생님의 가르침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호흡과 발성을 원하는 것이었다. 즉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세월이 지나도 선생님의 가르침은 빛을 잃지 않는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는 ‘작고예술인 재조명 시리즈’를 계속하고 있다. 사실 지역 예술의 역사는 쉽게 가늠키 어려울 만큼 그 뿌리가 깊다. 따라서 이런 시리즈를 할 때 대단히 조심스럽다. 재조명해야 할 역사가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결국 긴 호흡으로 해나갈 도리밖에 없다. 이번에는 베이스 고 김정웅 교수님을 기리고자 한다. 왜냐하면 훌륭한 성악가였지만 그보다는 교수로서 제자사랑이 각별했던 선생님의 업적이 오늘날 더 큰 귀감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선생님의 제자들로 인해 베이스 김정웅의 예술혼은 사라지지 않고 면면히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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