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개한 해바라기, 무엇이 보이나요…갤러리나무, 서미란 개인전
만개한 해바라기, 무엇이 보이나요…갤러리나무, 서미란 개인전
  • 황인옥
  • 승인 2021.10.13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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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흩날리는 듯한 꽃잎들
주변의 영향 받는 인간 보여줘
희로애락 가득한 인생 화폭에
최종-서미란작-한바탕웃음으로
서미란 작 ‘한바탕 웃음으로’

활짝 핀 해바라기가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세상을 응시하고 있다. 온 세상을 포용할 듯한 온화한 표정과 넉넉한 형상에서 바위같은 단단함이 묻어난다. 작고 여린 해바라기가 대형 해바라기에 살포시 몸을 기댄다. 흡사 엄마 품 속을 파고드는 어린아이 같다. 작품의 제목은 ‘위로’.

작가는 활짝 핀 해바라기를 “친정 엄마”에 빗댔다. “힘들 때마다 품어주고, 지켜봐주고, 위로해 주는 친정엄마 같은 존재의 귀중함이 절실해졌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런 존재를 갈망할 것이라고 믿고, 해바라기를 친정엄마 같은 든든한 존재로 그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무리지은 여섯 송이의 해바라기를 표현한 작품 ‘한바탕 웃음으로’에서는 가족사진이 겹쳐진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모습에서 가족의 견고한 믿음을 발견한다. “꽃만 보지 말고 꽃잎 사이로 흐르는 바람결도 보아 달라”는 작가의 주문을 듣고 다시 보니 꽃잎의 모양새에서 미세한 흔들림이 포착된다.

작가는 “바람은 시련일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의 사랑일 수도 있다”고 했다. “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지만 나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런 주변의 상황들을 바람에 은유했다.”

밝은색으로 채색된 배경 위에 생명의 기운으로 표현한 해바라기와 달리, 백합을 그림 작품 ‘응시’에는 어두운 기운들이 가득하다. 건강 문제로 시련을 겪을 때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몸이 아프고 죽음에 가까이 다가 갔다고 생각하니 외롭고 힘들었다. 그때 스스로를 힘들게 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고 회상하며 “그때의 감정상태가 백합으로 표현됐다”고 했다.

해바라기와 백합 등의 꽃을 표현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한마디로 ‘자화상’이라고 풀이했다. 삶의 여정에서 순간순간 맞닥뜨리는 사건이나 상황들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해바라기나 백합에 이입하여 표현한 것이라는 의미였다. 꽃을 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작가의 내면을 은유한 이유는 꽃이 가진 생명력에 있다.

“인생이란 결과적으로 덧없기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인생은 순간이 모여 만들어진다. 그 순간들을 그림이라는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라고 본다면 내 그림은 꽃에 은유한 자화상이라고 볼 수 있다.”

작품마다 분명한 서사가 존재한다. 명징한 주제가 있고, 주제를 설명하는 서사가 존재한다. 문학으로 비유하면 세밀한 설명이나 친절한 속삭임의 형식을 취하는 소설이나 수필보다 시에 가깝다. 간결하고 절제된 서사들이 시의 구성과 닮아 있다. 시와 그림의 조우는 작가의 특별한 이력과 관련이 깊다. 그는 그림을 그리고 시를 짓는 작가이자 시인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문학에 심취하여 시를 썼다”는 그는 “최근에 시인으로의 등단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내게 시와 그림은 표현방법만 다르지 본질은 같다. 시가 그림이 되고 그림이 시가 된다.”

검정색 배경에 해바라기를 표현한 최신작의 제목은 ‘해바라기’다. 작가는 ‘탄생’이라는 부제를 붙였지만 전시장에는 부제를 뺐다. 관람객에게 감상의 폭을 제한할 수 있겠다 싶어 부제를 배제했다. 작품 ‘해바라기’에서는 작가의 한 차원 높아진 자아가 반영되어 있다. 자신의 감정 상태에 집중하던 이전의 태도에서 벗어나 ‘우주’나 ‘본질’에 대한 탐구로 주제를 확장했다. “검정은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우주를 표현한 것”이다.

“검정은 수많은 색을 섞어야 나온다. 우리 인생도 블랙과 다르지 않다. 그리움, 사랑, 미움, 원망이 다 섞여야 인생이 된다. 새로운 탄생은 섞일 때 가능해 진다.”

서미란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그림은 위로다’전은 17일까지 갤러리 나무(대구아트파크 3층)에서.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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