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꽃
민들레 꽃
  • 승인 2021.10.1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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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언

높은 담벽 아래 양지바른 곳에

어느새 민들레꽃 세 송이

얼어붙은 땅 사나운 눈바람 치던 그 자리

가냘픈 줄기에 피어난 노란 꽃잎들

너는 봄을 알리는 전령인가.

이른 아침 창문을 열면

아직도 너는 잠에 빠져 있지만

햇살과 함께 진종일 방긋방긋 웃다가

저녁이면 스르르 자취조차 감추니

너는 감옥 풀밭에 사는 봄의 요정인가.

이제야 깨달았노라

네게 그렇게 무심했던 것을

꽃이라 생각지도 않았던 것을

솜털 되어 떠도는 네 영혼을 귀찮게 조차 여겼던 것을.

작지만 언제나 태양을 향한 너의 이상

물러서 쉴 줄도 아는 너의 그 멋

최후까지 너의 혼을 심으려는 그 끈질긴 의지

황량한 들판에도 태연히 피는 노란 민들레

너는 이제 따스한 위안을 주는 나의 친구

꿈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나의 길잡이.

◇박철언= 1942년 경북성주産. 서울법대졸, 변호사, 법학박사,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제3회 순수문학 신인문학상수상(95년),영랑문학상대상, 제20회 김소월문학상(18년)수상. 시집『작은 등불 하나』,『따뜻한 동행을 위한 기도』,『바람이 잠들면 말하리라』,『산다는 것은 한줄기 바람이다』발간.

<해설> 작게는 연애편지에서 시작하여 대중가요부터 동시와 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연을 토해내고 뭇 문학인들의 소재가 되어 온 민들레를 시인도 노래하였다. 시를 읽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다양하게 한 가지 소재에 대하여 노래 할 수 있을까에 대하여도 감탄하면서 시인의 민들레에 대한 감상을 보면서 그의 내면도 함께 볼 수 있었다. 또한 시인의 끈기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자세가 강하게 보이는 민들레를 읽고 그의 생각을 어찌 닮지 않을 수 있을까 싶다. 하늘하늘 바람에 몸을 맡기며 긍정의 씨앗을 전파하는 민들레처럼 그의 시가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정소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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