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지나고
보름이 오기도 전에
바람은 아직 찬데
엄마는 오늘도 보리밭을 맨다.
형은 동생을 엎고 와 아까부터
엄마? 엄마?해도
들리지 않는지 보지도 않다가
엄마가 흙손을 툭툭 털며
봄 다 가야 끝날 터인데
이놈의 보리밭 몸서리가 난다
봄아, 봄아 빨리 좀 가라
해는 길어도 먹을 건 없고
참꽃 따 먹고 찔레 꺾어 먹고
물배 채워 젖 물리는 엄마 마음
봄 너는 다 봤겠지
봄 너는 알고 있겠지.
◇안영선=『아동문학평론』『문학공간』『농민문학』신인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원, 교원문학상, 공무원 문예대전 최우수상, 해양문학상 받음, 독도사랑상 받음(동북아역사 재단), 동시집: 잠시를 못 참고, 독도야 우리가 지켜 줄게, 독도는 우리가 지키고 있어요, 대신맨, 다 함께 돌자 대구 한 바퀴 등.
<해설> 재미로, 향수로 따 먹어본 내 머릿속의 찔레순과 참꽃의 입장이 달라지는 순간이다. 이런 시를 읽으면 나는 경험도 없으면서 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지. 행간에 밀어 넣은 시인의 경험과 감성은 이렇게 순간적으로 경험치를 바꿔버린다. 시인의 경험과 독자의 경험이 합쳐지면 더 큰 감상으로 가슴에 남을 것이다. 시인이 쓴 봄 속에 놓인 그동안의 어머니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안해 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정소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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