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깔 쓴 복숭아는 창백한 얼굴이어도 값은 비싸다. 기미와 주근깨 내려앉은 복숭아는 맛은 좋으나 헐값이다
중앙대로 횡단보도를 마주 걸어오는 사람들 웃는 얼굴과 붉힌 얼굴에도 값이 매겨질까. 횟집 수족관 물고기는 자연산보다 양식이 수명이 더 길다는데, 몸값 좀 올려보려는 나는 어느 기준에 맞추어야 할까
갈등의 얼굴은 좌와 우가 달라서 바라보는 그대 눈빛의 각도에 따라 내 화장법도 달라져야 할 것
치명적 선택 앞에서 기준을 갖지 못한 나는, 오늘도 카멜레온이 된다
◇김정아 = 경북 상주 출생. 형상시학회, 대구시인협회, 문장작가회 회원. 시집 :『채널의 입술』
<해설>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되는 시 속의 화자는 결국 보편타당적인 인간을 저렇게 만들어 낸다. 더 보편적이고 타당한 것은 마지막 연에서 공감백배를 이끌어 낸다. 탈코르셋을 외치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또한 나름의 카멜레온이 되어 입장을 달리하는 사물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단지 시를 읽고 난 뒤의 리액션은 여전히 보편타당적인 인간의 행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인은 참 예리한 눈으로 정곡을 찔렀다.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