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의 역습, 그린플레이션이 오고 있다
친환경의 역습, 그린플레이션이 오고 있다
  • 승인 2021.10.1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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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 이학박사 전 대구시의원
물가가 어느 한구석 빠짐없이 오르고 있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지금처럼 뼈저리게 와닿은 적도 없는 것 같다. 오만원으로는 장을 볼 수 없다는 주부들의 이야기는 옛말이다. 지금은 십만원으로도 장바구니가 가볍다. 계란은 금란이 된지 오래고 우유, 라면, 쌀 등 안 오른 것이 없다. 그런데 이제 시작이라는, 본격적인 물가상승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녹색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드는 비용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지금의 상승은 상승도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들어 국내 각 경제부처 수장들이 ‘퍼펙트 스톰, 회색코뿔소’를 거론하며 국내 경제위기론을 시사하고 있다. 장기화 된 코로나19로 세계 무역이 위축되고 원자재가 부족하고 물가상승, 가계부채 상승, 금리인상 등으로 경제적 약자에게 더 고충이 밀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경제이슈 가운도 매번 언급되는 것이 친환경, 탈탄소,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그린플레이션이다. 그린플레이션의 어원은 인플레이션으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물가는 오르는 현상을 가리키는 경제용어이며 스태그플레이션이나 애그플레이션처럼 여기서 파생된 여러 신조어들이 있는데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과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그린플레이션도 그런 사례다. 전 세계가 탈탄소와 신재생 발전 가속페달을 밟고 있지만, 각종 원자재 가격은 물론 화석연료 가격조차 폭등하고 있다. 석탄발전을 대폭 줄이고 풍력을 늘렸던 유럽국들이 최근 맞은 에너지 위기가 그 방증이다. 근래 바람 세기가 줄어 풍력발전량이 급감하자 발전용 천연가스의 가격이 치솟고 있으며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280%나 폭등했다. 또 태양광, 풍력, 수소연료 설비들과 전기차를 만드는 필수 원자재인 구리와 알루미늄 등의 금속 가격 역시 칠레와 페루를 비롯한 주 생산국가들의 환경규제정책으로 계속 오르고 있다.

결국 탄소를 줄이려는 정책은 그린플레이션이라는 엄청난 역습도 동반되었다. 태양광·풍력 등이 에너지보존의 법칙이란 물리학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 이들 신재생에너지원이 기술적 벽에 부딪혀 가성비가 떨어지면서 빚어진 진퇴양난이다. 현재 화력발전 의존도가 73%인 중국도 탄소중립 깃발을 들었다가 최근 최악의 전력난을 맞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은 여전히 철광석과 철강 같은 원자재를 과잉 생산하고 이를 해외 시장에 내보냈다. 이제 베이징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각종 원자재 생산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알루미늄의 거의 60%가 중국에서 생산되는데 중국은 탄소 발자국 때문에 최근 새로운 제련을 제한하였다. 생산하기 가장 더러운 광물 중 하나로 간주되는 알루미늄은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청정 에너지 기술에 사용되고 특히 태양광 발전 구성 요소의 85%를 차지하는 태양광에 사용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탄소중립의 역습은 우리나나라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는 문재인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해 “실현가능성을 숙고한 흔적이 없는 비과학적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이루려면 태양광·풍력으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할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에만 최대 1284조원이란 천문학적 예산이 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ESS의 본체인 리튬이온배터리는 탄소(흑연 음극) 덩어리란 게 함정이다. 배터리를 만들면서 막대한 탄소를 발생시킨다면 화석연료 발전을 줄이는 일도 헛수고가 되고 만다. 아무런 기술적 대안 없이 탈탄소·탈원전을 밀어붙이면 그 피해는 모두 국민의 몫이다. 정부 주도의 새로운 지출은 깨끗한 경제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재료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고 동시에 규제 강화는 광산, 제련소 또는 탄소 배출원에 대한 투자를 억제하여 공급을 제한하는 것으로 의도하지 않은 결과인 그린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세계적으로 그린플레이션 문제가 해결이 어려운 것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공급자들이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친환경 규제와 ESG(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 기업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발전을 할 수 있다는 경영철학) 트렌드의 유행으로 전통적인 수요·공급법칙과는 다른 양상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환경을 파괴하며 만들었던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발전시키고 완전히 확보하기 전까지는 그린플레이션은 피할 수 없음을 인지하고 더욱 비장한 각오로 다가올 경제 위기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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