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날 특별기고] 시민 마음 보살피는 경찰 되겠습니다
[경찰의 날 특별기고] 시민 마음 보살피는 경찰 되겠습니다
  • 승인 2021.10.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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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진-성서경찰서장
정태진 대구성서경찰서장


며칠전 신임순경 9명이 성서경찰서 새가족이 되었다. 영화 ‘더콜’(The Call, 2013)을 보라고 권했다. 주인공은 ‘미국 911센터’(우리나라의 112와 119가 통합되어 범죄·재난·화재 등 응급신고 접수처리) 엘리트 요원이다. 차 트렁크 속에 납치된 소녀의 신고가 접수된다. ‘범인은 30대 정도의 백인 남성, 빨간색 도요타에 타고 있다.’라는 극히 제한된 정보에 핸드폰 위치추적도 되지 않는다. 통화중 전화기 너머로 납치범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6개월 전 자신이 접수했던 소녀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것을 알아챈다. 소녀는 언제든지 패닉상태로 빠질 수 있고, 소녀의 핸드폰은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으며, 통화가 범인에게 들켜서도 안되는 긴박한 상황이 영화 내내 전개된다.

직업을 뜻하는 영어단어에는 job, occupation 등이 있다. 경찰은 시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는 숭고한 사명을 수행하기 때문에, 신의 부름을 받는 일이라는 의미를 담아 성직자와 더불어 calling(소명, 천직)이라고도 불린다. 경찰은 시민의 부름(call)에 제대로 부응(respond) 해야 비로소 책임(responsibility)을 다하게 되는 어려움이 있는 반면, 고귀한 임무의 특성 때문에 다른 사람을 도울 때 느끼는 만족감을 뜻하는 ‘헬프스 하이’(helpers high)가 매우 높은 직업이기도 하다.

우리는 위중한 병에 걸리면 큰 병원의 명의(名醫)를 찾는다. 범죄나 사고를 당하면 112신고를 통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데 아플 때와 달리 명경(名警)을 선택할 수는 없다. 따라서 경찰관 개개인은 각자가 국가대표라는 심정으로 직무능력을 부단히 배양해야 하고, 남다른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직무에 임해야 한다. 육군·해군·공군본부가 위치한 계룡대 단상에는 안중근 의사가 생전에 남긴 글인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을 새겨 군인정신의 표상으로 삼고 있다. 경찰은 범죄로부터 자유로운 사회, 불의에 쓰러지는 시민이 없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위민헌신 경찰본분(爲民獻身 警察本分)’인 것이다. 허준의 스승 유의태는 신의 경지에 이른 의원인 신의(神醫)보다 환자의 마음을 긍휼히 여기는 심의(心醫)가 되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성서경찰은 본관입구에 “시민의 마음을 보살피는 성서경찰이 되겠습니다.”라고 우리의 각오를 새겨놓고 직무자세를 가다듬는다.

미국 워싱턴DC 링컨기념관 인근 ‘한국전참전용사기념비(The Korean War Veterans Memorial)’에는 참전용사를 기리는 감동적인 문구가 새겨져 있다. “조국은 알지 못하는 나라, 만난 적이 없었던 국민을 지키라는 부름에 응답한 아들과 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OUR NATION HONORS HER SONS AND DAUGHTERS WHO ANSWERED THE CALL TO DEFEND A COUNTRY THEY NEVER KNEW AND A PEOPLE THEY NEVER MET)” 세계최강 미국을 굳건히 떠받치고 있는 보훈정신이다. 경찰업무의 속성상 직무수행 과정에서 때로는 몸을 바쳐 헌신해야 할 정도의 위험이 수반된다. 숭고한 사명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기 때문에 경찰은 다른 직업과 달리 입직할 때 ‘투신(投身)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실제 최근 5년간(2016∼2020) 경찰 순직자는 80명에 달한다. 내일 10.21.은 ‘제76주년 경찰의 날’로 수사구조개혁·자치경찰 원년에 맞는 그 어느 때보다 뜻깊은 경찰의 날이다. 대한민국 치안은 전 세계에서 최고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음에도 높아져만 가는 시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연중 비난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경찰의 현실이 안타깝다. “시민 여러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시민의 안전을 위해 24시간 노력하고 있는 경찰에게 칭찬과 격려의 박수를 당부드립니다. 시민의 마음까지 보살피는 경찰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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