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역할 정립 필요
노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역할 정립 필요
  • 승인 2021.10.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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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함께하는마음재단 중구노인복지관장


10월 2일, 노인의 날은 매우 조용했다. 지역사회나 언론에 노인 관련한 기사나 담론이 전무했다. 노인의 날은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경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만든 기념일로서 우리나라는 1997년에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 노인의 나이는 몇 살이며, 또한 어떤 사람이 노인일까? 노인복지현장에서 노인분들과 매일 일상을 같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로서 10월이 돌아오면 새삼 던지는 질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복지 제도가 65세를 기준으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나이도 역시 65세 이상이다. 이 연령 기준은 유엔이 1956년에 정한 이래 특정 국가의 노령화를 가늠하는 척도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유엔은 2015년도에 인류의 체질과 평균수명 등을 고려해서 생애주기를 5단계로 나눈 새로운 연령 구분의 나이 기준을 제시했다. 0~17세는 미성년자, 18~65세는 청년, 66~79세는 중년, 80~99세가 노년, 100세 이상을 장수 노인이라고 평생연령 기준을 재정립했다.

이 기준에 의하면 노인의 나이는 80세가 되는 셈이다. 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부 국가에서도 노인연령 기준이 조금은 다르다. 일본은 고령백서에서 ‘65~74세’와 ‘75세 이상’으로 구분하여 노인 통계를 제시하고 있으며, 2013년에는 정년을 65세로 상향 조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활동적인 고령자가 많아지면서 ‘75세 노인론’이 대두되고 있다. 2015년도 대한노인회 이사회에서는 “노인들이 먼저 복지 기득권을 내려놓자”며 노인의 법적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상향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신중년층(50~69세) 4,00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52.6%는 노인의 연령 기준을 ‘70∼75세 미만’으로, 20.8%는 ‘75∼80세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요즘 주변을 돌아보면 60대를 노인이라 칭하기에는 서로가 겸연쩍스럽다. 건강관리, 자기관리를 통해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젊은 모습과 사고를 가졌기 때문이다.

노인연령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한 고령화 현실,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과 역할 부재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노인빈곤율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나라다. 2021년 현재 우리나라 고령화율은 16.2%이며, 대구 고령화율은 17.2%로서 고령사회이다.

그러나 불과 4년 후 2025년에는 노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2050년에는 40% 이상을 넘어서는 초초고령사회가 예상된다. 과연 초고령사회의 현실은 어떨까? 현재 초고령사회에 진입, 노인 인구가 30%를 넘어선 일본은 ‘노후난민’ 사회이다. 무연고사회, 고독사, 초노노간병, 간병살인, 노인빈곤, 노후파산, 구매난민 등 노인이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됨으로써 야기되는 다양한 사회갈등과 노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의 고령화 심각성도 불 보듯이 뻔하고 자명하다는 사실이다. 대구·경북 지역사회도 이러한 고령화와 노인문제는 피해갈 수 없다. 어느 학자의 외침처럼 나의 우려도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이 되었으면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노인에 대한 인식과 관심은 노인‘문제’로써만 접근하지 않았는가 하는 반성적 성찰이 요구된다. 노인은 언제나 문제의 대상이 될 때 정책적 대상으로, 선거철에 정치적 대상으로만 대상화 되었지, 한 사람의 오롯한 ‘존재’로서 이해되고 존중받는 사회문화는 부재하다는 사실이다. 또한 노인인구의 양적 증가 및 특성 변화에 비하여 우리 사회와 노인의 변화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노인 혹은 노년에 관한 담론 자체도 전무한 상황이다. 특히 우리 사회는 연령통합성과 세대통합 수준이 낮아서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본다.

며칠 전 대구노인복지관협회 주관으로 개최된 ‘선배시민 자원봉사단 정책대회’에 참석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다음 세대의 미래입니다“ 선배시민, 노인들의 외침을 보면서 가슴 깊은 울림을 느꼈다. ‘선배시민’은 의존적 노인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용어로서, 지혜와 경륜을 가진 노인이 지역사회 공동체와 후배시민을 돌보며 지역사회문제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건강한 노인을 의미한다.

고령화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행정가, 정치가, 지역사회와 사회복지계에서도 노인에 대한 인식과 역할에 대한 새로운 정립이 필요하다. 고령화 시대에 노인들이 꿈을 꾸고, 노인 스스로가 노인이 수행해야 할 역할을 모색하고, 노인의 경험을 활용한 세대통합이나 노인을 통한 우리 사회의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보다 활력있는 지역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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