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직업윤리는 실종되었는가
[박명호 경영칼럼] 직업윤리는 실종되었는가
  • 승인 2021.10.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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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세간에 가장 큰 이슈는 단연코 ‘화천대유’라는 특별한 이름의 회사가 주도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 사건이다. 지난 달 초순 희대의 부동산개발 부정의혹 사건으로 알려진 이래 일파만파로 번져서 내년에 있을 대선까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야당은 검·경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면서 특검을 주장하고 있고, 여당은 자당의 대통령 후보와의 관련성을 적극 부인하며 야당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더구나 고위직을 지낸 여러 법조인들이 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들이 받았다는 고액의 보수도 놀랍지만 그들이 위반한 직업윤리가 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사건에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한 분은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좌교수로 ‘법조윤리’를 가르치기도 했다고 한다. 비단 법조계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는 의료계나 교육계를 비롯한 여러 직종에서 직업윤리의 상실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의 직업에 충실한 자를 보았느냐, 그는 왕 앞에 서리라.” 인간이 돈을 벌어야하느냐는 질문에 벤자민 프랭클린은 성경의 잠언서 구절을 빌려 이렇게 답하였다. 그는 직업을 자신의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삶의 목적으로 여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합법적으로 돈을 버는 것은 직업의 성실성의 표현이며 결과라는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도 “염치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되는 것이 아니다. 돈을 벌 때 지켜야 할 윤리가 있고 사회에 대한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요즘 돈이 충분하면 직장을 일찍 그만두고 삶을 편안히 지내려는 젊은이가 많아졌다. 경제적 독립(Fi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은퇴(Retire Early)의 첫 글자를 딴 ‘파이어(FIRE)족’이 바로 그들이다. MZ세대 가운데 세 명 중 두 명이 파이어족을 꿈꾼다고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생겨난 미국의 파이어족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에 은퇴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은퇴 희망시점이 50세가량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도 적극적 투자로 은퇴준비자금을 마련해서 마흔 살에 은퇴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파이어족’의 목표는 경제적 자유를 얻어 일찍 직장을 그만 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은퇴자처럼 사는 것이다. ‘월급 노예’ 탈출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조기 은퇴생활을 부추기는 책까지도 나왔다고 한다. 직장에서의 일이 본인의 적성이나 능력에 꼭 맞지는 않더라도 그것을 노예생활로 여기는 것은 왜일까. 수천억 원의 부당 이익으로 일확천금을 챙겼다는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도 이러한 생각에 일조를 했을 것이다. 부정과 비리는 직업윤리와 근로의욕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제적 자립과 자존을 지켜주는 소득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 하지만 오로지 돈벌이만을 위해 일한다면 직장생활은 힘들고 고된 현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생각을 바꾸어서 일을 소명으로 여기며 최선을 다하면 창조와 성취의 보람을 얻는다. 직업과 일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직업윤리를 실천하면 일에서 기쁨과 만족을 느끼게 된다. 나아가 일터에서 많은 것을 배우며 동료들과 협동하며 사회화를 학습한다. 직장은 제2의 교육기관이기도 하다.

교육현장에서의 직업윤리는 더 없이 중요하다. 교직은 사람을 가르쳐 길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교사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을 바른 인성을 가진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나아가 학생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찾아주며 미래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교사는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진정으로 도와야 한다. 교사의 직업윤리는 사도(師道)다. ‘사도’라는 제목의 옛 시에, “세상에서 누가 훈장을 좋다고 하였던가/ 연기 없는 마음의 불이 저절로 생겨나네// 비록 정성껏 가르쳐도 칭찬듣기 어렵고/ 잠시 자리 뜨면 시비소리 얻기 쉽네”라고 했다. 이렇듯 교직은 어떤 직업보다 더욱 엄격하고 철저한 윤리기준을 요구한다.

직장이든 교육현장이든 어떤 윤리 기준을 실천하는가가 수월성을 결정한다. 부당한 이익을 추구하거나, 황금만능주의에 오염되거나, 일하지 않고 편하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우리 사회는 희망을 볼 수 없다. 암으로 타계한 스티브 잡스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창의적인 작품을 만드는데 전력을 다했다. 미켈란젤로는 작품 활동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까지 계속 배우고 정진하는 장인정신을 발휘했다. 제33회 아산상 대상을 수상한 김우정 ‘캄보디아 헤브론’ 의료원장은 ‘캄보디아의 슈바이처’로 불리며 14년간 의료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직업윤리에 투철한 이들의 끈질긴 노력과 집요함이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 우리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직장에 대한 바른 인식과 직업윤리의 정립과 철저한 실행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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