쏜살같다
쏜살같다
  • 승인 2021.10.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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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요즘 들어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말이 있다. 그것은 '세월 참 빠르다.'라는 말이다. 여러분은 믿어지는가? 코로나가 시작된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는 사실을. 본인은 아직 실감이 가질 않는다. 낯설기만 한 단어 코로나19가 어느덧 익숙한 단어가 되었고, 마스크를 쓴 사람이 쓰지 않은 사람들의 모습이 더 익숙하게 되었다. 한 번씩 TV 속에서 마스크 없이 많은 사람이 몰려 있는 모습을 보면 '아 저런 때가 있었지' 하면서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얼마나 시간이 빨리 지나는지 모르겠다. 돌아서면 일주일, 돌아서면 한 달이 지나간다. 그렇게 한 계절이 지나가고, 일 년이 지나간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다 보니 세월의 흐름을 확인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옛날부터 어른들이 빠른 세월을 빗대어 '세월이 쏜살같다.'라고 하셨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너무 빨라서 확인할 수 없듯이, 흐르는 세월을 확인할 길이 없다.

'하루가 참 빠르구나.' 하는 나가 있었고, '일주일이 빨리 지나는구나.'하는 나이가 있었다. 좀 더 지나면 한 달이 빨리 지나가는 나이가 되고, 어느 날이 되면 한 계절이 빨리 지나가는 나이가 오게 된다. 그러다가 1년이 빨리 지나가는 나이가 오게 되면 우리 삶에도 서산에 걸린, 붉게 물든 노을처럼 황혼이 찾아올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자. 황혼이 꼭 쓸쓸하게 꺼져 가는 불빛 같지만은 않다. 지는 해는 그냥 저물어 가는 모습만이 아닌 또 다른 곳에서는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도 하고 있으니 해가 진다고 너무 슬퍼할 일만은 아니다. 다시 어딘가 누군가에는 떠오르는 모습으로 환히 빛나고 있을 테니. 그리고 지는 해도 충분히 빛나고 눈부시다. 시간 내어서 지는 해를 자세히 한번 보라. 그러면 금방 알 수 있다. 지는 해도 떠오르는 태양만큼 눈부시다는 사실을.

2010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2017년까지 살아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자주 보였다. 2017년 추석은 거의 10일가량의 연휴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멀게만 보였던 2017년의 추석 황금연휴가 몇 해 전 지나갔다. 벌써 과거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이미 미래를 지나, 또 다른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 재미있게도 인터넷에는 다시 '2025년까지 살아야 하는 이유'가 올려져 SNS로 회자가 되고 있다. 2025년 추석 명절 역시 앞뒤 연휴에 끼인 날을 대체 공휴일로 지정하면 10일을 쉴 수 있다고 한다. 2021년인 지금, 2025년이 멀게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어느 날 우리는 2025년 한가운데에 가 있을 것이다.

몇 해 전이었나 싶었는데 10여 년 전이란 사실을 알고는 한 번씩 깜짝 놀라기도 한다. 올해도 벌써 10월의 고개를 넘어 내리막으로 가고 있다. 참 빠르다. 누구 말대로 10대는, 기울기 10도의 언덕에서 공이 굴러 떨어지는 것과 같고, 50대는 기울기 50도의 언덕에서 공이 굴러 떨어지는 것과 같다 했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요즘은 시간이 얼마나 잘 지나는지 눈 깜짝할 사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세월은 걸음 빠른 사람처럼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고 자기 혼자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세월이 쏜살같은데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 해서는 안 되겠다. 뭐라도 해야겠다. 시간은 가만히 있어도 가고, 움직여도 가고, 숨을 참고 코를 막고 있어도 간다. 시간만큼 성실하고 약속 잘 지키는 녀석이 있을까 싶다. 무얼 할까? 각자 노트 하나씩 꺼내 보자. 그리고 숨 깊게 들이쉬고 내뱉고를 몇 번 하고 지그시 눈을 감아보자. 그리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일, 시간 없다고 미루었던 일들을 떠올려 보자. 혼자 떠나는 여행도 생각 날 것이고, 하루 정도 조용한 카페에 앉아서 책을 맘껏 읽고 싶었던 것도 떠오를 것이다. 올해는 꼭 만나봐야지 했던 그리운 얼굴도 떠오를 것이다. 가족과 함께 조용하고 경치 좋은 곳에 가서 1박 2일 정도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싶었던 것도 생각 날 것이다.

세월이 쏜살같다. 우물쭈물하다가 우리 인생의 마지막 날에 와있을지 모른다. 곧 2021년의 끝이 온다. 밀린 숙제 하듯, 올해 하고 싶었던 일,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보며 꼭 실천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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