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과 망치
못과 망치
  • 승인 2021.11.0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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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못은 망치의 자극에 반응하는 존재로 표현할 수 있다. 자기 스스로 어떤 역할을 주체적으로 하기보다는 망치가 두들기는 힘에 영향을 받아서 깊게 박힐 수도 있고, 또는 얕게 박힐 수도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망치가 잘못 두드리면 몸통이 굽어지기도 하고, 또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뽑혀 나가기도 하는 수동적인 존재다. 자기의 선택이라고는 기껏해야 단단히 버티거나 아니면 굽어지는 정도다. 반면 망치는 수동적인 못과는 달리 능동적인 역할을 주로 담당한다. 못을 깊게 박을 수도 있고 얕게 박을 수도 있다. 그리고 잘 못 박힌 못을 뺄 수도 있는 존재라 표현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을 만나보니 사람도 못 같은 사람이 있고 망치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항상 누군가에 의해 영향을 받는 '못과 같은 사람'이 있고, 항상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는 '망치 같은 사람'이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필자 역시, 많은 날을 못처럼 수동적인 삶을 살았음을 고백해본다.

먼저 못 같은 사람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쓰기보다는 항상 누군가에 의해서 자신의 이야기가 쓰이는 사람이다.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언제나 타인이 된다. 그래서 늘 주어지는 자극에 반응하면서 살아간다. 만약 누군가 자신에게 기분 좋은 말을 해주면 기분 좋아서 웃을 것이고, 기분 나쁜 얘기를 들으면 기분 나빠 속이 상하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주로 타인에게 맡기는 사람이다. 반면 망치 같은 사람은 늘 자기 자신에 의해 삶의 이야기가 쓰인다. 주인공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자극을 주며 삶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 삶의 주인공이 되어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항상 긍정적 영향을 끼치며 누가 뭐래도 자신의 삶을 자신의 글로 채워나가는 사람이다.

어느 날,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문자에는 문자를 보내온 사람이 느끼는 원망과 절망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문자의 내용은 크게 이런 내용이었다. "그 사람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이제 모든 걸 그만두고 싶어요."라는 것이었다. 문자를 보고만 있어도 그녀가 현재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녀가 힘들어하는 대상은 자신의 남편이었다. 그녀는 믿고, 의지했던 그가 이제는 더 이상 믿음이 생겨나지도 않고, 반대로 불신과 상처만 남기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남편한테서 받은 작은 상처가 하나둘 모여 이제는 아주 큰 상처가 되어 삶을 파괴하고 있었으며, 마음에도 병이 들어 죽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세상을 끝내고 싶다는 다소 충격적인 메시지를 받고 이런저런 생각이 겹쳤다. 나 역시도 힘든 시간이 많았고, 그 시간에 느끼게 되는 감정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고 있기에 지금 그녀의 마음이 어떠할지 충분히 전해졌다. 또 그 마음이 삶에 가져다주는 좋지 않은 결과를 잘 알기에 걱정도 많이 되었다. 그녀는 남편에게서 좋지 않은 자극을 받고 있었다. 좋지 않은 자극을 받은 결과 그녀는 좋지 않은 반응을 하며 살고 있었던 것이다. 즉, 남편은 나쁜 자극을 주는 나쁜 망치의 역할을 하고 있었고, 그녀는 나쁜 자극에 민감히 반응하는 못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여러분을 힘들게 하고 있는가? 그래서 미치도록 괴로운가? 언제까지 그들이 여러분의 삶의 조각들을 맞춰가도록 내버려 둔 채 구경만 하고 있을 것인가? 우리는 각자가 자기 삶의 감독이다. 삶 전체를 기획하고, 들어갈 비용에 대한 예산을 계획하고, 자신의 삶에 출연할 등장인물들을 한 명씩 진지하게 캐스팅하는 감독이다. 남들이 주는 위로는 잠깐의 힘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달콤한 위로 속에 머물러 '자기 연민'이란 늪 속에 빠질 수 있다. 그리고 아예 헤어 나오지 못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날이 차다. 마음도 시리다. 그렇다고 움츠리고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 날씨가 내 삶을 좌지우지 못 하도록 해야 한다. 내 잔은 내가 채워야 한다. 힘들고 행복하지 않다고 더 이상 질질 짜지 말고 지금 바로 행복하자. 행복하여지길 기다리지만 말고 행복하고 싶다면 지금 바로 행복하기로 하자.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행복한 생각을 하고, 행복에 관한 말을 하고, 행복의 얼굴을 만들면 된다. 그러면 행복은 어느새 여러분 옆에 와서 "불렀어?"라고 말을 걸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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