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사회’에서는 새로운 마케팅을
‘꿈의 사회’에서는 새로운 마케팅을
  • 승인 2021.11.0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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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지난 달 21일, 국내 기술로 제작된 첫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었다. 지구 상공 700km 지점까지는 성공적으로 올라갔으나, 마지막 단계에서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올려놓지 못했다. 비록 완전한 성공은 아니었지만 우리 우주항공기술을 국제사회가 인정할 정도의 큰 성과다. 많은 국민들이 감동했고, 특히 꿈나무들은 열광하며 큰 박수를 보냈다. 우주 강국의 큰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초석을 놓았다.

꿈같은 우주관광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난 7월 버진그룹 CEO 리처드 브랜슨과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가 우주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두 억만장자의 우주여행에 이어 9월에는 민간 우주 왕복선 스페이스X에 탑승한 우주여행팀 ‘인스퍼레이션 4’가 사흘간의 우주여행을 마치고 성공적으로 귀환했다. 순수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상 첫 우주 궤도 비행단이었다. 이로써 우주여행산업시장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인류는 늘 꿈을 꾸며 살아왔다. 비단 우주여행의 꿈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누구라도 꿈을 꾸며 산다. 꿈은 미래를 건설하는 원동력이며 재료다. 미래는 우리가 꿈꾸고 상상하는 세계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20세기 말 덴마크 출신의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그의 저서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에서 정보사회 이후는 ‘꿈의 사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전의 사회와는 전혀 다른 가치관이 지배하는 새로운 사회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과학과 합리주의, 분석과 실용주의에서 벗어나 이미지와 감성적 이야기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경제·사회 패러다임이 주도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다.

‘꿈의 사회’ 무대에는 감성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창조된 숱한 이야기와 다양한 이미지가 등장한다. 이미 정보보다는 감성에 바탕을 둔 시장이 커졌고, 감정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 물리적 상품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을 능가하고 있다. 이성과 합리성이 기준이 아니라, 디자인, 색채, 스타일, 이미지 등과 같은 감성적 요소들을 중심으로 제품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당연히 기업으로서는 소비자의 마음을 상대로 하는 감각정보를 통해 소비자의 감성적 욕구에 부응해야 한다. 상상력, 창조, 감성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는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

마케터들은 소비자들이 먼저 감성으로 사고 나중에 이성으로 합리화한다고 말한다. 유명상표의 가방을 구입한 다음에 ‘이 가방은 세월이 흘러도 형태나 색상이 변질되지 않고, 유행에도 뒤지지 않아’라고 하면서 고가의 구매를 합리화한다. 흔히들 소비자가 이성적 판단으로 구매를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쇼핑에서는 감성을 사용한다. 제품에 담긴 이야기나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 중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들을 보자. 그들은 커피 한 잔의 가격이나 카페인의 양보다 스타벅스 특유의 분위기에서 느낄 수 있는 젊음과 자유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심지어 굿즈를 얻기 위해 마시지도 않을 커피를 대량으로 구매하기도 한다. 매출 감소로 위기에 놓였던 초코파이를 되살린 것은 친구와 부모 간의 사랑을 주제로 한 ‘정(情)’ 캠페인이었다. ‘초코파이=정’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초코파이는 단순한 과자가 아니라 정을 전달하는 매개물로 진화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상품이나 서비스에서 점점 더 가치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제품을 구매할 때 먼저 제품의 뚜렷한 이미지나 스토리를 떠올린다. 그들은 상품에 묻어 있는 이야기를 구매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훌륭한 이야기꾼이 되어야 한다. 위대한 상표를 만들어낸 기업들은 예외 없이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이야기를 한다. 따라서 기업은 인간의 기본적인 감성 욕구를 파악하고, 상품에 담긴 감성을 마케팅 해야 한다. 하지만 감성마케팅이 만능해결사는 아니다. 상품의 기본적인 경쟁력을 제대로 갖춘 뒤 감성마케팅을 실행해야 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는 말이 진부하게 들릴 만큼 모든 것이 변혁을 거듭하고 있다. ‘꿈의 사회’에서도 소비자와 시장은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변하고 있다. 이 시대의 마케팅개념은 단연코 소비자에게 꿈과 감성을 제공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언제나 정신적 안정과 정서적 만족을 주는 대상과의 결속을 바라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비자들은 불확실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보다 확실한 제안과 자신을 확고하게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원하고 있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감성의 정치학』에서 드루 웨스턴은 “정치는 이성과 감정의 싸움터이며, 이성이 이길 것 같지만 언제나 감정이 승리한다”라고 주장했다. 정치는 유권자의 마음을 훔치는 일이고, 비즈니스는 고객의 마음을 훔치는 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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