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댄스 컴퍼니 공연…13일 대구예술발전소
이상한 댄스 컴퍼니 공연…13일 대구예술발전소
  • 황인옥
  • 승인 2021.11.0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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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공연 기회 사라져
문득 떠난 제주도서 영감 얻고
나에게 집중하며 잠재력 발견
시련 통해 예술의 본질 상기”
15~20분 분량 3개 작품 구성
새 출발선 ‘0’ 향한 몸부림
이상훈의 춤 '흐르다' 공연 모습
이상훈의 춤 ‘흐르다’ 공연 모습.

코로나 19로 활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계획에 없던 변화들이 사회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코로나 19가 종식되어도 이전의 상태로 완전하게 돌아가는 것은 어렵게 됐다. 코로나 19가 촉발한 비대면 사회로의 변화를 멈출 수도, ‘무분별한 욕망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는 외침을 외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안무가이자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상훈에게도 코로나 19는 시련이었다.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공연은 멈췄고, 그가 서 있는 곳은 무대가 아닌 무료한 시간들 속이었다. 코로나 19는 유독 예술가에게 가혹했다. 공연은 멈췄고, 무대에 있어야 할 그는 설 자리를 잃고 방황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무료함에 매몰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때 그를 이끈 곳이 제주의 자연이었다.

“무대에 오르지 못한다면 차라리 자연 속에서 자연이 주는 기운에 몸과 마음을 내맡기고 싶어져서 제주로 홀로 여행을 떠났다.”

제주의 자연에 안기자 무언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내면에서 “지금은 멈추고 비워라”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질주본능은 잠시 접어두고, 내면을 한 번 들여다보라”는 속삭임이었다. 속삭임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서 내면에 가득찼던 욕망들이 하나 둘씩 비워지기 시작했다.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순간, 무의식에서 올라오는 몸의 파장들이 미세하게 느껴졌고, 그 순간 숲속에서 홀로 춤을 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에 타인에게서 창작의 에너지와 영감의 원천을 얻었다면 지금은 내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됐다. 그러면서 내면의 잠재력이 바깥으로 분출하기 시작했다.”

제주에서 외부에서 내부로 회귀하는 계기를 마련했지만, 막상 제주를 둘러보면서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됐다. 제주의 자연에 이끌린 예술가들이 더러 있었고, 그들과 계획되지 않은 예술적인 만남이 즉흥적으로 이뤄졌다. 그들 역시 제주의 자연에서 자연과 본질의 중요성에 대해 작각하는 듯했다. 

“코로나 19 팬데믹이 많은 예술가들에게 시련을 안겨주었지만 예술의 본질을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를 제공한 것 같았다. 그 깨달음이 코로나 19 종식 이후 새로운 창작의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오는 13일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열리는 이상한 댄스 컴퍼니(대표 이상훈) 공연은 안무가 이상훈의 이전 공연들과 차별화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지역문화진흥원이 추진하는 ‘2021 지역문화인력 프로젝트 지원사업’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추진하는‘2021년 예술과 기술 융합지원 사업’ 선정되어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서는 코로나 19와 언택트, 자연으로 간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를 춤과 음악으로 구현한다. 제주에서의 깨달음이 춤으로 승화한다.

작품의 모티브는 ‘0(제로)’다. 가득 차 있던 욕망들을 비워내고 다시 제로 상태인 원점으로 되돌아가자는 이야기를 춤과 음악으로 표현한다. 원점의 상태에서 그가 도다하고자 하는 지점은 “낯설게 보기”다. 익숙했던 풍경이나 사람들을 처음 만난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다. “낯섬이 새로운 창작의 출발선이 될 것이다.”

이날 공연은 음악과 춤과 영상이 함께 하고, 작품은 총 3개로 구성된다. 각 작품들은 15~20분의 분량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작품은 ‘Re:turn’이다. 조진영이 귀에 익숙한 대중음악을 버스킹 형식으로 공연하고, 이상훈은 공연이 이뤄지는 공간에서 하나의 이미지로서의 역할을 맡게 된다.

두 번째 작품은 ‘대명 문화 On & In 카포에라’ 공연이다. 정성주, 이승훈, 서채원, 민혜성 등 ‘아바다 카포에라’ 단원들이 춤 성격이 짙은 브라질 전통무술인 카포에라를 대련하고, 브라질 전통 음악을 연주한다. 이상훈은 대련 과정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한다.

세 번째 작품은 이상훈의 춤과 영상의 융합으로 진행되는 ‘흐르다(Flow)’다. 공연이 진행되는 공간 벽면에 숲이나 바다 등 자연풍경을 영상으로 상영하고, 영상을 배경으로 이상훈이 춤을 추게 된다. 브라질 전통 음악 연주되고 이상훈이 명상악기인 텅드럼을 직접 연주하면서 몸과 마음에서 퍼져 나오는 파장이나 울림을 관객과 함께 호흡하게 된다. 음악은 변성환이, 영상은 안재연이 맡는다.

“나는 이날 공연에서 도슨트가 관람객을 이끌며 전시를 소개하듯 관객들을 세 개의 공연으로 이끌고 간다.”

이상훈은 지금까지 무용수와 안무가로 활동하며 인간을 주제로 작업해왔다. 하지만 코로나 19 팬데믹을 겪으면서 타인에게서 자신에게로 주제의 대상을 넓혔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안무가의 역할론에 대한 생각이다.

“지금까지 완벽하게 짜여진 안무에 무용수들을 맞추고 끝까지 각본대로 이끌어 갔다면, 이제는 나를 연결고리로 무용수들과 역의없이 소통하며 그들과 함께 안무를 완성해 가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 같다.” 공연은 13일 오후 7시 대구예술발전소 5층에서. 무료.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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