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머리 소녀
단발머리 소녀
  • 승인 2021.11.1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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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딸이 갑자기 단발로 머리를 기르겠다고 선포했다. 고3 여름방학이 지나고나서 더 이상 머리를 자르지 않겠다며 기르겠다고 했다. 몇 달을 자르러 미용실을 가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머리가 풀어헤쳐져 있으면 장발이였다. 머리를 감은 후에는 뒷머리를 고무줄로 묶어 깔끔했다.

딸 아이의 머리의 변화를 하고 싶은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다. 물어봐도 속시원히 대답을 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도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 줄 수는 없는 그냥 그러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시기적으로 외모의 변화를 파헤쳐본다.

유치원생까지는 마른 편이어서 잘먹여 키를 키우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 아이가 보름달이 되었다.

초등학교 6년동안 많이 먹고, 운동은 하지 않았다. 밤에 줄넘기하러 가자고 해도 내켜하지 않더니, 중1이 되면서 자신의 변화를 위해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적게 먹으라고 해주고, 씻으라고 해 주고, 시간이 되면 줄넘기하러 같이 가자고. 그러고 매일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서 긴 머리를 감고 말리고, 밥도 적게 먹고, 밤에는 줄넘기를 했다. 교복치마 짧은 것을 사 달라고 떼를 썼다. 사주었으나 반바지를 더 입고 다녔지만 변화를 시도했다.

중3 여름방학이 되더니 갑자기 숏컷을 하고싶다고 했다. 긴 머리가 잘 어울리고 예뻤다. 관리도 잘 했다. 그 긴 머리를 짧게 자르고 싶다는 것이다. 짧게 자른 아이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나의 동의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허락을 구했다. 나의 잔소리가 듣기 싫기 때문에 미리 알려주는 것이리라. 길게 자란 머리를 갑자기 왜 아주 짧게 하고 싶은지 물었다. 같은 반에 숏컷 여자친구가 있는데 멋있어보인다고 했다. 여름에 더운데 시원해보이고, 머리 감고 말리기도 쉽다고 했다. 나도 숏컷에 가까운지라 말릴 명분이 없었다. 나도 짧은 컷트가 관리하기도 좋고, 내게 더 어울리른 것 같아 선호한다. 그래서 말리지 못했고, 딸은 머리를 잘랐다. 시원해보이고 깔금해보여 나쁘지 않았다.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호응도 좋았다. 짧은 머리의 딸을 3년간 보았다.

고1이 돼 심야자습을 했다. 계속 앉아 있으니 몸무게도 늘었다. 중학교때 딸은 ‘실종’이 되었다. 약간 걱정도 되었지만, 시험 준비를 하면서 쌓이는 스트레스와 앉아 있는 시간 때문에 먹는 것을 줄이라고 할 수 없었다. 머리도 편해서 기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수능준비에 최선을 다 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남편과 오빠가 딸이 너무 살찌는 것 아니냐며 자꾸 참견을 한다. 여자든 남자든 요즘은 몸매관리, 얼굴관리도 하면 좋다는 것을 나도 안다. 누구보다 내 딸을 사랑한다. 사랑하는 딸이 행복해지기를 그 누구보다도 간절히 원한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더 중요한 공부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필요한 시기에 스스로 결정을 하고 행동하리라 믿으며 지켜보기로 했다.

그랬는데, 갑자기 머리를 기르겠다고 몇 달을 꽁지머리를 묶어다녔다. 왜 갑자기 또 기르려할까? 뭔가 마음의 변화가 있는 것 같았지만, 그냥 이제 기르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냥” 당연히 이유가 된다. 한 가지를 하다보면 다른 것을 또 해보고 싶어지고, 싫증날 때가 있을테니까. 옆 머리가 턱까지 길자, 단발로 머리를 자르겠다고 했다. 거의 6개월이 넘게 미용실을 가지 않았는데 드디어 미용실을 갔다. 딸의 인내심에 혀를 내두른다. 미용실을 다녀온 딸은 단발머리를 나풀거리며 집으로 왔다. ‘실종’되었던 딸이 돌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귀여운 딸의 모습에 이쁘다고 해주었다. 딸은 안다며 웃었다. 군대에 간 아들에게 인터넷 편지를 쓰면서 “나 단발했다”고 자랑도 했다.

딸은 자기의 목표를 위해 인내하고 견디는 것을 잘 하는 아이이다. 그런 딸이라서 늘 믿고 격려한다.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딸이 웃는 수능날이 되기를 기도한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딸에게 파이팅과 사랑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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