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후 코로나 확산이 우려스럽다
수능 이후 코로나 확산이 우려스럽다
  • 승인 2021.11.1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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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오늘은 대입 수학능력시험(수능)이라는 국가적인 대사(大事)가 치러지는 날이다. 매년 이날이 되면 온 나라가 긴장 속에 빠진다. 모든 직장의 출근시간과 초·중등 학생들의 등교시간이 조정되고, 영어 듣기 시험시간에는 전국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이 금지될 정도로 모든 것이 수능시험에 맞추어져 돌아가게 된다. 수험생들은 3년 아니 어쩌면 지난 18년 동안 노력해 온 것의 성과가 이 단 한 번의 시험에 의해 좌우 되는 매우 불합리하지만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당일 시험장에서 최상의 컨디션 유지 때문에 조그마한 일에도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한다. 일부 언론보도에 의하면 고3 학생들이 집에서 수업 받는 학교 주변 아파트에서는 소음이 나는 인테리어 공사도 자제해달라는 공지문까지 붙어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수능은 온 국민이 함께 겪는 국가적 대사가 된지 오래이다.

금년 수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치러지는 두 번째 수능이다.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시험일이 12월로 미루어지기도 했지만, 금년에는 코로나 상황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예년과 같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수능과 관련하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7월부터 고3 학생 등 수험생을 포함해 교직원까지 모두 백신 접종을 시행하는 한편 목전에 둔 수능에 차질이 없도록 일반·자가 격리·확진 등 상황에 따라 응시할 수 있는 시험장을 확보하는 등 수험생들이 어떤 상황 하에서도 시험을 치루는데 지장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 방역을 위해 시험 1주일 전부터 모든 고등학교가 원격수업으로 전환되었는데, 이는 고3 수험생 대부분이 백신접종을 완료하였지만 감염의 위험을 원천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에 취해진 조치이다. 혹시라도 감염이 된다면 한순간에 지난 18년 동안 준비해 온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수험생을 둔 부모들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지난 1년간 혹시나 자신으로 인해 자녀나 제자들이 시험을 보는 데 지장을 초래할까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는 일조차 기피하는 등 자신들의 사회생활을 포기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수능은 수험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 교사 등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극도의 긴장 속에서 수험생들이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함께 준비하는 큰일이다. 어찌되었건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일은 다가왔고, 전국적으로 50만여 명, 대구지역에서만 2만5천여 명의 수험생이 수능을 치른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악조건이지만 수험생 모두의 ‘수능대박’을 기원한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국가적 대사인 수능이 끝남과 동시에 코로나가 크게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이나 재학생들은 그동안 방역지침을 잘 따르고, 학부모들도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였지만, 시험이 끝난 후 그동안 시험에 대한 압박 때문에 움츠리고 있던 수험생들이 해방감에 약간의 방심으로 흐를 경우, 자칫 코로나가 대확산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또한 수능이 끝남과 동시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특별 이벤트가 홍보되고 있는 등, 해방감에 들뜬 일부 수험생들이 감염에 취약한 상황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 수능 이후 학교를 중심으로 청소년 집단 감염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달 들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이후 나날이 신규 확진자 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고, 위·중증 환자 수의 규모가 커지면서 하루 사망자 수가 연일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는 등 코로나 확산 추세가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따라서 위드 코로나가 위태로운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들어 급격하게 증가세인 위·중증 환자는 열흘 연속 400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등 정부가 밝힌 현 의료체계에서 안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 위·중증 환자 수 500명에 육박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전국적으로는 62.1%이지만 수도권의 경우에는 76.4%로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잠시 중단하는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 발동 기준으로 제시한 75%를 넘어서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으로의 방역전환은 높아진 접종률에 기반을 두어 확진자 발생이 늘어나더라도 방역을 완화하는 것이 골자이지만, 병상 여력이 부족하고 위중증 환자도 늘어나면 추가적인 방역 완화 기대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렵게 위드 코로나 상황을 맞이하여 비록 일부이지만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마련된 만큼 이를 유지하면서 코로나가 안정적으로 극복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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