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잃는다면 의당 몸과 생명을 해하는 것이다”
“음식을 잃는다면 의당 몸과 생명을 해하는 것이다”
  • 김종현
  • 승인 2021.11.2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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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음식 세계로> - (39) 식습관과 질병
조선시대 선비의 식습관
식사와 함께 술을 곁들이고
항상 짜게 먹고 밤참 즐겨
지적활동 중시하며 운동 경시
담론·당쟁·정파 등 스트레스로
온갖 신경질환 달고 살아
양신구채죽
중국 원나라 인종은 5천년 황실비법인 양신구채죽으로 발기부전을 치료했다. 그림 이대영

봉건시대 왕들은 정력관리를 어떻게 했는가. 중국 원나라 인종(仁宗)은 5천년 황실비법인 ‘양신구채죽’으로 발기부전을 치유했다. 당시 음선어의(飮膳御醫)였던 홀사혜(忽思慧)가 이를 치료한 식의(食醫)다. 양신구채죽이란 비방을 여기서 공개하면, 양의 콩팥을 정자(丁)형으로 반 갈라 양고기와 부추를 잘 씻어 잘게 다진 다음, 구기자와 멥쌀을 솥에 넣어서 물을 부은 뒤 끓여 만들었다. 매일 드시더니 그 효험은 3개월이 안 되어 왕비를 잉태시켰다고 되어있다.

옆길에서 빠져나와서 다시 이어가면, 1596년에 간행된 명(明)나라 이시진(李時珍, 1518~1993)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500여 종의 음식물을 상세히 소개하고 각종 음식을 이용한 식료경험방(食療經驗方)을 소개하고 있다.

1803년 청나라 심이룡(沈李龍, 생몰미상)이 출간한 ‘식물본초회찬(食物本草會纂)’은 “약과 음식은 같은 원천에서 생겨났다. 병을 고치는 것이 약이고, 먹거리로 제공되는 건 음식이다. 음식으로 능히 병을 고칠 수 있는 것이 바로 식이요법이다(藥食同源,治病者藥,供饌者食.食而能治病者曰食療).”라며 간략하게 개념을 정리하고 있다.

1773년 조정동(1699 ~ 1785)이 저술한 ‘노로항언(老老恒言)’에서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질병방지 약선식(藥膳食, therapy food)으로 i) 대변불통의 식치방은 삼씨(麻子), 깨(黑荏子), 차조기씨(蘇子), 꿀(蜜), 쌀, 복숭아씨(桃仁), 살구 씨(杏仁), 율무 씨(薏苡仁), 산앵두씨(郁李仁) ii) 열로 인한 변비엔 삼씨죽, 삼씨·차조기씨 죽, 볶지 않은 참깨기름, 차조기깨죽, 차조기행인죽 등을, iii) 기운이 허약한 경우엔 율무죽, 산앵두 씨죽, 율무·산앵두 씨죽, 살구씨죽, 복숭아씨죽 등이 소개되고 있다. 이외에도 구기자잎죽(枸杞葉粥), 국화죽(菊花粥), 가시연밥죽 및 호두죽(胡桃粥) 등 100여 종을 소개하고 있다.

1792년 청나라의 시인이었던 원매(袁枚,1716~ 1797)가 쓴 요리책인 ‘수원식단(隨圓食單, The Way of Eating)’의 서문에서는 “화려한 저택을 꾸미고 사는 데는 당대 부자도 가능하나, 음식을 갖춰 먹자면 3대부자는 되어야한다(一世長者知居處,三世長者知服食)”와 “음식을 먹고 마시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진정 그 맛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라는 고전을 인용하며, 일상에 접할 수 있는 우수한 약선 사례(food-pharmacy cases)를 제공하고 있다.

1813년 장행운(章杏雲, 생몰미상)의 ‘조질음식변(調疾飮食辨)’에서는 “약을 마시는데 꺼리지 말고, 복약 중에 음식을 가려먹지 않으면 약효가 떨어진다”라고 음식가리기를 강조하고 있다. 1861년 왕사응(王士雄)의 ‘수식거음식보(隨息居飮食譜)’는 “국가의 근본은 백성이기에 백성을 잃는다는 건 천하를 어지럽히는 것이다. 인간은 음식으로 육성되는 것으로 음식을 잃는다면 의당 몸과 생명을 해하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질환 취약성

대구가 관향인 대구서씨 서재필(徐載弼 혹은 Jason Seo, 1864~1951) 박사는 전남 보성에서 출생, 1883년 일본 도야마육군학교에 유학, 1886년 9월 펜실베이니아 윌크스베어 해리힐맨고등학교(Harry Hilman Academy) 입학, 라파예트대학(Lafayette College) 진학, 워싱턴 육군의학도서관에 아르바이트(Arbeit)를 하면서 컬럼비아의과대학 야간부(Evening Course, Columbia Medical College)를 수학, 1893년 6월 2등으로 졸업, 병리학 강사를 하다가, 1896년 1월에 귀국해서 중추원 고문, 4월 7일에 독립신문을 창간해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그분은 평소 친분이 있는 외국 대사들과 테니스 운동을 자주했다. 그런데 대구에서는 삼한갑족(三韓甲族)을 자랑했던 대구서씨 집안에서 “명문대가의 망신을 시켜도 유분수이지 테니스인지 뭔지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고역을 몸소 하다니. 그런 일은 하인들을 시켜서 해야지...”라고 문중에서 걱정하는 이야기가 본인 귀에 들어갔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특징은 i) 지적활동을 중시하면서 육체노동을 경시, ii) 격물치지(格物致知)와 사장(社章)을 중시하면서 실용성을 경시, iii) 유림과 지조를 중시해 타인의 의견수렴과 수용을 도외시, iv) 불사이군불경이부(不事二君,不更二夫)의 충열(忠烈)을 중시해서 변혁개화를 몸으로 막았다.

이런 특성을 갖고 있었기에 건강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는데, i) 운동부족으로 소화기질환, 혈액순환계 질환 ii) 담론, 당쟁, 정파 등에 의한 갈등불화로 인한 신경질환 및 정신적 질환 등이 대부분이었다.

오늘날 현대의학에서도 수명을 갉아먹는 식습관(shortening eating habits)으로 i) 식사를 하면서 술을 곁들임, ii) 식사 후에 그 자리에 앉아서 있다가 잠자고(적당한 운동도 없음), iii) 외식을 즐김(고지방, 고염 및 고칼로리의 위험), iv) 밤참(야식)을 함(고지방음식, 술 및 콜라를 곁들여), v) 입맛이 없다고 짜게 먹음(고혈압 등 기저질환 초래) 등인데 옛날 선비들은 이같은 식습관을 즐겼던 것이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고자 했던 조선시대 왕실의 식치(食治, food-drug, food-pharmacy)를 요약하면 : 국왕의 정력보강식으로, i) 흑식보양신(黑食保養腎 : 검정 콩, 검은 깨, 오골계, 흑염소, 흑우, 용봉탕 등), ii) 엽색군주였던 연산군에겐 용봉탕(龍鳳湯)과 오골계로, 미색 장희빈에게 온몸을 던졌던 숙종(肅宗)은 흑염소, 검은깨와 오골계(烏骨鷄)를 즐겨 먹었다. iii) 조선국왕의 가장 흔한 질환은 운동부족에 의한 ‘만성위장병’인데 처방은 국왕의 체면을 살려서 탕명을 ‘군자탕(君子湯)’ 혹은 일명 ‘양위탕(養胃湯)’으로 했다. 영조는 품격에 맞게 군자탕을 선호했다. iv) 청국황실(淸國皇室)에서는 도가(道家)의 신선단식(神仙丹식)에서 영감을 얻어 약이 아닌 ‘청궁팔선고’라는 떡을 만들어 먹었다. 즉 인삼, 연자육(蓮子肉), 백출(山藥), 복령, 율무(薏苡仁), 검실, 백편두, 찹쌀, 사탕을 가루로 낸 뒤에 쌀가루와 같이 쪄서 떡을 만들어 매일 3~ 4개씩 식사대용으로 먹었다. v) 조선왕실에서도 청국황실을 벤치마킹해서 ‘구선왕도고’를 만들어 먹었는데, ‘청나라 궁중의 8선녀 떡’과 비슷하나 엿기름(麥芽)과 곶감분말을 추가했다. 중요 약제 8개가 8선녀(八仙女)라는 의미인데 9선녀를 품고 있으면서 왕의 길을 가게 하는 떡 ‘九仙王道’라는 약명을 사용했다.

1450년(세종32년) 세종장헌대왕실록(世宗莊憲大王實錄)을 보면, 세종은 소화기, 호흡기, 임질, 당뇨, 안질, 신경통 등 10여 종의 질환 종합백화점이었기에 i) 궁중에 의서독습관(醫書讀習官)을 배치해서 의학적 분위기 조성과 ii) 자신의 의학 지식습득과 주변인들의 의학적인 문제의식과 해결의식을 배양, iii) 1433(세종15)년에 의학적 관심으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의방유취(醫方類聚) 등을 출간하게 했다.

1453년 수양대군(首陽大君)은 계유정란(癸酉靖亂)으로 집권했으나 정적으로부터의 위험은 물론 많은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로 인해 심인성 피부질환으로 고생이 많았기에 세조는 i) 국왕의 경연에 위정보다도 의학에 중점을 두었으며, ii) 체험을 중심으로 저술한 의약론(醫藥論)에서 심의(心醫), 식의(食醫), 약의(藥醫), 혼의(昏醫), 광의(狂醫), 망의(妄醫), 사의(詐醫) 및 살의(殺醫)로 8의론(八醫論) 분류까지 했다.

마음을 먼저 치유하는 심의(心醫), 병들기 전에 음식을 가려먹는 최고의 의사를 식의(食醫), 병이 난 뒤에 약으로 다스리는 약의(藥醫)가 있었다. 만약 2018년 5월 20일 “문재인 캐어가 나라 망쳤다.”라고 5만 여명의 전국의사가 코로나19 대질환 속에서도 총궐기했던 대규모집회 현장을 세조(世祖)가 봤다면, “작은 의사는 병을 고치고, 보다 큰 의사는 사람을 고치며, 아주 큰 의사는 나라를 고친다(小醫治病, 中醫治人, 大醫治國)”라고 하며 그들을 살의(殺醫)로 간주하고, “망치가 가벼우니 못이 솟아난다(輕錘釘湧).”고 처방전을 내놓았을 것이다.

음식으로 질병예방과 건강을 유지하고자 했던 ‘식의(食醫)’ 혹은 ‘식치(食治)’의 또 하나의 사례는 MBC가 2003년 9월 15일에서 2004년 3월 23일까지 방영한 대장금(大長今)드라마. 당시 평균 41.6%(최고 55.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한상궁의 말 “음식을 함에 앞서 먹을 사람의 몸 상태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받는 것과 받지 않는 것. 그 모든 걸 생각해야 한다. 그게 음식을 짓는 마음이다.”, “전 음식을 만들면서 늘 먹는 분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기원합니다. 부디 제 고마움이 이 음식으로 전해지기를 바랍니다.”라는 장금이의 고운 얼굴에 예쁜 말이 오금을 저리게 했다.

제주도 외돌개에서 장금이 등에 업힌 한상궁 “사람들이 너를 오해하는 게 있다. 능력이 뛰어난 것에 있는 게 아니다. 쉬지 않고 가는 데 있다. 모두가 그만두는 때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시 시작하는 것, 얼음 구멍에다가 던져도 꽃을 피우는 꽃씨야. 그러니 얼마나 힘이 들겠어.”라고 했던 말이다.

글·그림 = 이대영<코리아미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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