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직 청년 지원센터’가 시급하다
‘비구직 청년 지원센터’가 시급하다
  • 승인 2021.11.3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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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호 달서구사회복지협의회장 월성종합사회복지관장
학교를 다니지도 않고 일도 하지않는 니트(NEET :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 청년이 170만 명을 넘어섰다는 최근 연구가 나왔다. 2021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 발표논문(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2020년 청년 인구가 14.2만 명 감소했음에도 청년 니트의 수가 172.3만 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16.6만 명 증가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는 청년 니트가 177.3만 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이는 해당 인구 1210만 명의 14.7%에 달하는 것으로 청년(15세 ~34세) 10명 중 1.5 명이 학교도 직장도 없이 의미있는 경제활동을 하지않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이 연구에서는 구직활동조차 하지않고 있는 비구직 청년 니트가 132만 명으로 조사되었는데 이는 해당 인구의 10%가 넘는 것으로 청년 열 명 중 한 명은 구직 활동조차 포기해버린 것을 알 수 있다.
니트 청년의 증가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인력자원의 낭비로 인해 사회적 손실은 말할 것 없고 공동체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청년세대의 활발한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을 통해 국가의 성장과 공동체의 영속성이 보장되어야 하지만 청년 니트의 증가는 사회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국민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니트 상태에 놓인 청년의 삶이다. 부모의 경제적 수준과 지원 정도에 따라 주거와 소비의 모습이 다를 순 있어도 경제적 자립을 포기한 채 살아가야 할 삶의 모습은 그 누구도 원치않는 모습이다. 의존적인 삶보다 자주적이고 당당한 삶을 살고 싶은 것이 모든 인간의 욕망이다.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두고두고 사회적 부양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 원인이 어떠하든지 청년들이 니트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은 우리 사회의 당면한 과제다. 그것도 시급하다. 니트 상태로 보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상황이 개선되는데 더 긴 시간이 필요하며 개선되더라도 노동의 질과 임금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애정어린 눈으로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다. 청년들의 눈높이에서 기성세대와 다른 그들의 가치와 지향을 인정해 주면서 귀와 마음을 열어야 한다. 누구나 원하는 좋은 일자리를 무한정 공급할 수 없다. 경쟁과 수련의 과정 없이 기대하는 만큼의 보상을 줄 수 있는 세상도 없다. 정치인의 무책임한 사탕발림, 가식적인 위로와 선동의 언어는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당사자가 이런 현실을 이해하고 자신의 몫을 위해 힘을 낼 때까지 돕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 양질의 일자리나 양극화 해소와 같은 거시적 대책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니트 청년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한 비구직 니트 청년들은 이미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에 놓인 경우가 많다. 지친 심신으로 저하된 자존감과 자기효능감은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든다. 이미 스스로를 가두고 세상으로 나가는 문을 닫아버린 경우도 많다. 정부나 지자체가 '청년 구직활동수당'과 같은 여러 가지 유인책을 아무리 내놓아도 정작 도움이 절실한 이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상대적으로 활동적이고 정보력이 있는 청년들만 정책 수혜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담을 쌓은 그들을 찾아서 문을 열고 세상으로 안내해야 한다.
이런 일을 해야할 '비구직 청년 지원센터'가 필요하다. 니트 청년은 여러 가지 이유로 사회진입의 문턱에서 망설이고 주저한다. 문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심리적, 정서적 강화도 필요하고 직업 체험과 사회적 훈련도 필요하다. 또래 집단과의 교류와 사회적 관계회복도 절실하다. 이미 에너지가 소진된 당사자에게만 이 과제를 맡겨둘 순 없는 노릇이다. 개개인의 역량과 수준에 맞추어 이 과제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 '지원센터'의 취지다. 여기에는 청년들이 안심하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과 그들의 마음을 열고 다가갈 훈련된 전문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구에는 아직 공공이 운영하는 '비구직 청년 지원센터'가 전무하다. 5년 전인 2016년부터 지역사회복지관 두세 곳이 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관련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는 것이 전부다. 그마저 내년 5월이면 이 사업이 종료된다. 이후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이제는 대구시가 나서야 한다. '사회진입활동 촉진수당'의 현수막을 수백장 걸어봐야 자신을 가두어버린 니트 청년에겐 무용지물이다. 현수막에 눈길조차 주지않는 그들이다. 찾아내고 찾아가서 만나야 한다. 친절하게 조심스럽게 천천히 제도와 정책의 물가로 안내해야 한다. 지루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들도 국민이고 그 가족과 이웃도 국민이다. 모금이 아닌 국민의 세금으로 해야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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