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과 폭죽
폭탄과 폭죽
  • 승인 2021.12.0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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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세상에는 여러 모습의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살아간다. 누구는 둥근 모습으로, 누구는 각이 진 모습으로. 누구는 빨간색으로, 누구는 파란색으로 살아간다. 모두 각양각색이다. 사람들의 여러 모습 중 오늘은 폭탄을 닮은 사람과 폭죽을 닮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폭탄과 폭죽은 둘 다 폭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폭발로 인한 결과는 다르다. 먼저 폭탄 같은 사람의 폭발이다. 그의 폭발은 언제 터질지 몰라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늘 불안해하는 폭발이다. 한마디로 그의 폭발을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 그 사람의 심기를 건들지 않으려고 모두 신경을 쓰고, 혹여나 자신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만약 폭탄이 터지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모두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로 소모가 많다. 폭탄 같은 사람의 폭발은 한마디로 좋은 폭발이 아니다.

반면 폭죽 같은 사람의 폭발은 결과가 좋다. 터지는 것은 폭탄과 같은 폭발인데 폭죽 같은 사람의 폭발은 주위에 즐거움을 준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은 그의 폭발을 기다린다. 터질 때가 되었는데 하며 그의 폭발을 기다린다. 흔히 포텐(포텐셜 potential 잠재력이란 뜻에서 유래된 말로 속에 있던 잠재력이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것)터졌다고 할 때가 그때다. 그래서 폭죽 같은 사람은 늘 주위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한다. 그의 망가짐이 심심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2년 전 코로나가 없던 때에, 방학을 맞아 중국 윈난성, 호도협, 옥룡설산, 샹그릴라에 13일간 트레킹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특히 그때의 여행은 빼어난 자연경관을 맘껏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5000미터의 설산과 그 허리를 가로지르는 2500미터 이상의 고지대의 트레킹, 정말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멋진 시간이었다. 그때 여행에 함께 동행한 일행은 총 9명이었다. 그들과 13일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그날의 여운이 오래 남은 탓인지 우리는 여전히 서로 안부를 묻고, 서로 앞으로의 여행도 함께 계획하는 등, 서로를 그리워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그리고 얼마 전 그때를 추억하며 제주도로 모여 올레길을 걸으며 추억을 쌓았다.

그때 여행에 함께했던 일행 중 우리에게 늘 즐거움을 주는 한 사람이 있었다. 때론 엉뚱하고, 실수투성이인 것 같은 사람이었지만 그녀의 일상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그녀는 한 마디로 폭죽 같은 사람이었다. 어디로 튈지 몰라서 사람들이 처음에는 걱정했다. 하지만 그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독특함이 지치고 힘든 우리 일행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여행은 함께 하는 일행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즐거움이 반이 될 수도, 배가 될 수도 있다. 여행을 단체로 가게 되면 함께 하는 일행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 어쩌다 있기 마련이다. 그런 류의 사람들은 늘 자기 고집대로 하려고 한다. 그래서 주위 사람과 조화를 잘 이루지 못한다. 짧은 여행은 잘 모르겠지만 긴 여행은 사람의 감춰진 성격이 어느 정도 드러나게 한다. 그래서 사람을 알고 싶으면 여행을 함께 가보라고 하지 않던가. 여행을 같이 가보면 지치고 힘든 순간에 그 사람의 본성이 드러나게 되어있다. 사람을 알고 싶거든 여행을 해보라. 그것도 편한 여행이 아니라, 조금은 힘들 수 있는 그런 여행을 말이다. 사귐을 시작하는 연인도 좋고,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가 인생이란 긴 여행에 앞서, 짧은 여행을 함께 가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여행이 어렵다면 어느 정도 힘든 산이나 트레킹을 한번 함께 가보는 것도 좋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평상시의 모습이 실제 그 사람의 모습 그대로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힘든 순간 어떻게 대처하는지, 상대방을 어떻게 배려하는지를 여행을 하는 일상의 순간순간 드러난다. 사람은 힘들 때 어느 정도 본모습이 나오게 되어있다. 일반화하기는 그렇지만 최소한 본인의 경험에 비춰보면 대체로 맞는 것 같다. 본인의 지인 중에도 평상시 정말 좋아했던 부부가 있어서 부부 동반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들의 평상시 모습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실망해서, 이후 만남도 뜸해졌다는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사람들은 모두 마음속에 폭발물을 가지고 산다. 그걸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모두 우리들의 몫이다. 한 번씩 터지는 폭발이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폭탄이 될 수도 있고,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폭죽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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