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통령
한국의 대통령
  • 승인 2021.12.0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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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대통령을 지낸 두 분이 연달아 별세하고 또 다른 두 대통령이 영어생활 중에 있는 상황에서 여·야 두 후보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각축을 벌이는 것을 보면서 문득 대통령에 관한 글을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상 대통령은 보통 서민과는 아주 먼 거리에 있는 존재다. 나라를 다스리는 권력자라고 생각한다면 옛날 왕과 다를 바 없다. 옛 왕들도 백성들을 위한다는 말을 했고 오늘날 대통령도 국민을 위해서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왕이나 대통령에 대한 명확한 평가는 역사가 한다. 역사를 만드는 기록이 얼마나 두려웠던지 옛 왕 가운데는 실록을 고치거나 뭉개는 일도 있었다. 청와대 기록을 숨기려는 대통령도 있었다.

하지만 왕의 잘못이나 대통령의 잘못도 야사와 더불어 언젠가는 역사가 말한다. 나라의 역사는 왕이나 대통령이 어떤 정사나 정치를 해 왔는가의 기록이 중심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사 쿠데타로 대통령이 되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민간 민선 대통령이 들어선 후 굴곡의 삶을 살아왔다. 그들은 아마 대통령이 된 것을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있는 자리에서 전 전 대통령이 “대통령을 안 해 본 사람은 모른다”면서 대통령직이 얼마나 힘든지를 말하는 장면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전, 노 두 전 대통령은 죽어서도 대통령의 처우를 받지 못했다. 내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해서 국립묘지 안장은 법으로 제한받았다. 90의 나이에도 법정에 불려 다니면서 고통의 삶을 견뎌온 전 전 대통령은 별세, 영면 같은 용어도 쓰지 못하고 전 씨 사망이라는 말로 대접받는 일이 생겼다.

심지어 지금 여당 대선 후보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빗대면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전두환 추징법’도 만들자고 한다. 유언은 산자에 대한 죽은 자의 말 없는 부탁이다. 전 전 대통령은 “전방 고지에 백골로 남겠다”는 유언을 했지만 장지 마련이 순조롭지 못해 살던 집에 유골함이 안치된 상태다. 인간적으로 마음 아프다. 그의 잘잘못은 다음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감옥에 있는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고령의 나이에 병원에 들락거리고 있다. 그들 또한 대통령이 되었던 일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실정법에 따라 재판을 받고 죗값을 치르고 있지만 자신들의 죄 없음을 지금도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가 다 돼 가는 마당에 여태까지 사면을 하지 않는 것은 대선이라는 정치적 올무에 묶여선지 모를 일이지만 풀어야 할 과제다. 대선 후보자 누구도 사면 말을 꺼내지 않는 세태가 안쓰럽다. 한국 대통령 역사를 보면 12명의 대통령 가운데 9명의 대통령은 망명, 살해, 자살, 감옥 행으로 그 끝이 모두 불행했다. 자식과 친척들 여럿이 감옥을 살았다. 옛 왕조 시대도 아니고 어엿한 민주주의 체제 국가에서 이 같은 일이 여상한 것은 세상에서 드문 일이다. 어느 저명 칼럼자는 3·9 대통령 선거에서는 ‘감옥을 가지 않을 후보’를 골라야 한다는 뼈 있는 말을 했다.

대통령 선거가 100일도 안 남았다. 민주당, 국민의힘 대선후보자는 여론조사의 오차범위 안팎을 오가면서 선거 대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이재명 민주당’을 외치면서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행태를 보인다. 고참 정치인들을 뒤로 하고 젊은 층 위주의 인적 구성으로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그의 머리가 비상한 것은 알지만 자꾸 새로운 묘수를 보이는 것이 도리어 유권자들을 식상하게 만든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큰절하고 자기가 사과할 일이 아닌데도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무조건 잘못했다면서 사과한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보수성의 정치 고수들로 선거조직을 강화하고 젊은 층을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공직선거가 처음이라 아무래도 주변 어드바이스가 절실했던 모양이다. 여당 후보에 비하면 뛰는 재주가 부족한 것 같지만 묵직한 면이 있다. 말실수도 조심하는 것 같다.

여·야 두 후보의 선거전 모습은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주거나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문제에 봉착하면 말재간으로 자기변명을 한다. 살인사건 변호, 대장동 사건회피, 특검 수용 등 애매한 부분들이 적지 않다. 윤석열 후보는 뚜렷한 대통령 비전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선거조직 관리가 선명하지 못한 것도 흠이다. 어쨌든 현재 상황에서 유권자는 두 사람 중 한 명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 나라의 운명이 걸린 선거다. 모두가 정신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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