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한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는 작가지망생 조안나의 성장기다.
1995년 20대의 조안나(마가렛 퀄리)는 작가에이전시에 취직을 하며 뉴욕생활을 시작한다. 그는 사장인 마거렛(시고니 위버)의 조수로 샐린저에게 온 팬레터에 형식적인 답장을 보내고 편지를 파쇄하는 업무를 맡는다. 20세기 최고의 미국소설로 꼽히는'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J.D.샐린저는 작품이 인기를 끌면서 몰려드는 추종자들과 언론을 피해 2010년 91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은둔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속 샐린저는 출연분량도 많지 않지만 목소리와 뒷모습 정도만 등장해 여전히 신비로움을 고수한다.
영화에서는 1965년 '뉴요커'에 실렸던 샐린저의 단편 '햅워스'를 단행본으로 출판하기 위한 과정, 작가가 읽지도 않는 팬레터에 답장을 보내는 이유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도 다뤄져 흥미롭다.
성공한 여자 상사와 사회초년병, 등장인물만 얼핏 봤을때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마이 뉴욕 다이어리'는 일, 사랑, 우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는 청춘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걸어가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모든 것이 서툴기만 한 조안나에게 냉정하게만 보이는 사장 마가렛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녀를 이끌어준다. 작품의 명성과는 달리 베일에 가려진 작가 샐린저는 조안나와의 통화에서 항상 글쓰기에 대한 독려를 보내는 따뜻함을 보여준다.
영화는 미국 작가 조안나 래코프가 뉴욕의 작가에이전시인 '헤럴드 오버'에서 1년여 근무했던 경험을 담은 회고록 '마이 샐린저 이어'(My Salinger Year)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니 그들의 응원이 결국은 결실을 맺은 셈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혼재하던 1990년대 중반의 사무실 풍경도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배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