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에게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다. 나는 서로 이해하기 위해, 함께하기 위해, 나의 기억과 경험을 그림으로 담아내려 노력한다. 현실과 가상, 실제와 허구의 영역이 혼재하는 듯 하지만 나름의 질서가 존재한다. 나는 캔버스 위에서 시공간을 기억과 경험으로 무한히 확장시키고, 자유로움을 향하고 싶은 열망에 빠져 늘 유영(遊泳)하고 있다. 나의 자유로운 유영이 다른 사람들에게 치유가 될 수 있으리라 믿고 싶은 것이다. 나는 그 접점에서 보이지 않는 빛을 발견한다. 결국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나를 내려놓고, 비우고, 그런 가운데 타인을 포용할 때 일어나는 희열이 그 치유의 자양분이라 생각한다. 자신에겐 정화가 되고, 이웃에겐 치유가 된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나의 직업은 화가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노동이기도하다. 내 작품에 드러나는 이미지가 다른 사람에게는 새롭고 낯설게 다가간다는 사실도 여전히 흥미로운 일이다. 다음 작업시리즈는 ‘프로네시스’(실천적 지혜-德)로 향하고 싶다. 예술정신과 놀이에 대한 관찰이랄까?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에서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한다)의 창작법이 그림에 접목 될 수 있음을 고민해본다. 결국 옛 성현들이 노래하는 정신적 자연과 삶이 주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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