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QR’ 먹통…준비 안된 ‘방역패스’
점심시간 ‘QR’ 먹통…준비 안된 ‘방역패스’
  • 조재천
  • 승인 2021.12.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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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화 첫날 대구 식당가 혼란
접종인증 앱 접속 폭주로 장애
‘데이터가 유효하지 않다’ 문구
손님도 업주도 입증 못해 당황
체크인 장비 없는 업소도 많아
정착까지 다소 시간 걸릴 수도
방역패스
13일 정오께 대구 남구 봉덕동의 한 식당을 찾은 손님이 QR 체크인을 위해 스마트폰으로 네이버 앱에 접속했지만 QR 코드가 생성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재천기자
“QR 코드가 뜨지 않아 백신 접종 완료 문자를 찾느라 한참을 헤맸어요. 점심도 못 먹을 뻔했네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패스’(접종증명·음성 확인제)의무화 첫날부터 대구 지역 식당가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인증 시스템 쿠브(COOV·전자예방접종증명서) 앱에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장애가 발생한 탓이다.

13일 오전 11시 55분, 대구 남구 봉덕동 A 식당. 출입구에 선 손님들은 QR 체크인을 위해 스마트폰을 들고 네이버·카카오 앱에 접속했지만 저마다 QR 코드가 아닌 ‘데이터가 유효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마주했다. 백신 기본접종 완료를 증명해야 하는 손님과 확인해야 하는 업주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손님들 사이에선 “이러다 점심 못 먹는 것 아니냐”, “이전까지 잘 됐는데 오늘따라 왜 이러지” 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업주 역시 “QR 체크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건 오늘이 처음”이라고 했다. 손님들은 한동안 스마트폰을 보며 QR 코드가 뜨기를 기다렸고, 이후 순차적으로 기본 접종 완료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다.

직장인 하 모(31·대구 중구) 씨는 “이날 식당에 들어가는데 유독 QR 코드가 뜨지 않아 한참을 당황했다. 두 달 전 접종 완료 문자를 보여 주고서야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며 “방역 패스 의무화 전 안정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한다. 접종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이중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갑작스러운 QR 체크인 시스템 오류로 자영업자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한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QR 인증 먹통으로 인해 급히 안심콜을 신청하는 등 혼란스러웠다”, “점심시간마다 곤욕을 치르는 기분이다”, “점심시간대 시스템 오류로 손님들이 나가 버렸다” 등 반응의 게시글이 잇따랐다.

이날부터 식당·카페를 비롯해 학원, 영화관·공연장, 독서실·스터디카페, 멀티방(오락실 제외), PC방, 실내스포츠경기장, 박물관·미술관, 파티룸, 도서관, 마사지·안마소에도 방역 패스가 적용된다. 방역 패스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을 경우 업주와 이용자에게는 과태료와 영업 정지 등이 부과된다. 정부는 방역 패스 적용 시설 확대로 인한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일주일의 계도 기간을 둔 바 있다.

다만 방역 패스 제도가 안착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 업주도 있었다. A 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54) 씨는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QR 체크인이 가능한 장비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장비가 구비돼 있지 않은 곳이 정말 많다”며 “특히 연세가 있는 식당 업주의 경우 장비 설치를 도와 드려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방역 패스 제도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이날 오후 중구 동성로의 한 영화관에서 만난 김 모(23·대학생) 씨는 “부작용을 이유로 백신을 맞지 않는 친구를 보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백신 패스 제도가 시행되고, 또 적용 시설이 확대되면서 점점 백신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불합리한 측면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이날 발생한 쿠브 앱 접속 장애와 관련해 “쿠브 서버가 있는 KT DS 클라우드센터에서 접속 부하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방역 패스 시스템 과부하로 시설 이용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오늘은 방역 패스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재천·김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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