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선진국, 맞습니까
[박명호 경영칼럼] 선진국, 맞습니까
  • 승인 2021.12.1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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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한해를 결산하며 새해를 기약하는 세말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다시 대유행하면서 우리는 불안하고 우울한 날들을 직면하고 있다. 게다가 잔뜩 움츠린 우리에게 들려오는 몇 가지 소식은 서글프고도 충격적이다.

#1. 한국인은 인생에서 ‘가족’보다는 ‘물질적 풍요’를 중요시한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달 말 세계 17개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14개국 국민들이 ‘가족과 자녀’를 꼽았다. 그런데 한국인은 ‘물질적 풍요’를 1순위로 꼽고, 이어서 건강, 그리고 가족은 세 번째였다. ‘물질적 풍요’가 모든 국가에서 상위 5개 항목에 포함되기는 했지만, 그것을 1위로 꼽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2.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은둔형 외톨이 청년이 늘고 있다. 100명 중 3명꼴이라고 한다. 청년 실업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청년 4명 중 1명은 실업자이고, 구직자 10명 중 6명은 취업을 포기했다고 한다. 학교도 직장도 다니지 않는 ‘니트족’(NEET; Not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 청년이 17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그나마 20?30세대 취업자 중 40%가 36시간미만의 ‘단시간 근로자’다.

#3. 빈곤한 노년세대가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특히 여성 가구주 노년세대는 3명 중 2명이 빈곤상태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상위권이다. 국가는 노인의 삶을 걱정하기보다 이들을 부양할 청장년층의 부담만 걱정하고 있다. 지금은 일하는 사람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50년 후에는 일하는 사람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한다고 한다. 누구나 노인이 되는데 아무도 가난한 노인들의 고단한 삶을 쳐다보지 않는다.

가족을 귀중히 여기고, 어른을 대접하며, 청년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었던 아름다운 우리 문화는 어디로 사라졌나. 약자들과 소외된 자들을 배려하는 인정이 남아있기나 하는지도 궁금하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우리나라가 톱10의 나라가 되었고,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고 자랑한다. 지난 7월초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우리나라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함으로써 세계의 객관적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나라마다 고유하고 독특한 문화가 있다. 선진국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문화적 가치와 품격이 있다. 질서, 청결, 안전, 자율, 창조, 협력, 신뢰, 그리고 인간존중 등이다. 서울대 공대의 이정동 교수는 선진국에는 ‘미래지향적 문화’가 있다고 말한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조엘 모키어 교수는 ‘성장의 문화’라는 유전자가 혁신활동을 뒷받침할 때 미래지향적인 선진국 문화가 탄생한다고 강조한다. 과학적 합리주의, 개방적 태도, 기업가에 대한 사회적 존경, 과학기술인재 중시가 핵심이다. ‘성장의 문화’와 혁신친화적인 제도가 정착되어야 진정한 선진국이 된다.

선진국에 선진국 문화가 있듯이 기업에도 기업문화가 있다. 기업문화는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다. 공동의 가치와 신념에 동화되면 그 집단에 대한 분명한 소속감을 가지고 애착을 지니게 된다. 기업문화가 부실하면 ‘옳은 일’을 하려는 마음이 느슨해지고 ‘나한테 좋은 일’을 하려는 마음만 강해진다. 결국 좋은 문화가 회사를 키우고, 좋은 리더가 좋은 문화를 만든다.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일론 머스크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머스크만큼 지구에서의 삶과 어쩌면 지구 바깥의 삶까지 비범한 영향을 끼친 사람이 없다”는 것이 선정 이유다. 테슬라의 실적 호조와 함께 스페이스X는 민간인만을 우주선에 태운 채 지구궤도를 도는 우주관광을 성공시켰다. 그는 올해 최고의 성장과 혁신을 이루었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도 1999년에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바 있다. 실수와 실패의 연속으로 파산 직전에 몰리기도 했던 아마존은 ‘모든 것을 파는 가게(everything store)’가 되어 세계 최고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의 성공은 ‘아무도 탐험하지 않은 곳에서 출구를 찾아, 멈추지 않고 달리는 성장과 혁신’의 기업문화에 기인한다.

사람은 누구라도 문화와 분리될 수 없다. 문화의 소산물인 문학과 예술, SNS, 음식, 의식(儀式) 등에는 우리 삶의 모습과 정체성이 담겨 있다. ‘우리가 누구인지’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소설가 얀 마텔의 말처럼 문화가 없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도 알지 못한 채, 배회하는 고독한 동물”에 불과하다. 국가든 기업이든, 어떤 단위의 조직이라도 문화가 그 존재의 가치와 품격을 규정하는 법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문화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매우 힘든 시절이다. 그래도 2022년 새해 희망을 가져보자.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절대 포기하지 말자.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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