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으며
새해를 맞으며
  • 승인 2021.12.2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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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젠더와 자치분권 연구소장
동지(冬至)가 지났으니 새해다. 이제부터 해가 길어지기 시작한다.

동지는 1년 중 가장 강력하게 새해 기운을 받을 수 있는 날이라니 새로운 기운이 우리 옆에 와 있는 게 분명하다.

조상들은 동지 다음 날부터 해가 조금씩 길어진다고 해서 이날을 태양이 다시 기운을 회복하는 날로 여겼다.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고 했으니 어느새 한 살 더 먹었다.

동지는 새로운 출발점이다. 묵은 기운과 어려움과 불만족스러웠던 모든 것을 씻어 버리고, 마음을 새롭게 시작하자. 동지가 지나면 푸성귀도 새 마음 든다지 않는가.

어려운 시기는 맞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생각보다 길어져 어느새 2년 차를 보내는 중이기 때문이다. ‘포스트(post) 코로나’를 꿈꾸다 다시 ‘위드(with) 코로나’로 일상이 바뀌었다. 조금 나아지는 듯 하더니 지난주부터 거리두기가 강화되었다. 해가 지면 거리가 한산하다. 연말 장사를 앞두고 있던 상인들의 한숨 소리에 뭐라 할 말이 없다. 이렇듯 코로나19는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이미 코로나와 우울감(블루)이 합쳐져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도 빛이 바랠 지경이다.

이제 사람들은 ‘코로나 블루’에 적응해 가고 있는 것일까? 조사결과에 의하면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인한 우울감은 여전하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 해가 끝나가는 지금 직장인들은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것에 대한 기대감(27.7%)보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는 아쉬움을 더 많이 느낀다(65%)는 것을 알 수 있다. 새로운 한 해에 대한 기대감보다 올해에 대한 아쉬움이 크지만 그래도 응답자의 74.4%는 “내년은 올해보다 더 나은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참가하던 연말모임에 대해서는 10명 중 7명이 “코로나로 강제적 모임이 없어진 것은 다행”이라고 여긴다니 의례적 만남의 다이어트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2명 중 1명(48.6%)이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답답함과 우울함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를 경험해봤다고 응답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 유행 초기에 실시한 조사와 비교했을 때 코로나 블루를 경험한 사람은 35.2%에서 48.6%로 증가했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다시 시작되고, 언제 코로나 사태가 끝날지 가늠할 수 없게 된 현재 상황은 답답하다.

새해에 대한 기대보다 아쉬움이 더 큰 가운데 내년 3월엔 새로운 대통령이 등장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 들려오는 후보 관련 소식들은 더 우울하게 만든다.

사람이 문제인가, 소식통이 문제인가.

양당의 대통령 후보들에게 보통 사람의 양심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보통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해서는 안되는 일들이, 부끄러운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누가 제일 나을까’ 가 아니라 ‘누가 제일 못하지 않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대통령 선거는 국민들의 새해 희망도 앗아갈까 두렵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기대하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

소식통의 막말들은 그동안 무심했기에 막 자라버린 잡초밭을 보는 느낌이다. 밭을 치우고 희망의 미래를 찾는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새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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