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성적 남기고도… 이병근, 왜 떠나야만 했나
역대 최고 성적 남기고도… 이병근, 왜 떠나야만 했나
  • 석지윤
  • 승인 2021.12.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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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합의 공식 발표와 달리
이별 과정서 존중 안보여
이 감독 특정 발언 시점부터
구단 내부서 탐탁잖은 시선
5연패 직후 불신 극에 달해
알렉산더 가마 감독이 내년부터 대구의 지휘봉을 잡게 되면서 대구FC와 이병근 전 감독의 이별 과정이 주목받고 있다.

대구FC는 지난 20일 이병근 감독과 상호 합의 하에 계약 연장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단은 이병근 감독의 후임으로 태국 부리람 유나이티드를 이끌었던 알렉산더 가마 감독을 선임했다. 그는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가 감독이던 시절 경남FC,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서 수석코치를 역임하며 조 사장을 바로 옆에서 보좌한 이력이 있다. 가마 감독이 요구하는 연봉과 대구가 지급 가능한 액수에 차이가 나는 탓에 협상 과정이 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구FC는 쿤밍 전지훈련 도중 안드레 전 감독과의 재계약이 불발되자 당시 이병근 수석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임명했다. 그 후 이병근 감독은 한 시즌 내내 ‘대행 딱지’를 달고 팀을 지도했다. 통상 감독 대행직이 정식 감독 매물을 찾는 동안 ‘임시 소방수’역할임을 고려하면 부자연스러운 조치였다. 하지만 조광래 사장이 이미 가마 감독의 선임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 아귀가 맞아 떨어진다. 조광래 사장은 이미 지난해 시즌 도중 가마 감독과의 접촉을 인정한 바 있다.

조 사장은 “여름 즈음 가마 측과 접촉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태국에서 받던 연봉도 적지 않았고 계약 기간도 남아 있었기 때문에 선임으로 이어지진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일련의 과정에서 구단이 공식 발표와는 다르게 이병근 전 감독을 존중하지 않은 채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 대구 구단은 20일 이 전감독의 축구 공부 의지를 존중해 상호 합의 하에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일부 매체에선 구단의 재계약 제안을 이병근 감독이 거절했다고 보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전 감독은 구단의 발표 며칠 전까지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단 구성, 영입 필요 포지션, 플랜 비 전술 등을 구상하면서 나름대고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구단의 재계약을 거절할 예정이었던 사람의 태도로는 다소 부자연스럽다.

또 이미 구단 내부에서 이 감독에게 탐탁치 않은 시선을 보내던 정황이 포착됐다. 대구는 시즌 중반 11경기 무패행진을 내달리며 선두권 경쟁을 이어가기도 했으나 5연패에 빠지며 경쟁에서 밀려난 바 있다. 리그에서 연패 늪에 빠져있는 동안 대구는 FA컵 8강전에서 김천 상무에 역전승을 거두며 4강에 진출했다. 공교롭게도 이병근 감독에 대한 구단의 시선이 변한 시점이기도 하다.

대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천에 역전승을 거둔 이병근 감독의 인터뷰 후부터 프런트가 감독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 사작했다. 이 감독의 특정 발언이 조 사장과 프런트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후 강원, 광주 ,인천 등을 상대로도 승점을 확보하지 못하며 5연패에 빠지자 구단의 불신은 극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까스로 성남전을 가져오며 연패 늪에서 벗어났지만 구단과 이병근 감독 사이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알려졌다.

올시즌 대구는 리그 3위,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FA컵 준우승 등을 이뤄내며 2002년 창단 이래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대구가 이같은 성적을 낸 것에 이병근 전 감독의 공이 크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구는 올시즌을 앞두고 구성윤, 김대원, 류재문, 김선민, 데얀, 이진현, 신창무, 김동진 등 주전급 자원들을 대거 떠나보냈다. 이 탓에 시즌 개막 전 대구는 6위 이상은 커녕, 오히려 전문가들로부터 강등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거기다 시즌 초반에는 전 대구 선수 오 모씨의 폭행 논란, 정승원과의 계약 문제, 후반에는 제주전 대패 직후 일부 선수들의 부적절한 행동 등 내홍을 겪었다. 이병근 감독은 이런 악조건 가운데서도 구단 역대 최고 순위를 경신하는 등 팀을 성공적으로 수습해냈다. 물론 이병근 감독이 주전 골키퍼 문제나 일부 선수 기용, 관리와 관련해 아쉬움을 남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달성한 업적까지 폄훼되어선 안 될 것이다.

구단의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한 감독을 내치고 새 감독을 선임한 대구가 내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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