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의 위기와 허상
K-방역의 위기와 허상
  • 승인 2021.12.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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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일 영남이공대학교 여행·항공마스터과 교수
정부와 여당이 그토록 자랑하던 K-방역의 허상이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K-방역 홍보에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연일 목소리를 드높이며 수천억 원의 국민 세금을 지출하였지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난국을 맞고 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작한 지 40여 일 만에 신종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8천명을 육박하고, 위·중증 환자가 1천명에 이르렀다. 또한, 사망자 수가 9배 이상 늘어나며, 누적 환자 수는 6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연일 수치를 경신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의 수장 역할을 맡은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지난 12월 16일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발표하며“유행이 악화되면 내년 1월 중에는 최대 2만 명까지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으며, 위·중증 환자가 12월 말 1천900명까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사실상 국내 코로나19 방역상황이 한계치에 이르렀음을 자인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 11월 1일 단계적 일상 회복을 선언한 지 불과 50일도 되지 않아 12월18일부터 다시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대책을 발표하였다. 그나마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이후, 일일 확진자 수가 6천 명대로 다소 감소하였지만, 문제는 언제 일상이 회복될지는 기약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방역전문가 사이에선 정부의 거리 두기 강화 조치가 늦었다는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단계적 일상 회복에 따른 신규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급증은 예고된 것으로 신속한 방역 강화 조치가 필요하였지만, K-방역 성공을 자만하다가 지금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1년 전 코로나19 3차 대유행 때 ‘병상 대란’으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사태를 겪고도 병상 확보와 의료인력 수급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여 코로나 5차 대유행 상황에서 국민을 심한 불안에 빠뜨렸다는 비판을 피하기도 어렵다. 의료기관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의료인력 및 중환자실 병상 부족 사태로 연일 힘겹게 버티고 있지만, 사태가 지속되면 의료 시스템 붕괴로 인한 위기가 임계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월 21일 대통령은 ‘2021 국민과의 대화’에서 “K-방역을 비롯하여 대한민국 위상이 아주 높아져 지금은 거의 세계 톱10”으로 국민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임기 중 최대 성과로 K-방역을 손꼽기도 하였다. 또한 “위·중증 환자 증가세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정부는 5천~1만명까지 확진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비했다며 병상을 빠르게 늘리고 인력을 확충해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단계적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언급한 지 20일도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하는 등 현실은 정반대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 신기하게도 대통령이 낙관론만 언급하면 사안마다 어김없이 반대 상황이 반복하여 발생하는 현상은 우연치고는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이번에도 예외 없이 대통령이 일상 회복의 기대감을 표명한 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다시 강화하며 “국민에게 송구스러우며 단계적 일상 회복 과정에서 위·중증 환자 증가를 억제하지 못했고 병상 확보 등에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사과 메시지를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하였다.

집권 여당과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홍보한 K-방역의 성공은 지난 2년여 동안 국민의 헌신과 의료진의 희생으로 이루어졌으며 정책 집행 과정 국민의 공감과 참여가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부 정책은 국민의 공감과 기대를 도외시한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다. 방역 강화와 완화를 반복하는 갈지자 ‘위드 코로나’정책으로 일관하며 백신 패스 의무화, 일방적 재택 치료, 손쉬운 과태료 부과 등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통행식 정책으로 흐르고 있다. 방역에 실패한 정부의 무능과 책임에 대한 반성은 고사하고 국민에게 일방적 희생만 강요한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오죽하면 여야의 대선 주자들도 K-방역 실패에 대하여 한목소리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언론과 정치권이 K-방역 실패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자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정부가 방역에 실패했다는 주장은 국민의 헌신과 의료진의 희생이 실패했다는 이야기인가”라며 오히려 시중의 비판 여론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행태도 그다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백신 접종률을 자랑하고 “K-방역이 국제 표준”임을 자화자찬하며, 지난 하계 올림픽 때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을 비웃다가 최근 일본으로부터 K-방역 실패를 조롱당하는 현실이 서글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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