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만 호구로 만드는 실손보험료 인상
가입자만 호구로 만드는 실손보험료 인상
  • 승인 2021.12.28 20: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성아 이학박사·전 대구시의원
가입자가 3,900만명 이상인 실손보험은 사실 '국민보험' 혹은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릴 만큼 가입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들 가입한 보험이다. 이런 실손보험료에 대한 인상률이 이번 주 안에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가입자들은 벌써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으나 가입 시기에 따라 9%에서 16% 정도로 보험료가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보험사들이 요구한 인상률은 25%이다. 보험업계는 내년 1월 실손보험 갱신을 앞둔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예상 인상률(10~20%)을 통지하는 '갱신 고지서'를 발송하고 있고 이번 주에 금융당국과 보험사 간의 인상률 조율이 끝나고 최종 인상률이 확정되면 안내문은 다시 발송될 예정이다.

실손보험은 가입조건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보통 3년에서 5년 주기로 보험료가 갱신되는 구조다. 내년 1월에 5년 만에 갱신을 맞는 가입자는 누적 인상률이 적용될 경우 많게는 보험료 자체가 2~3배쯤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스럽게 가입자들은 "이럴 것이면 당초 왜 이렇게 상품을 설계하고 팔았나"하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보험업계의 설명은 각종 비급여진료의 인상과 의료쇼핑 및 과잉진료 등의 도덕적 해이로 실손보험은 손실이 커지는 구조라며 보험료 인상의 당위성을 피력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실손보험의 적자를 면하기 위해서는 2031년까지 매년 19.3%씩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논리를 피고 있는데 참고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실손보험료의 평균 인상률은 13.4%였다.

사실 2009년 이미 금융당국은 보험업계에 기존에는 없던 자기부담금을 도입하고 보장내용을 표준화한 것으로 보험사의 손을 들어준 적이 있고 2012년에는 재가입주기(15년)를 도입, 보험료 조정주기(3년☞1년) 단축, 자기부담금 확대 등 두 번째 실손보험 종합개선대책을 시행했다. 이후 2017년에는 일부 비급여진료 항목을 특약으로 분리하여 2년 무청구자에 대한 보험료 할인 제도를 도입한 착한실손보험이 시장에 나왔다. 올해 발표한 4번째 제도개선으로 보험료 차등제를 실손보험에 도입하기로 발표하였고 자기부담금을 30%까지 상향하고 받은 보험료에 따라 최고 3배까지 차년도 보험료가 할증되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사실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려면 가입자가 영수증과 진료명세서, 소견서 등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병원에서 발급받아 이를 우편, 팩스, 이메일, 애플리케이션 이용 등으로 보험사에 제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러한 불편 때문에 소액인경우 가입자가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는 비율도 매우 높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고 가입한 지 10년도 훌쩍 넘었지만 사실 실손보험료를 청구해 본 적이 없다. 크게 아프지 않았던 반증이라며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필자와 같은 가입자의 경우 이런 인상에 당연히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의무 가입인 국민건강보험료도 모르긴 해도 코로나 방역으로 지출된 천문학적인 지출의 여파가 가까운 시일 내에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고 이미 내년부터는 인상될 것이 확정되었다.

이러한 보험약관 변동 추이를 보면 가입자가 결국 모든 책임을 지고 보험료를 내든지 아니면 해약하든지 하라는 것밖에 안되는데 이러한 보험을 관리하는 금융당국의 담당자들은 최초에 보험회사가 이러한 상품을 내놓을 때 정관을 다 확인하고 인가를 내주었을 것인데 지금 와서 보면 그 부작용은 모두 보험 가입자들의 몫이다.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을 운운하며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목소리에 스피커를 달아주지만 애초에 건강보험공단이 책정한 병원 의료수가부터 책정이 잘못되었고 이것이 시발점이 되어 결국 흘러흘러 이 지경까지 온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필자와 같은 평범한 가입자의 경우 지금과 같은 인상률을 보면 결국 보험사가 가입자들이 기존의 실손보험을 유지 못하게 만든 후 해약을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손보험료 인상과 관련한 보험사의 논리라면 수익이 많이 나는 보험은 수익률을 인하해서 보험료를 낮춰서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는데 이제껏 그 어떤 보험상품도 이런 적은 본 적이 없다. 보험사의 이런 행태를 보면 참 편하게 장사한다는 생각이 든다. 엄청난 수익이 나면 직원들끼리 돈잔치 하고 눈꼽만큼 손해가 나면 득달같이 인상 요구하고 매년 손해가 나는데 여러 암보험이나 종신보험에 실손보험을 끼워팔기로 신규가입은 왜 받는지. 이럴 것이면 실손보험을 아예 보험상품에서 없애면 될 것인데 또 막상 실손보험 판매를 안 하는 보험사는 없다. 눈치 보며 거대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는 무능한 금융당국과 10원 한 장 손해 보지 않으려는 보험사 사이에서 가입자들만 등골이 뽑힌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