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은, 둘 중 하나
선택은, 둘 중 하나
  • 승인 2021.12.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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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이렇게 또 일 년이 지나간다. 누가 내게 일 년 동안 무얼 했냐고 물으면, “잘 견뎌냈습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 잘 견뎌온 시간이었다. 코로나가 사라지고 일상이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과는 달리 코로나는 더 보란 듯이 우리 삶 속으로 파고들었다. 많은 사람이 지칠 대로 지친 시간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 불안한 삶 가운데 우리는 이렇게 견뎌내고 있다. 견디는 것만 해도 참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선택할 것이 없어서 견뎌낸 것이 아니라, 넘어져 주저앉아서 모든 것 다 포기할 수 있는데도 우리는 견뎌내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기에 견뎌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을 자격이 있다. 잘 견뎌온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복잡하게 생각하면 한없이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생각하면 또 간단한 것이 인생이다. 누가 말했다. 인생은 B와 D사이의 C라고. 풀어 말해보면 B는 Birth(탄생)를 말하고, D는 Death(죽음), C는 Choice(선택)를 말한다. 즉 인생이란 탄생과 죽음 사이의 선택이란 말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 인생은 수많은 선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 선택의 결과로 완성되는 것이다.

선택은 우리가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시작된다. ‘지금 바로 일어날까? 아니면 좀 더 누워 있다가 일어날까?’ ‘아침밥은 먹고 갈까? 아니면 그냥 가볍게 우유 한잔 할까?’ ‘어떤 옷을 입고 갈까?’등 수많은 선택이 눈을 뜨는 순간부터 우리 앞에 놓인다. 그리고 우리는 앞에 놓인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물론 모든 선택이 고민을 동반하는 것은 아니다. 습관처럼 늘 해오던 방식의 선택들도 있다.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나름의 최선이라 생각하는 선택을 세팅해 놓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의 결과에 의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선택이 모여 삶이 된다.

선택은 우리가 언제 어디서나 늘 함께 다녀야 하는 아주 가까운 친구이면서도, 때론 부담이 가는 친구이기도 하다. 선택이 즐겁지 않고 부담스러운 이유는 선택에 따른 결과 때문이다. 선택하는 순간, 책임은 선택한 사람의 몫이 된다. 바로 그 책임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선택에 따른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이고, 또한 선택의 결과로 인한 파장이 얼마나 클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선택이 부담스럽고 두려운 이유는 바로 책임 때문이다.

그렇다면 책임은 무엇인가? 책임은 우리가 ‘맡아서 행해야 할 의무나 임무’를 말한다. 그래서 책임은 행위의 당사자가 져야 한다. 지나가던 구경꾼은 해당 행위에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한마디로 책임은 현 상황에 주인공이 지는 것이다. 책임을 지기 싫다는 소리는 이 상황에 대해서는 주인공이 되기 싫다는 소리고, ‘나는 구경꾼이 되겠소.’라는 소리와 마찬가지다. 책임은 주인공에게만 주어지는 의무고 임무다.

어린아이 때부터 선택의 기회를 자주 주어져야 한다. 아주 위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작은 것부터 선택을 연습해가야 한다. 그래서 선택은 스스로 하는 것이고, 선택에 따른 결과의 책임은 본인이 진다는 것을 직접 몸으로 깨닫게 해줘야 한다. 하지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환경이 제공되기도 한다. 옷 입는 것부터, 먹는 것까지 대신 선택해주는 부모도 있고, 꿈과 진로를 대신 선택해주는 선생님도 계시다.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주는 것은 괜찮지만 그냥 ‘우리말만 듣고 너는 열심히 따라오기만 해’식의 안내는 좋지 못하다. 대신 선택해주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책임의 소재를 자신에게 돌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늘 선택과 마주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순간,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나아갈 것인가? 직접 선택해야 한다. 머물겠다고 생각하면 그냥 머물러 있으면 되고 이대로 안 되겠다 싶어서 변화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변화를 시작하면 될 일이다. 어려움은 있을지 모르지만, 변화를 선택했다면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아 나가게 되어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언덕을 만나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둘 중 하나의 선택이다. 넘든지, 주저앉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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