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디자인 기행] 만족감과 자신감을 주는 향수, 단지 향이 좋아서일까?
[일상 속 디자인 기행] 만족감과 자신감을 주는 향수, 단지 향이 좋아서일까?
  • 류지희
  • 승인 2021.12.3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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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보이지 않는 가치를 담는 오감브랜딩
보틀의 힘 - 다양한 형태·색상·소재로 고유한 향 구현
희소성의 힘 - 시리즈별 스토리 갖춘 조말론 ‘향기 레이어링’ 원조
PR의 힘 - 후각 이미지를 활용, 매력적인 사람으로 변신
샤넬향수
향수병디자인은 후각적 요소를 시각화하여 연상작용을 불러 일으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 제조사들은 아름다운 디자인 형태와 소재를 까다롭게 디자인한다. unsplash 제공

가끔은 많은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의 잔향이 뇌리 속에 오래 남을 때가 있다. 혹은 어떠한 장소에서 나는 특유의 향이 그 공간의 분위기와 모습을 새로이 기억되게 만들어준다던가 하는.

필자는 향수에 관심이 많아 한 때 조향사를 꿈꾸기도 했었고 향수병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향수병디자이너의 꿈을 키워왔던 적도 있었다. 향기로운 향기만큼이나 향을 담고 있는 용기의 매력적인 디자인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향수는 용기디자인이 그 가치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왠지 고급스럽고 예쁜 향수를 가지고 있으면 나라는 사람의 분위기도 더 매력적인 옷을 한 겹 더 입게 되는 듯한 마법에 걸리는 것 같다. 향수브랜드 매장을 방문하여 시향을 할 때에 좋은 향기가 너무 많아 마음에 드는 향을 고르기가 어려웠던 적이 있는가? 그럴때면 친구들이나 직원분들에게 도움을 구해본 적도 있울 것이다.
 

사진2
블랙 컬러가 인상적인 샤넬 코코 누와르 향수.
unsplash 제공

◇“저에게 어울리는 향수를 추천해줄 수 있나요?”

대게 향수를 고를 때에는 여성스러우면서 차분한 이미지, 귀여우면서 발랄한 이미지, 도시적이고 시크한 이미지, 클레식하면서 점잔은 이미지, 남성적이면서 거친이미지, 당당하고 세련된 이미지 등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이미지와 분위기에 맞춰서 추천을 해주거나 혹은 그렇게 보여지길 원하는 이미지의 향기를 찾아 믹싱하기를 권한다. 실제로 같은 향수를 사용하더라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체향이 제 각기 다르기 때문에 향수와 체향이 섞여서 풍기는 향이 진짜 나라는 사람을 브랜딩해주는 시그니처 향기가 된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향수를 좋아해서 구입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향수 냄새를 잘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는 한 편으로는 향수가 다른 제품보다 패키지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으로 향수용기와 패키지는 향이 갖고 있는 미묘한 차이를 고급스러운 시각적 상징을 통해 구체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수품은 아니지만 기꺼이 고가를 지불하게 마법적인 힘을 발휘한다.

향수를 고를 때에는 최근까지 다른 디자인 분야보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향수패키지 전문디자이너를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길쭉한 원뿔 형태의 향수병에 크리스털 구, 사다리꼴 박스에 미니멀한 블랙글씨 등 모던과 클레식을 넘나들어 그래픽틱한 자유로운 컨셉과 분위기를 시도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소재와 컬러로 향수가 지닌 향을 대변하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퍼스널 이미지까지 고려하여 시각적 요소뿐만 아니라 후각적인 요감각까지도 브랜딩의 중요한 요소로써 활용되고 있다.
 

조말론향수
대중에게 사랑받는 향수브랜드 중 하나인 에스티로더 조말론 향수는 고객심리를 잘 파악하여 자신에게 어울리는 두 가지 이상의 향수를 블랜딩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향수는 20세기의 대표적인 아트의 상징이었다.

향수의 기원이라고 하면 프랑스 귀족들이 불쾌한 냄새를 덮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많이 생각하는데, 실제로 프랑스 왕족의 향수 사랑이 매우 각별하여 숙련된 장인을 통해 개별성과 고급스러움을 표현할 수 있는 향수제조에 힘을 싣었다.

대체로 향수 브랜딩은 첫째, 미니멀리즘의 추세로 Chanel의 용기와 Armani의 Gio와 같은 기하학적인 형태와 둘째, 신비스러움과 성적인 매력을 표현하는 Beverly Hills의 Wings 또는 랑방의 에끌라드아르페쥬와 같은 유기적인 형태와 셋째, 기법(Gimmick)을 이용한 것으로 Jean Paul Gaultier의 Torso와 Elizabeth Tylor의 Diamond의 메탈 장식을 통해 제품의 이미지를 전달하였다.

인간이 오감 중 후각적 감각의 향기산업은 시각적 산업인 패션으로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중 필자가 특히 애정하며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향수 브랜드가 있다. 자연을 표방하는 자연스러운 향이 고급스럽기로 유명한 브랜드 ‘조말론’ 향수이다.

조말론 향수가 에스티로더 그룹 소속 브랜드로 런던의 조향사 조 말론이 1994년에 만든 니치 향수 브랜드인데, 조말론 향수 브랜드 스토리는 패션마케팅의 기존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오감마케팅’을 잘 활용하여 향수디자인 자체가 지닌 고급스러운 시각이미지 뿐만이 아니라 각기 향수 시리즈별로 지닌 탄생스토리 및 향기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구매력을 극대화시킨다. 특히, ‘향기의 DIY’ 즉, 고객이 여러 향수를 섞어 뿌려 자신만의 향기를 만들 수 있게 한 전략은 누구나 자신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표출하고 싶은 심리를 잘 활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향수는 섞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오히려 매력적인 희소성을 지닌 요소로 발상의 전환을 이끈 것이다.

게다가 향수 시리즈들은 제 각기 스토리를 지니고 있어 고객들이 브랜드제품에 대한 깊은 애정과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후각이미지는 퍼스널 브랜딩의 주요 요소

자신의 개성에 맞는 향수병과 향기를 고르는 일은 정서적인 만족감을 향상시켜 주고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을 장착하는 자신감의 효과까지 주니 후각마케팅이 퍼스널 브랜딩에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방송 녹화를 할 때마다 미리 녹화장에 조말론 향수를 뿌려놓곤 했으며, 비욘세는 콘서트를 할 때면 대기실에 조말론 향초를 켜놓게 한다. 향기에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를 담아 후각적 이미지를 브랜딩해나갈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임을 그들은 알고 있던 것이다. 향기만 좋은 사람이 아니라 그로 인하여 아름답게 기억되고 떠올려질 수 있는 사람, 제품 혹은 공간이 되는 것, 그것이 진정한 후각 마케팅이자 퍼스널 브랜딩일 것이다.

이제부터 향수를 고를 때에는 그 향기에 나의 잔향과 잔상을 어떻게 담아 나갈지, 누군가로부터 어떠한 나의 이미지를 그려지게 만들지 함께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고유하고 특별한 나만의 인향이 널리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류지희<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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