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미래칼럼] 일론 머스크와 울고 있는 한국의 70년대생
[박한우의 미래칼럼] 일론 머스크와 울고 있는 한국의 70년대생
  • 승인 2022.01.0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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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영남대 교수 빅로컬빅펄스Lab 디렉터
타임(Time Magazine)이 2021년 올해의 인물로 일론 머스크를 선정했다. 일론 머스크는 전기 및 자율 자동차를 생산하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이자 ‘스페이스엑스’를 통해 우주여행의 장밋빛 미래를 전파하는 모험가이자, 2013년 이후 주목하지 않던 도지코인을 비트코인보다 더 유명하게 만들며 가격 폭등을 주도한 SNS 인플루언서이다. 타임지의 선정 결과를 놓고 찬반이 엇갈린다. 긍정론자는 혁신의 아이콘으로서 일론 머스크는 우리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시대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했다고 주장한다. 비판론자는 그가 올해 내내 몰고 다닌 각종 이슈는 사회가 사고뭉치 경영자이자 트위터 광대의 의미 없는 행동에 놀아난 증거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론 머스크에 대한 논쟁을 보면 중요한 사실이 빠져있다. 1971년생인 그가 속해 있는 세대적 정체성이다. 미국에서 7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을 빌 게이츠 세대라고 부른다. 빌 게이츠는 1975년에 ‘마이크로소프트’를 창립한 기업인이다. 일론 머스크는 어린 시절부터 개인용 컴퓨터를 접하고 20대가 되어서는 인터넷으로 온라인 세계에 접속한 세대에 속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구글’의 설립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73년생으로 일론 머스크와 같은 빌 게이츠 세대이다. ‘트위터’ 최고경영자였던 잭 도시도 76년생이다.

미국에서 70년대에 태어난 인물들이 디지털 기술을 어릴 때부터 경험하며 자유로운 온라인 문화 속에서 성장했다면, 한국에서 출생한 일론 머스크 친구들의 성장 경로와 사회 진출은 사뭇 많이 달랐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묘사했듯이, 한국에서 출생한 70년대생이 보낸 10대 시절은 입시교육으로 멍들어 있으며, 청장년 기간은 가족주의를 매개로 형성된 봉건적 공동체 안에서 생활을 해왔다. 한국의 70년대생은 수평적 디지털 문화와는 거리가 먼 아날로그적 공간 안에서 위계적 유대를 형성하는 것을 삶의 미덕으로 알고 살아왔다.

미국 70년대생의 모험적 시도가 새 시대의 혁신으로 일컬어진 반면에, 한국의 동년배들에게 혁신이란 철로에서 벗어난 일탈이자 낙오자 대열에 포함될 수 있기에 금기시되었다. ‘불평등의 세대’를 집필한 이철승 서강대 교수에 따르면, 한국은 86세대가 우리 사회의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자원을 독점하면서 70년대생은 주변적 계급으로 밀려났다고 한다. 박중근은 ‘70년대생이 운다’ 저서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한국의 70년대생은 선배 세대로부터 시키면 ‘시키는 대로, 까라면 까라는 대로’의 문화를 학습했지만, 후배 세대로부터 꼰대로 지목당하며 조직에서 숨조차 제대로 못 쉬고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한다.

민주화를 주도한 86세대가 우리 사회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한국의 70년대생은 선배들의 그늘 아래에서 어쩌면 길들여져서 목소리를 내기조차 힘들었을 수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대학 졸업 시기에 발생한 IMF 구제금융 위기는 70년대생의 취업 문을 전례 없이 어렵게 만들었다. 사회 초년기에는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겨우 잡은 직장을 잃는 슬픔을 일찍이 경험했다. ‘네이버’의 81년생 신임 대표에서 나타났듯이 불철주야 일한 직장에서도 후배 세대에 밀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60년대생 뒤를 85년생인 이준석 등이 물려받으며 70년대생 건너뛰기는 보편적 현상이 되고 있다.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70년대생이 겪는 상실감은 매우 크지만 사회적 공감을 획득하는데도 실패했다. 김찬우 오피니언라이브 빅데이터 센터장의 분석에 따르면, 70년대생에 대한 언론 프레임은 세대의 자립성과 주체성이 불명확하고 개인주의와 웰빙주의 집단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70년대생이 정치 및 산업 구조의 변화과정에서 능동적으로 진화하지 못한 ‘낀 세대’로 낙인되고, 이제는 ‘꼰대 세대’로 분류돼 미즈(MZ)세대에게 밀려나는 것이다. MZ는 Y세대로 불리는 80년대 초반부터 90년대 중반에 걸쳐 태어난 밀레니얼(Millennial)과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출생한 Z세대를 합쳐서 부르는 용어이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한국의 70년대생은 그 이전 세대와 달리 포털, 배낭여행, 생수병과 함께 디지털 유목민, 글로벌리즘, 생태주의 문화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 세대이기도 한다. 70년대생은 디지털 사회를 주도하는 빅테크 플랫폼 기업을 탄생시키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인터넷이 정착한 1990년부터 2005년까지 15년간을 웹1.0 시대라고 부른다. 웹2.0 시대는 2006년부터 2020년까지다. 70년대생은 30년 동안 온라인 정보와 콘텐츠의 생산자이자 이용자로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자리 잡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한국의 70년대생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화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스토리를 창조할 수 있는 잠재력이 다분하다. 70년대생은 86세대의 동생이자 MZ 세대의 삼촌이고 부모이다. 아날로그 공동체와 디지털 개인주의 모두에 익숙해 전후 세대와 공유 가능한 스펙트럼이 넓은 스토리가 많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71년생으로 동시대가 가진 문제의식을 표현의 자유가 확보된 글로벌 플랫폼에서 이야기하는데 성공한 대표적 사례이다.

한국의 70년대생이 미국처럼 파워 엘리트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특정 세대의 건너뛰기는 지금 당장은 잘 보이지 않겠지만 세대 간 통합을 가로막아서 일류 국가로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될 것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70년대생의 실체와 활동을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하면서 토론하고 시대적 화두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70년대생이 지닌 세대적 자산과 문화적 정체성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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