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정용진의 멸공(滅共)- 멸공이 언제부터 금기어가 되었나
[윤덕우 칼럼]정용진의 멸공(滅共)- 멸공이 언제부터 금기어가 되었나
  • 승인 2022.01.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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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멸공(滅共)의 횃불’. 군대에 간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군가다. 40여년 전 논산훈련소와 훈련장 산등성이에서 목이 터져라 수도 없이 불렀던 ‘멸공의 횃불’. ‘멸공의 횃불’은 훈련소에 입대해서 제대할 때까지 불렀던 대한민국 10대 군가 중의 하나다. 이제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던 그 노래가 최근 다시 가슴깊이 와닿는다. 가사는 이렇다.

“아름다운 이 강산을 지키는 우리, 사나이 기백으로 오늘을 산다. 포탄의 불바다를 무릎 쓰면서, 고향땅 부모형제 나라를 위해, 전우여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 멸공의 횃불 아래 목숨을 건다.”

그때 그 시절 힘든 훈련이었지만 이땅의 부모ㆍ형제들과 이땅의 평화를 생각하며 불렀던 군가다. 목소리가 약하다며 기합도 수 없이 받았다. 어떤 날은 기합으로 팔굽혀 펴기를 수천 번 한 날도 있었다. 각개전투 훈련 때는 팔꿈치에서 피가 흐르는 것은 예사였다. 이 모두가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내기 위한 이땅의 청년들의 피땀이었다. 그 청년들은 지금 아버지가 되고 할아버지가 되어 여전히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ㆍ전체주의를 두려워하며…

최근 정용진의 인스타그램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새해에는 이거 먹고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멸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숙취해소제 사진을 올리면서 쓴 글이다. 멸공(滅共)은 공산주의자를 멸한다는 뜻이다. 최근 소셜미디어에 연달아 ‘공산당이 싫다’고 쓰면서 논란에 휩싸였던 정 부회장이 새해에도 연일 ‘멸공’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73만명에 이르는 정 부회장은 소셜미디어 활동이 가장 활발한 재계 총수다.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올린 이 게시물을 지난 5일 삭제했다가 정 부회장이 항의하자, “시스템 오류였다”고 해명한 뒤 다음날 복구했다. 이 같은 사실은 정 부회장이 이날 밤 ‘게시물이 삭제됐습니다’ ‘회원님의 게시물이 폭력 및 선동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위반합니다’라는 인스타그램 측 경고 메시지를 캡처해 올리고 이에 항의하는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멸공 단어가 포함된 이전 게시물이 40여 개가 되고, ‘멸공’ 관련 다른 사용자들의 글이 1000여 건이나 되는데, 왜 특정 게시물만 지워진 것이냐”며 “이게 왜 폭력 선동이냐”라고 반발했다. 정 부회장의 글에는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는 등의 댓글 수백 개가 달렸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일 ‘멸공’ 발언을 하자 여야 정치인들이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용진 부회장을 응원했다. 이용호 의원은 “최근 SNS에 몇 차례 쓴 ‘멸공’때문에 화제를 모은 정용진 부회장이 7일 통신조회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가 ‘멸공’을 하던 ‘친공’을 하던 관심이 없다”며 “그러나 권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한국의 기업풍토에서, 소신을 가지고 자신의 의사표시를 하는 그의 용기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이어 “특히 최근 국민의힘이 공수처의 무차별적 통신조회를 문제 삼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검찰 통신조회 사실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은 매우 용기 있는 행동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용호 의원은 “그가 지난해 5월 가재·우럭 등 음식을 올리며 ‘고맙다. 미안하다’라고 인스타그램에 쓴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추모 글귀를 연상시킨 것으로 보도되며 감시의 대상이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게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정용진 파이팅!”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관계도 정확하지 않은 보도 링크해서 중국을 자극하는 게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말 한마디에 천금이 오르내린다고 했다”라며 “신세계는 앞으로 중국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본인의 그런 한마디가 중국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수많은 우리 기업과 종사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생각하고 사려 깊지 못한 행동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라고 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자신이 중국을 겨냥해 멸공 게시물을 올렸다는 지적에 대해 “나의 멸공은 중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는 남의 나라가 공산주의든 민주주의든 일말의 관심도 없다”라며 “남의 나라에 간다면 그쪽 체제와 그 나라 법을 준수할 뿐이다.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 위에 사는 애들(북한)에 대한 멸공이다”라고 해명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공산주의가 싫다”고 밝히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글마다 종종 ‘멸공’ 해시태그를 붙여왔다

정 부회장은 “진행 중인 재판이 없고 형의 집행이 없고 별다른 수사 중인 건이 없다”면서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내 통신내역을 털었다는 얘기냐”고 했다. 정 부회장은 “날 비난할 시간에 좌우 없이 사이좋게 싸우지 말고 우리 다 같이 멸공을 외치자. 그게 바로 국민이 바라는 대화합”이라고 했다. 언제부터 대한민국에서 멸공이 금기어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멸공이 금기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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