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입니다](1)현장의 그들, 경험과 고민...“취업 대신 창업” 평생 일자리 대신 다양한 분야 도전
[나는 청년입니다](1)현장의 그들, 경험과 고민...“취업 대신 창업” 평생 일자리 대신 다양한 분야 도전
  • 윤덕우
  • 승인 2022.01.1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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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지역 향한 인식체계 변화
고용절벽 도시 대신 지역에 눈길
지자체선 청년 유입 지원책 강화
창업 지원 프로그램 수요도 늘어
창업은 청년 잠재력 촉발 매개체
경제활동 통해 공동체 연대 모색

과거에 비해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의 수는 크게 줄었지만 지역에는 여전히 많은 청년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는 수많은 경험과 고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만들어지고 있다. 필자는 지난 몇 년간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청년들이 지역 현장에서 어떤 경험과 고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연구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청년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들을 연재하고자 한다.


최근 ‘지역에서 살아보는 건 어떨까?’라고 생각해 보는 청년들이 꽤나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단적인 예로, 많은 지자체에서는 청년을 대상으로 살아보기 프로그램이라든지, 시골에서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창업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청년들의 수요도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은 지역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지역에 청년이 머문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동안 지역에서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도시로 향하는 청년들을 붙잡을만한 명분이 없었다. 그래서 연고가 없는 청년들을 새로이 맞이하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해 보지도 못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청년들이 지역을 바라보는 인식체계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당신의 장래희망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은 더 이상 성립될 수 없는 질문이 되었다.

학창시절,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매년 생활기록부에는 장래희망을 기입하게 되어 있었다. 그때마다 선생님은 질문을 하셨다. “너는 어른이 되면 뭐가 되고 싶니?”

이 질문은 직업의 형태로 명명되어 있는 선택지 중에서 내가 고르는 하나가 답이 되는 질문이었다. 내가 고른 답은 목표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스무살 즈음 깨닫게 된다. 그 선택이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직업을 통해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영위한 기성세대의 사례에 내가 생각하는 삶의 가치를 대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도 알게 된다. 왜냐하면 과거와 현재는 모든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늘의 세상이 어제의 세상과 다르고, 오늘의 성공과 오늘의 행복과 오늘 상상해 본 미래는 어제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청년세대는 더 이상 기성세대가 만들어낸 길을 따라 걸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주변 환경은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안은 최근 30년간 평균 해수면이 3.12mm씩 높아졌으며, 2010년부터는 상승속도가 10% 이상 증가하여 해수면 상승 속도가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고 한다. 해수면 상승은 홍수, 지진, 해일 등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자연재해를 동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청년세대는 어디에서 살아갈 것인지,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 있어서 기성세대가 걸어온 길을 답습해서는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불투명한 미래사회에서는 보편화된 선택지가 아닌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하다. 장래희망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꿈꾸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인 것이다. 직업의 형태로 명명되어 있는 선택지들 중 일부는 AI로 대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며,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직업들조차도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장래희망이라는 질문은 더 이상 성립될 수 없는 질문이 되었다.

▷지역의 청년들은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지역 청년들은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사실 노력의 시작은 시도와 도전이다. 최근 TV프로그램 중에 파일럿 프로그램이 종종 등장한다. 파일럿 프로그램이란 방송사에서 정규편성에 앞서 1~2편을 미리 내보내 향후 고정적으로 방송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만든 샘플 프로그램이다. 파일럿 프로그램을 내보낸 결과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으면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하게 된다. 방송사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이유는 다양한 선택지를 확보함으로써 변수가 많은 시장에서 전략적으로 살아남기 위함이다.

 

다시-권기한아그로스대표제품홍보
칠전팔기로 본인의 선택지를 다양하게 만들어낸 권기한 대표가 제품홍보를 하고 있다.

지역의 청년들 또한 시도와 도전을 통해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냄으로써 전략적으로 미래를 설계해 나가고 있는 사례가 있다.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아그로스 권기한 대표는 원예학(약용작물학)을 전공하고, 군 장교로 7년을 복무한 뒤, 다양한 분야로 창업과 폐업을 반복하면서 본인의 직업적 정체성을 찾았다고 한다. 권기한 대표는 어린아이들을 타겟팅한 사업 아이템부터 군생활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20대 초반의 청년들을 타겟팅한 사업, 그리고 리사이클링 사업까지 본인이 시도해보고자 하는 거의 모든 분야로 창업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그 경험의 횟수가 7번이 넘는다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흔히 폐업은 실패라고 말하잖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실패는 또 다른 도전을 위한 자양분이죠. 실패의 경험은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또 다른 선택지를 만들어준 기회라고 생각 합니다”라고 말하였다. 현재 권기한 대표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티 소믈리에’로 칭하고, 다섯가지 테마의 한방 혼합차 <하루에 차>를 출시하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커피대용 음료로서 시장입지를 공고히 해 나가고 있다.

▷과거에 비해 청년들이 지역을 바라보는 인식은 크게 달라졌다.

언제부터인가 명절이 다가오면 오래간만에 만난 가족이나 친척에게 하지 말아야 할 안부인사 목록이 캠페인처럼 공유되곤 한다. ‘대학은 어디? 결혼은 언제? 아이는 언제?’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청년을 이해하다보면, 그동안 기성세대들이 살아온 방식과 대비되는 삶의 가치를 지향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청년들은 본인이 하기 싫은 일들에 대해서는 충분한 자기 설득이 필요하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감내하며 버텨내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원치 않는 것들을 강요받는 것에 대해 정중히 거부한다. 자신만의 색깔로 내가 행복한 나의 삶 100%를 추구하려는 경향성이 매우 크다.

과거 기성세대가 청년이었던 시절과 지금의 청년세대는 분명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을 바라보는 청년의 인식 또한 달라졌다고 본다. 학창시절부터 무한경쟁의 굴레에 포박되어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한계에 다다른 기업의 질서에 편입되지 못한다면, 그것에 대해 스스로를 자책할 것이 아니라 대안적인 일과 삶을 지향하겠다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시 말해, 청년 스스로의 가치를 대도시의 대기업과 같은 독점자본에 맡기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삶을 바꿔가는 청년들이 생겨난 것이다. 필자는 그 꿈의 무대가 지역이며,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로 언텍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상황은 더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고 본다.

대도시의 물가는 날이 갈수록 높아져만 간다. 대기업들은 청년에게 줄 수 있는 일자리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어필한다. 오늘날 청년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위기 상황은 생존이다. 20~30년 후 노동시장조차 예측할 수 없다. 뭐라도 해야 한다. 자격증 취득, 토익점수 획득 등 지금 쌓고 있는 스펙들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모르겠지만 뭐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서도 충분한 자기 설득이 안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구감소로 지방소멸 위기에 봉착해 있는 지자체들은 청년들을 향해 설득력 있는 제안을 해 오고 있다. 청년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맞설 수 있도록 필요한 역량을 쌓고 경험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지자체 입장에서는 ‘인구 유지·관리’라는 필요에 의한 제안이다. 하지만 대도시에서 보다 파격적인 창업지원 혜택과 다양한 프로그램 지원내용은 청년을 설득하는데 적절한 조건이 되고 있다. 그 결과 설득에 응답한 청년들 중 일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역에서 창업 등 경제활동을 통해 새로운 삶의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청년들은 지역현장에서 어떤 경험과 고민을 하고 있을까?

지역의 일자리 인프라는 대도시와 다르다. 삶을 영위하기 위해 경제활동이 필수적이라면 청년 스스로 새로운 일과 삶을 재정의 한다는 의미에서 창업은 중요한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지역에서는 어떠한 형태로든지 창업이 필수인 것이다. 창업 자체가 지역에서 경제활동에 진입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청년의 잠재력을 촉발시키는 수단임은 분명하다. 지역에서의 창업이 청년에게 가져다주는 경험의 의미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고 타인과 소통하는 삶을 영위하는 경험을 가져다준다. 둘째, 본인의 재능을 새로운 트랜드와 기회에 접목시켜 자아를 찾게 해 준다. 셋째,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직무경험을 쌓음으로써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지역의 청년들은 창업이라는 경제활동을 매개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 내고, 그 안에서 동료도 찾아 낸다. 지역의 청년들은 경쟁에서 이겨야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대도시에서 경험한 무언의 압박과는 대비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역의 청년들은 각자도생을 요구하는 사회 시스템을 거부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고민 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탐색하고 터득해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새롭게 마주하게 된 지역공동체라는 새로운 울타리는 공동체와 연대의 가치에 대해 청년을 고민케 하고 있다.

 

이미나-청년활동연구가
 
이미나 <청년활동연구가·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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