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생물이 아니고 요물이다
정치는 생물이 아니고 요물이다
  • 승인 2022.01.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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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이 누구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지 가름이 어렵다. 여론조사기관의 자료를 보고 분위기만 알 정도다. 요즘 선거운동은 TV 등 언론매체가 한다는 착각에 빠질 만큼 그 영향이 크다. 보도 성향에 따라 선거 양태의 기복이 들쑥날쑥이다. 워치독(watch dog)의 역할을 해야 할 언론이 패거리 문화에 발을 담그고 있는 현상도 있어 답답할 때도 있다.

이번 대선은 유권자의 선택을 어렵게 하는 환경 속에서 치러질 것 같다. 여·야 후보자를 판단할 수 있는 많은 자료가 쏟아지고 있지만 선악, 진부를 가리지 못할 만큼 혼란 속에 있다. 심지어 문제가 될 수 있는 과거의 행적들이 묻혀져 가는 기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정치는 생물이다”라고 말하는 정치인이 더러 있다. 정치가 생물처럼 살아서 앞날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자주 변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지금 정치를 보면 ‘정치는 생물’이 아니고 ‘정치는 요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요물은 요망스러운 것, 간사하고 간악한 사람을 의미한다. 정치인들 중에는 요물스런 정치를 하는 인물들이 상당수 있다.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것이 정치다. 정치하는 인물들 가운데는 정치인(stateman)도 있고 정권을 이용하여 사사로운 이익을 꾀하는 정상배(politician)도 있다. 정치가 요물이라고 한다면 이는 정상배에 어울리는 말이다.

크게 봐서 이번 대선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과의 싸움이다. 야당이 내부갈등으로 소용돌이에 빠져 있을 때 여당은 호기를 만났다. 이재명 후보 중심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조직 전체가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대소 공약들을 제시하면서 차근차근 국민들에게 다가갔다. 반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원만하게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었다. 후보 지지도는 곤두박질하여 이재명 후보가 앞서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행히 국민의힘은 조직을 재수습하여 윤석열 후보 중심으로 선거전을 펴고 있지만 지지도 복귀에 애를 태우고 있다.

두 후보 중 누구를 선택하느냐 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요 국민의 권리다. 국민들 다수가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는 가운데서도 여당 후보의 지지도가 야당을 앞서가고 있다. 선거일이 두 달여 남아 있으니 지지도의 변화가 없다고는 볼 수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를 조명해 본다. 이 후보자는 머리가 명석하고 순발력이 있다. 말도 청산유수다. 국민들이 관심을 둘 만한 일에는 크고 작음을 안 가리고 밀어 부친다. 국가의 예산편성권을 청와대로 가져오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인사권, 재정권을 다 가지면 민주성이 크게 훼손된다. 탈모자 건강보험 공약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건강보험은 병자에게 의료혜택을 주기 위한 사회보험제도다. 탈모가 병이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 그렇다면 성형수술도 건강보험으로 해결해 달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여론에 몰리면 후퇴했다가 다시 자기주장을 강조한다. 현란한 소확행 공약을 남발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재정확보책은 전혀 없다. 그에게 과유불급이란 말이 어울린다.

윤 후보자는 정치가 요물이란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우직함이 있다. 정치에 관한 큰 안목이 없으면서 오로지 ‘정의와 공정’만을 강조하다 보니 복잡하고 다양한 정치환경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그는 법적·정치적 억압을 당하면서도 자기주장을 관철하는 뚝심을 보여주었다. 그가 지금 새로운 선거운동을 펴고 있다. 2030을 염두에 두면서 국민들에게 유연하게 접근, 정책과 공약을 내고 있는 것이다. 여당 후보는 너무 많은 말을 해서 다 기억할 수가 없고 야당 후보는 한동안 입을 닫고 있어서 답답했다.

유권자들은 두 후보가 실현 가능한 좋은 정책으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여론조사의 수치는 늘 오르내린다. 선거기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정치가 요물이라고 한 필자의 생각을 받쳐주는 정치인이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이 야당이 반대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일찍 사면하지 못했다는 해괴한 말을 하고 있다. 정상배는 필요하면 언제든 정치적 요물을 만드는 재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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