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 싶다
잘 살고 싶다
  • 승인 2022.01.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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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한 때 Well Being(웰빙)이 유행일 때가 있었다. TV를 틀면 온통 웰빙이란 단어가 가득했었다. 컴퓨터 웹사이트에 들어가도 마찬가지였다. '웰빙'이란 단어를 하루에 몇 번씩, 많게는 몇 십 번을 볼 때도 있었다. 행사를 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곳에도 어김없이 '웰빙'이라는 말이 붙어 있었다. 그야말로 웰빙 바람이 불었던 때가 있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잘살고 싶은 욕구가 컸던 것 같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살고 싶어 한다. 잘 먹고, 잘 입고, 좋은 집에서 잠도 잘 자고 싶어 한다. 그런데 모두가 잘 살고는 싶어 하지만 이것은 놓치는 것 같다. 그것은 잘 산다는 것이 뭔지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잘 산다는 기준 또한 제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각자의 잘(Well)을 알 필요가 있다.
A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삶이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주위 사람들의 SNS를 보면 자기만 빼고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고, 더 이상 삶에서 재미라는 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SNS를 통해 B를 알게 되었다. 그의 삶은 행복 그 자체였다. 한마디로 A가 보기에 B는 잘살고 있었다.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고, 삶에 만족감이 가득해 보였다. 어떻게 해서 B가 삶을 재밌게 잘 사는지 궁금해졌다. 오랜 시간 B의 SNS를 구경하다가 결론을 내린 것은, '그의 삶을 따라 해 보면 나도 행복해지지 않을까'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삶을 흉내 내기 시작했다. 그 사람처럼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처럼 운동을 했다. 그가 다니는 카페와 그가 즐겨 찾는 장소에 가서 행복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A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도리어 B를 따라 하니 피곤하고 힘들 뿐이었다. 이유는 A와 B가 서로 전혀 다른 성격유형이라 B처럼 많은 모임과 많은 활동을 하니 힘들었던 것이다.
누구는 하루 8시간 이상을 자야만 '잘' 잤다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8시간 이상 잠을 자고 일어나면 세상 개운하다. 하지만 몇 시간 못 자고 일어나면 그날의 컨디션이 엉망이 된다. 반면에 누구는 8시간 이상 자면 머리가 더 아프다고 난리다. 그 사람에게 잠은 4시간 이상이면 충분하다. 누군가에게 '잘' 잤다는 수면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전혀 '잘'이 아니다. 누구는 밥을 두 공기 먹어야 잘 먹었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누구는 두 공기를 먹으면 배가 터질 지경이 된다. 그래서 밥의 반을 남기고 반 공기를 정도를 먹어야 잘 먹었다고 한다.
원숭이는 나무에 올라가서 이리저리 활동하며 까불어야 하루를 잘 산 것이다. 그렇게 까불고 놀 때 원숭이는 행복하다. 하지만 나무늘보는 그냥 나무에 가만히 매달려 있어야 하루가 행복하다. 원숭이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다. 원숭이와 나무늘보가 전혀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원숭이의 '잘'과 나무늘보의 '잘'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구는 밖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와 간단한 운동을 하면서 하루를 마감해야 하루가 개운하게 마감이 된다. 운동하지 않고 땀 흘리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다. 몸도 '찌뿌둥'하고 뭔가 개운치 않다. 그래서 늦은 시간에 운동센터를 찾아서 땀 흘리는 사람이 있다. 이와 반대로 이렇게 하면 완전히 녹다운(knockdown)되는 사람이 있다. 주말에 농장을 가꾸고, 등산을 하고, 자전거를 타면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이 있고, 주말에 영화를 보고, 늦잠을 자고, 책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해야 잘 쉬었다고 말한다. 각자의 쉼의 방식이 다른 이유다. 주말에 자전거를 타야 휴식이 되는 사람보고 집에서 늦잠을 자고 가만히 있으라 하면 그건 휴식이 아니고 괴로움이다.
올해는 더 잘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한다. 어떻게 생겨 먹었고, 어떤 것에 기뻐하는지 나를 알아야 한다. 나에게 가장 맞는 옷을 입고, 나에게 가장 편안한 휴식처를 찾아서 쉼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음식이 내게 맞고, 어떤 음악이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지 나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러지 않고 남이 먼저 제시해둔 행복의 기준에 나를 끼워 맞추는 현상이 발생하면 나는 괴롭게 된다. 내 몸이 괴롭고, 나의 마음이 괴롭다. 그 결과 내 삶이 고달프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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