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거세고 비가 잦아도 - ‘풍신연등’과 ‘사청사우’의 교훈
바람이 거세고 비가 잦아도 - ‘풍신연등’과 ‘사청사우’의 교훈
  • 승인 2022.01.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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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대구문인협회장
2022년 새해를 맞이하여 각 기관장 혹은 단체장들의 신년사가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 신년사에 많이 인용된 글귀로 ‘풍신연등(風迅鳶騰)’과 ‘사청사우(乍晴乍雨)’가 보입니다.

‘풍신연등’은 ‘바람이 빠를수록 연은 높이 오른다’는 뜻이고, ‘사청사우(乍晴乍雨)’는 ‘잠시 날이 맑으면 또 금방 비가 온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둘 다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바라보고 앞날을 준비하자는 다짐으로 보입니다.

‘풍신연등’의 ‘연(鳶)’은 ‘창(戈)을 피하는 새(鳥)’라는 의미를 지닌 글자로 ‘솔개’를 뜻하지만, ‘하늘로 날리는 놀잇감 연’으로도 의미 변환된 글자입니다. 솔개는 무엇보다도 바람과 맞서 이겨내어야만 높이 날아오를 수 있습니다. 높이 날아야만 사방 곳곳을 제대로 내려다보고 먹이를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솔개는 높이 날아야하는 의무와 함께 목표를 가져야 합니다. 솔개가 놓이 날기 위해서는 맞바람이 필요합니다. 참새들처럼 폴짝폴짝 뛰어서 옆에 있는 먹이를 찾는 경우에는 거센 바람이 도리어 발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높이 날아올라야만 비로소 먹이를 구할 수 있는 큰 새들은 맞바람이 필수적입니다.

한 번 날아오르면 천 리를 쉬지 않고 갈 수 있다는 알바트로스의 경우, 무거운 몸집을 하늘로 띄우기 위해서는 맞바람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알바트로스는 비상(飛上)을 준비하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힘을 기른 다음, 높은 언덕에 올라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기다리게 됩니다.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마침내 날개를 펴서 기류(氣流)를 타게 됩니다. 즉 때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또한 알바트로스는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온갖 정보를 모두 탐색하게 됩니다. 어디쯤에 봄이 오는지, 어디쯤에 먹이가 있는지, 어디쯤에 또 누가 있는지 등을 분석하고, 마침내 날아올라서는 자신이 세운 가설(假說)을 증명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가설증명의 결과에 따라 또 다른 모험을 시작합니다.

중국에서는 알바트로스를 가리켜 한 번 날아오르면 하늘에 몸을 맡긴 채 쉬지 않고 약 4백 킬로미터를 날아갈 수 있다하여 ‘신천옹(信天翁)’이라고 부릅니다. ‘하늘을 믿고 몸을 맡긴 채 조용히 응시하고 있는 노인’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노인’의 연륜 속에 기다리는 지혜와 나눌 줄 아는 분별력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처럼 ‘풍신연등’에는 ‘비록 지금의 상황이 어렵더라도 이를 기어이 이겨내고 보다 넓은 세상을 영위해야 한다’는 교훈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사청사우(乍晴乍雨)’는 ‘잠시 날이 개면 또한 금방 비가 내릴 수도 있다’는 의미로서 김시습(金時習, 1435~1493)의 시(詩)에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잠시 개었다가 다시 비 내리고, 그러다가 또 다시 개인다

하늘의 도(道)가 이러하거늘, 하물며 세상 인정이랴

나를 칭찬하다가 문득 돌이켜 나를 헐뜯고

공명(功名)을 피하더니 도리어 스스로 공명을 구한다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봄이 어찌 다스릴꼬

구름 가고 구름 오되, 산은 다투지 않음이라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노니, 반드시 기억해야 하리

기쁨을 취하려 한들, 어디에서 평생 즐거움을 얻을 것인가를!



결국 지금 상황이 어떠하더라도 본질은 바뀌지 않음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절절한 구절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주체는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나는 지금의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의 주체로서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까?’

이 물음은 영원한 우리의 숙제입니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선택에는 고통이 따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분명한 가치 기준이 요구됩니다. 분명한 가치 기준의 확립, 이것이 바로 자기 수양(修養)의 요체가 된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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