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디자인 기행] 탄보 아트...예술 입은 논바닥, 농촌마을에 활력 불어넣다
[일상 속 디자인 기행] 탄보 아트...예술 입은 논바닥, 농촌마을에 활력 불어넣다
  • 류지희
  • 승인 2022.01.13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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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도시재생의 한계
개발과정서 지역 고유문화 배제
전국 어디나 비슷한 방식 거듭
관광객 잠시 ‘북적’ 식상함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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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시 세종대왕릉역을 따라 논밭에 펼쳐진 논바닥 아트. 여주를 대표하는 ‘쌀’산업을 자랑하는 문구와 그래픽이 유색벼들로 멋지게 꾸며져 있다.

지구는 지금 거주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해도 전체 인구의 91%가 도시에 살고 있을 만큼, 도시가 현대인의 보편적인 공간이 되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도시도 사람처럼 세월의 흐르면 낡고 쇠퇴하는 노령화를 맞이하게 된다.

이에 도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인 ‘도시재생’ 뉴딜정책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일자리 감소, 건축물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새롭게 리뉴얼하고자 정부에서도 각 지자체에서도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과거의 낙후된 지역을 철거하고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새로운 분위기, 새로운 역할을 하는 ‘재생의 가치’를 지닌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 단,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개발 지향적인 도시정책은 개발과정에서 원주민이 배제되거나 지역 고유의 문화가 사라져 획일화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의 경우, 과거 6·25전쟁으로 인해 생겨났던 피난촌으로 지금은 달동네로 자리하고 있다. 이곳 역시 처음 도시재생공간으로 탄생했을 때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붐비기도 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어딜가나 청년창업이나 예술인거리 등 관광 및 문화 중심의 비슷비슷한 도시재생 공간이 늘어나다 보니 이에 대한 식상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시재생 공간에서 살고있는 주민들의 생각이다. 새롭게 리뉴얼된 공간이 그들의 생활을 더 살기좋은 환경으로 변화시켰는가?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동네를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지역경제의 활성화로도 순환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른 이면이 있는 듯하다. 되려 일각에서는 관광객들이 그만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동네 실거주민들의 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단순히 알록달록한 물감으로 페인트칠을 해서 보기 좋은 곳으로 공간을 탈바꿈하는 것으로는 진정한 도시재생의 의미를 실천하기엔 몇몇 부족함이 보인다.

그래서 최근에는 대규모 신도시 위주의 도시개발에서 벗어나 소규모, 재정비 위주의 도시재생으로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실거주민들에게도 실질적으로 향상된 생활환경을 체감할 수 있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도시환경의 조성이 핵심가치로 시행된다.

도시 뿐만이 아니다. ‘지역 소멸 위험 지표’에 따르면 실주민들과 관광객들 모두 녹록치 않은 현실에 처한 시골의 작은 동네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러한 시골지역을 문화예술을 통해 지역재생사업으로 활성화를 이끈 성공 사례가 있다.

시골마을서 시작
지역 쌀 품종 홍보 이벤트 마련
논 위에 글자·그림 등 표현
주민·방문객 함께 벼 심어 완성

바로 논바닥 아트, 일명 ‘탄보 아트’이다. 탄보 아트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젊은 층의 인구가 부족한 시골 주민들이 특산품인 쌀을 홍보하기 위해 벼농사 체험 이벤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방문객에게 다양한 색상의 벼 품종을 알리기 위해서 논 위에 글자와 그림을 표현하게 된 것이 탄보 아트의 시작이였다.

탄보 아트는 매년 초 투표를 통해 테마를 정하고, 마을의 미술 교사가 만든 디자인을 따라 마을 주민들과 일반 방문객들이 함께 벼를 심어 완성한다. 모내기도 함께 진행하며 지역의 쌀을 이용한 특산품을 증정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3가지 색의 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해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품종이 개량되어 10여 가지 이상의 색을 가진 벼를 사용하고 있다.

경강선 세종대왕릉역을 지나 여주역까지 이어지는 주변에는 유색벼를 활용한 논아트 그림이 조성되어 있다. 드넓은 벌판에서 넓게 형성된 만큼 높은 곳에서 내려다봐야 제대로 형태를 확인할 수가 있는데, ‘전국 유일 쌀 산업특구 여주’ 문구와 함께 낱알 가득한 황금벼가 선명한 모습을 드러낸 탄보아트를 논 바닥에다가 시행하여 새겨놓았다. 드넓은 벌판 끝자락 지평선을 따라 이어지는 마을과 산능선 아래로 하얀색과 검은색, 노란색의 유색벼가 만들어낸 엄지척 그래픽도 한 눈에 들어온다. 낮게 이어지는 마을풍경은 더 없이 평화롭고 바둑판 모양으로 이어지는 여주평야는 한 해의 풍년을 예고하는 마음마저 싱그러워지는 전경이다.

탄보 아트(논바닥 아트)는 아마 고속도로를 달리다 한 번쯤은 보았을 법한 일상 속 문화예술이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완만하게 경사진 산기슭에 초록초록한 풀을 도화지삼아 해당 지역의 슬로건과 로고마크를 유색처리를 하여 그려놓은 것을 본 적 있지 않은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곳곳에도 우리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 가치를 담은 문화 예술들이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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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오모리현에 위치한 작은 마을, 이나카다테(田舍館村). 열도 최북단의 별 볼 일 없는 마을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은 바로 이곳에서 매년 진행되는 거대 논 아트, 즉 탄보 아트를 구경하기 위해서다.

 

공공문화예술로 거듭나다

전국서 관련 행사ㆍ축제 개최

젊은이들 스스로 시골 찾아

지역 주민에도 긍정적 영향


작은 농촌마을에서 시작된 이 논바닥 아트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특히 일본과 중국에서 더 많이 확산이 된 공공문화예술이다. 일본의 각지역의 약 40여 곳으로 확대가 되었고, 탄보아트 주요 행사가 생길 정도로 많은 사랑과 영향력을 인증받고 있다고 한다. 시골 농가의 논과 밭에 젊은 이들의 생기를 불어넣은 각종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방문객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문구 이미지들이 지역민들의 생활터전에도, 이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불어넣고 있다.

도시재생처럼 기존의 시설물을 철거하고 공공시설건축 전문가들의 손길을 빌려 멋진 곳으로 탄생하는 것도 좋지만, 시골과 같이 노동인력이 부족하고 낙후되어가는 지역을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함께 힘을 합하여 조금씩 하나씩 그리고 즐겁게 만들어가는 것도 장기지속적인 시골산업의 비전일 것이다. 논바닥 예술을 통해 시골지역의 각종 행사나 축제와 연결하여 우리가 함께 마음을 열고 더 가치로운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재생아트가 가진 문화파급력이자 앞으로노령화되는 사회 곳곳을 위해서도 계속 나아가야 할 뜻이 아닐까 싶다.
 

 

류지희<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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