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호텔 해운대
[신간]호텔 해운대
  • 석지윤
  • 승인 2022.01.1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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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젊은이들의 삶과 고민
이 시대 청년들 현실적 문제 초점
사투리 녹인 활력 있는 문체 빛나
호텔해운대
오선영 지음/ 창비/ 236쪽

저자는 부산 지역의 숨결을 작품 안에 생생하게 담아냈다.

‘인서울’을 꿈꾸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자신이 뿌리 내리고 있는 부산에 정착하고 싶다며 ‘인부산’을 말하는 고시생, 부산 사람에게 돼지국밥 먹어봤냐고 묻는 것은 실례이자 진부한 표현이라고 말하면서도 비싼 레스토랑의 메뉴판을 접고 “누가 뭐라캐도 부산 사람한텐 국빱이 최고제”를 외치며 돌아서는 사회초년생(‘호텔 해운대’), 사업을 접고 서울의 집값에 밀려 부산으로 거처를 옮겼어도 서울깍쟁이인 척하는 부모와 롯데월드나 63빌딩과 같은 서울의 화려한 단어들로 학교에서 권력을 갖게 되는 딸(‘우리들의 낙원’), 유명작가가 되고 싶으면 부산을 벗어나 서울에서 작가활동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또다시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싣는 소설가(‘바람벽’) 등등. 부산 사투리를 맛깔나게 구사하는 소설 속 인물들이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생활의 중심이 어디든 독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낄 만한 삶의 고민을 실감나게 대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와 직장에서 대중교통으로 한시간이 넘지 않는 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 가끔은 고급호텔로 호캉스를 떠나고 싶다는 푸념, 떨어질 줄 모르는 전셋값 속에서 자꾸만 도심에서 멀어지는 거주지, 화려한 단어들로 채워지는 친구의 인스타그램 속 해시태그를 볼 때면 불쑥 솟아오르는 경멸과 부러움은 대다수의 삶에 익숙함으로 스며 있다.

작품은 부산 특유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그려내면서도 이 시대 청년들이 마주한 사회적 문제들을 하나하나 짚어낸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언니들의 이름을 기록하고, 당연히 지켜져야 할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아 허망하게 잃은 존재들을 호명하며, 쉽게 훼손되고 조롱되는 가치들을 돌려놓으며 그것들의 자리를 지켜낸다. 그 이름과 자리는 멀지 않다.

저자의 작품은 언젠가 잃어버렸던 각자의 이름 혹은 그리운 누군가의 빈자리를 불러내며 뭉근하게 오래도록 힘 있는 여운을 전한다.

부산 앞바다가 물씬 떠오르는 이 소설이 남기는 ‘짠맛’은 언제고 우리의 입안을 맴돌았던 삶의 비린맛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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