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公約)과 공약(空約)
공약(公約)과 공약(空約)
  • 승인 2022.01.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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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일 영남이공대학교 여행·항공마스터과 교수
바야흐로 선거의 해가 도래했다. 2022년 3월 9일 대선에 이어 6월 1일은 제8대 전국지방선거가 실시되는 등 국가 운명을 좌우할 2개의 큰 선거를 치르는 중요한 해이기도 하다. 선거철만 되면 후보와 정당들의 공약(公約)이 난무하는 현상은 일상화되어, 앞서 치러진 대선에서도 후보자들의 공약 중에서 지킬 수 있는 공약(公約)보다는 흔히 포퓰리즘에 기반한 실현 가능성 없는 공약(空約)으로 선거에서 재미를 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유독 그 정도가 도를 넘어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이 연일‘선심성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무분별한 공약 남발 사례는 역대 어느 대선에서도 찾아보기가 쉽지는 않다. 비전과 정책으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야 할 선거가 후보자와 후보자 주변에서 수시로 터져 나오는 각종 의혹과 실언으로 점철되고 있다. 또한,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과 공격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비전과 정책은 사라지고 선심성 공약 경쟁에 의존하여 유권자의 관심을 끌려는 비호감의 대선이 되어버렸다.

지난해 말, 이재명 후보의‘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주장에 맞서 윤석열 후보가‘자영업 손실보상 50조 원 투입’으로 맞불을 놓더니 급기야 이재명 후보는 100조 원 손실보상 지원과 추경 예산 편성으로 대응하고, 민주당은 곧바로 당론으로 결정하는 등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만사 가리지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일 처리 속도가 경이롭기까지 하다. 항간에서는 마치 물품 경매하듯 25조 부르니 50조라고 외치고 다시 더불로 묻고 100조 원까지 나왔다는 비아냥도 들리는 실정이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전국의 900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불만과 표심을 의식하여 재원 마련 대책 및 국가재정의 악화 우려는 안중에도 없다는 비판 여론 역시 커지고 있다. 더구나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대선후보들의 선심성 공약 경쟁은 더욱 본격화되어 이재명 후보는 하루 2개 이상의 공약 물량 공세를 지속하며 지난 1월 20일까지 벌써 50개의 ‘소확행’ 공약을 발표하였다. 같은 날 윤석렬 후보 역시 15번째 ‘심쿵 공약’을 발표하는 등 후보 간‘감성 공약’의 경쟁이 갈수록‘점입가경’이다.

대선 후보들은 국가 경영 비전과 국정철학의 마스터플랜을 통해 시급한 해결이 요구되는 사회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노동·연금 개혁 등의 구체적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애써 외면하며 ‘소확행’이나 ‘심쿵 공약’이라는 유권자의 말초적 감성을 자극하는 소위 ‘생활밀착형’공약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대선후보들이 국가 경쟁력이나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비전과 정책으로 국민과 소통하기보다는 다분히 표를 의식한 ‘감성 이미지 정치’에 매몰되어 있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최근 양 후보의 포플리즘 논란의 대표적 공약을 살펴보면 이재명 후보는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양도세 중과 유예, 1인당 50만 원 재난지원금 지급 재추진 등 사회 각계각층에 걸친 금전 살포 공약 남발로 어지러울 지경이다. 윤석렬 후보의 선심성 공약도 이에 못지않다. 대안 없는 여성가족부 폐지, 사병 월급 200만 원 인상, 반려동물 표준 수가제 도입,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비타당성 조사의 화끈한 면제 등 유권자의 표만 의식하는 화려한 장밋빛 공약으로 도배하고 있다. 지난 1월 12일, 문재인미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발표한 역대 대통령의 집권 4년 차 기준 공약 이행률을 살펴보면,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각각 (41.8%, 39.5%, 41.0%)로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집권 4년 차 기준 17.5%에 그치는 등 공약 이행률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

공약의 사전적 의미는 정당 및 선거에 출마하는 입후보자가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정책과 신념의 실행을 공적으로 약속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특히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공약의 추진 일정과 예산확보의 근거 등 이행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후보자가 당선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매니페스토(Manifesto) 공약이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선거문화는 매니페스토(Manifesto)는 고사하고 시간이 갈수록 퇴행적인 갈라파고스화 현상을 보이는 것은 실로 암담하다. 대선 후보들이 리더로서의 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국가의 미래 어젠다를 놓고 경쟁하여야 함에도, 표만 의식하여 구체적 계획과 예산확보 방안도 없는 공수표를 남발하니, 공약(空約)이라는 조롱을 받는 것이다. 선심성 공약에 현혹되지 않는 현명한 유권자만이 공약(空約)의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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