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진 일상
깨어진 일상
  • 승인 2022.01.23 20: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순란 주부
월요일 아침, 지친 몸으로 출근을 한다. 오는 사람, 오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없이 오전이 가고, 점심 먹으러 식당으로 향하면서 휴대폰을 보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한 번도 온 적이 없는 문자가 와 있었다. 1월 1일 커피를 마시러 간 곳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다녀가서 동시간대 방문한 사람은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보건소에서 보낸 문자였다.

1월 1일이자 토요일, 남편이 바람을 쐬러 어디 갈데 없냐고 계속 물어서 커피 쿠폰을 받은 것도 있어 팔공산 커피점으로 갔다. 새해 첫 날 오후 커피점 주차장에 바로 주차를 할 수 없었고, 커피점 안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으로 북적였다. 남편은 사람이 많은 것도, 기다리는 것도 싫어서 나가자고 했지만, 새해 첫 날 처음으로 함께 커피를 마시며 새해를 맞이하고 싶었다. 계산을 하고 잠시 밖에 나가서 바람을 쐬다가 다시 들어와서 남편은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홍희는 커피를 기다렸다. 그리고 함께 마주앉아 1시간정도 커피를 마시며 아이들 얘기를 하다가 집으로 왔다. 계산서에 찍힌 시간이 확진자가 머문 시간과 일치하여 검사를 받으러 갈 수 밖에 없었다.

팀장님에게 보고를 하고, 2.28 기념공원 선별검사소로 갔다. 코를 쑤셔서 힘들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긴장을 했다. 설문지를 적고 줄을 서서 통을 받고, 완전무장을 한 직원앞으로 가서 바짝 얼어있으니, 마스크를 내리라고 했다. 코를 한 번 훌쩍이고 숨을 고르고 있는데, 갑자기 기다란 촉수같은 것이 코안으로 쑥 들어와 한 바퀴 휘 돌다가 나갔다. 1초 정도 걸리는 시간이었다. 검사결과는 다음날 오전에 나온다고 했다.

1월 1일 이후 만난 사람들을 떠올렸다. 가족, 직장사람, 직장에 방문한 민원인들, 엄마, 엄마가 계시는 요양원 사람들이 홍희가 일차적으로 접촉한 사람들이다. 만약 홍희가 확진자가 된다면 일차적 접촉자가 다시 접촉한 사람들, 그 사람들이 다시 접촉한 사람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었다. 그리고 당장 홍희는 집을 떠나 격리 장소로 가야할 것이었다. 가족을 보지도 못 하고, 직장업무는 다른 사람들이 하느라 힘들 것이다. 99.9% 확진이 아니겠지 하면서도 결과가 나오기 전이므로 0.1% 확진이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이 자꾸 뇌속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한 번만 생각나고나서 떨쳐내었다. 아닐 것이다. 미리 걱정하지 말자.

다음날 화요일 아침 8시 26분 문자가 왔다. 음성이었다. 다행이었다. 출근을 했다. 다시 일상이 시작되었다. 목요일 아침, 9시30분경 첫 민원인이 방문했고, 안내를 시작했다. 5분 정도 말씀을 드리고 있는데 갑자기 팀장님이 민원인들을 돌려보내시라고 했다. 우리 층에 직원 중 한 명이 확진자로 판명이 났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검사를 한 직원은 있어도 확진자는 처음이었다. 긴급 사태였다. 모두 모여 팀장님의 지시를 들었다. 업무정리를 하고 빨리 코로나 검사를 하고 난 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바로 귀가하는 것이다. 양성이 더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똑같은 마음으로 혹시나하는 말은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다들 바삐 움직였다. 검사하러 삼삼오오 짝을 이뤄 검사소로 향했다. 우리층 문 앞에, 엘리베이터에 확진자 발생으로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다음날 모두 음성판정을 받고 출근했다. 다행이었다.

뉴스에서는 확진자 인원이 점점 늘고 있다. 3단계, 4단계를 오르락 내리락해도 홍희의 일상에서 확진자는 없었고, 홍희는 늘 마스크를 충실하게 끼고 있었기에 안심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들이 부주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 주일에 두 번이나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되자, 먼 곳에서 일어나는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커졌다. 확진이 된 동료는 출근을 하지 않았다. 병원이나 어딘가에 격리되어 치료중 일 것이다. 그의 일상은 깨어졌고, 어쩌면 나의 일상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직, 일상은 코로나에 의해 쉽게 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조심 또 조심하자.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