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어쩌잔 말인가
자, 어쩌잔 말인가
  • 승인 2022.01.25 21: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연청 부국장
참 흥미진진한 대선 정국이다. 이만큼 경박하고 상스럽게 진행되는 대선은 보기도 처음이다.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최고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이 모양이다. 상대 진영 물고 뜯기, 선전·선동 같은 수법만 난무한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보다 더 못하다.

국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나라가 태평해지게 할 근사한 공약들은 저만치 물러나 있고, 여 야는 오로지 상대 후보 비방에만 몰두하고 있다. 급기야 여당과 야당의 당대표가 상대 당 후보를 향해 ‘범죄 가족단’, ‘전과 4범’으로 맞받아치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아내 김건희씨와 유튜브 서울의소리 이모씨 간의 7시간 통화 녹음 방송에 이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그의 형, 형수와의 160분 통화 녹취록 공개 난타전은 그야말로 경박한 선거전의 압권이며 몰상식의 극치를 보여준다. 여당은 본방사수를 외치며 후보 부인의 통화 내용을 정치 쟁점화 시키려 했지만 오히려 그동안 제기됐던 후보 부인 김씨와 모 검사와의 동거설이나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쥴리 의혹만 명쾌하게 해소된 꼴이 됐다. 야단법석을 떨며 기대했던 민주당은 통화 내용 방송 후 오히려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지켜보는 시련을 겪고 있다.

야당도 맞불을 놨다. 장영학 변호사가 국회에서 공개한 이재명 후보의 쌍욕 녹취록은 듣기 거북함을 넘어 그의 인성과 정신세계에 대한 의심마저 갖게 한다. 지금도 SNS 상에서 돌아다니는 이 후보의 쌍욕 녹음을 들어보면 차마 듣기 힘들 정도의 패륜적 단어가 난무한다. “한 개인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이 후보는 거듭 사과했지만, 상대방을 도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무자비하고 상스러운 욕을 그토록 차분하게 웃어가며 찰지게 내뱉는 행위는 보통의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가 힘들고 더 나아가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상황 진행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여당은 급기야 ‘김건희 무속논란’이라는 신종 무기를 빼들고 후보 부인의 ‘주술비선 의혹 칠하기’에 전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예의 그 물고 뜯기 전술이다.

하지만 자꾸 헛웃음이 난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이 나라에는 예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무속을 믿고 그 풀이, 해결 방법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조상 묘를 이장하고 혼을 달래는 행사에 많은 돈을 쓰기도 한다. 정치권 역시 자기네들 개인적으로는 국회의원, 대통령에 당선될지 안 될지를 점보기도 하고 이장도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대선 도전을 앞두고 지관에 의지해 부모 묘지를 이장했다. “아무 데나 주사위 던져서 운명을 결정하면 되겠나”라며 무속 프레임을 던진 이재명 후보 역시 모 유튜브 대담 방송에서 어렸을 때 어머니가 본 점괘를 잘 간직하며 꿈을 키워왔고, 자신의 사주가 여러 후보 중 대통령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해온 사람이란 사실이 알려졌다. 이런게 왜 대선에 양념으로 등장하는가.

하지만 이런 게 주요 이슈가 되는 대선이 이번 선거다. 나라 걱정이나 국민의 안위를 보살피는 정책을 캐내기 보다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 상대를 깎아내리기 위해 온갖 비상식적인 방법들을 총동원하는... 이게 선거인가.

그래도 국민들에게선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여론이 앞서고 있다. 왜 여론은 정권교체를 원할까.

한 보름 전 쯤인가, 새로운 물결 김동연 대선후보가 문 정부의 초대 부총리로 일할 당시 부동산 정책을 두고 청와대 정책 라인과 극심한 충돌을 겪은 일을 털어놔 화제가 됐다. 그가 투기 억제 일변도의 정책으론 안되니 공급 확대를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청와대 핵심 인사가 다주택자가 집을 팔아 생긴 이윤 전액을 세금으로 매겨야 한다는 주장을 하더란 것이다.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청와대 인사들의 면면은 별반 다름이 없으니 이 정권의 인식은 여전히 사회주의 경제의 어느 언저리쯤에 있는 것이다. 권력 실세들의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가 아니라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런 걱정 때문에 여론은 정권교체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하지만 야당은 ‘이래서 정권교체가 과연 될까’라는 의구심만 들게 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선에서 서로 힘을 합하자는 취지로 윤석열, 홍준표 두 사람이 만났지만 우선 야당 후보 당선부터 도와야 할 자리에 공천 요구가 슬쩍 끼어드니 ‘염불보다 잿밥’ 아닌가. 정치 뒷거래 주판 튕기기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로의 회귀를 원하는 국민의 열망이나 정권교체 염원보다 앞서니 자, 어쩌잔 말인가.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