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국후사 <先國後私>
선국후사 <先國後私>
  • 승인 2022.01.2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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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정치인들은 선당후사(先黨後私)라는 하는 말을 자주 한다. 먼저 소속된 당을 생각하고 그 다음 자기 일을 도모한다는 의미다. 정당 조직원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인데 왜 이런 말이 나왔는지 궁금하다. 미루어 생각건대 정치인의 개인적·이중성 플레이를 지적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요즘 정치를 보면서 선국후사라는 말을 하고 싶다. 모름지기 공직자라면 나라를 먼저 생각하고 처신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선국후사에는 선당후사의 개념도 포함되어 있다. 대선 날이 가까워 오면서 여·야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선국후사도 선당후사도 완전 뒷전이다.

국민의힘을 보자. 과반이 넘는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바란다는 큰 선물을 안고서도 정당이 하나 되지 못하고 정치인들이 사심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대선 후보 경선자였던 대구 출신 정치인이 대선 후보자를 돕기는커녕 이런저런 흠집을 내고 있는 양태를 보면서 정치인의 의식구조를 의심케 한다. 경선에서 탈락된 후 “깨끗이 승복한다”, “백의종군한다”는 말을 해 온 인물들이다. 황당한 것은 한 정치인이 대선 후보자와 만난 자리에서 조건을 제시하면서 대선을 돕겠다고 한 기사를 보고 선사후당(先私後黨) 인물이란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그는 최근 윤석열 후보로부터 선거대책본부 상임고문 제의를 받았으나 국회의원 보궐선거 전략공천 부탁을 한 일로 당과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여·야 대선 경쟁의 큰 틀 속에서 당을 생각하고 후보자를 돕는 것이 마땅한데도 자기 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여 기분이 언짢았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대구의 유권자들이 그를 어떻게 볼지 불문가지다. 정치인 가운데 비교적 말을 많이 하는 축에 드는 그는 ‘옳은 말을 하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자와 소속 당에 좋은 감정을 갖지 않은 것처럼 보여 답답하기만 하다. 후보자와 당 대표를 두고 “얼굴이 두껍고 마음은 검다” “왔다 갔다 한다”는 듣기에도 거북한 말을 예사로 하면서 각을 세우고 있는 그의 그 속셈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또 다른 경선 후보자였던 한 정치인은 대선 문제에 대해 수수방관, 입을 다물고 있다. 내 주변에 있는 여러 사람들은 이름 있는 대구 출신 정치인들이 의도적으로 자당의 대선 후보자를 돕지 않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거의 평생 정치로 먹고 산 사람들이라 정치적 술수는 따로 있겠지만 그들의 정치적 행태가 자신의 정치역정에 무슨 도움이 될까 궁금증을 더하게 한다.

민주당에서도 입을 잘 못 놀려 정치적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인물이 있다. 선당후사를 망각하고 개인적 정치 플레이를 한 결과다. 그는 평소 비교적 많은 말을 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들의 대표기관이라는 말을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자기 보전을 위한 정치에 이골이 나 있다. 다선의원일수록 더욱 심하다. 이번 대선에서도 당과 후보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각종 정보 수집을 하면서 상대방 후보를 헐뜯기 위한 마타도어를 만들고 네거티브 생산에 여념이 없는 의원들을 많이 본다. 당에 충성하는 것처럼 보이나 그 속에는 무수한 자기 정치의 속셈이 자리하고 있다. 국회의원들 가운데 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인물이 몇이나 될까.

필자는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200명 선으로 줄이고 비례대표제를 없애자는 주장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들은 입만 떼면 나라사랑, 국민을 위한다는 말을 하지만 말과 행동이 다르다. 다수당이 법률제정권의 힘으로 국민이 원치 않는 법률을 만들고 야당은 이에 대한 적극 대처를 하지 못하고 움츠린채 한 통속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면 국회의원 수가 좋은 정치의 바로미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역대 여느 선거에 비해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 코로나 영향도 있지만 소집단 대상 유세, 디지털 선거 양태로 바뀌고 있다. 후보자가 제시하는 공약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자질구레한 공약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공약이 하도 많아 기억에 남는 것이 없을 정도다. 어린이, 2·30대. 4·50대 노인 세대 등 연령 별 포퓰리즘 복지 메뉴가 줄을 잇고 있다. 무슨 요술방망이라도 가졌나. 후보자와 정당은 무조건 당선만 되고 보자는 심산이다. 나라빚을 걱정하는 정치가는 눈을 씻어봐도 없다. 선거 후가 더 걱정이다. 정말 조잡스런 대선이다. 선국후사의 정신을 가진 참 정치가(Statesman)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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