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미래칼럼] 당이 공천하면 유튜버가 대통령을 만든다
[박한우의 미래칼럼] 당이 공천하면 유튜버가 대통령을 만든다
  • 승인 2022.02.0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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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영남대 교수, 빅로컬빅펄스Lab 디렉터
맘 카페에는 “엄마가 아이를 낳으면 유튜브가 키운다”라는 말이 돌고 있다. 서점 아동 코너에 가면 ‘오떡순 유튜버’라는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다. 2020년 출판된 김현태의 단행본이다. 오뎅, 떡볶이, 순대를 엄청 먹는 오덕수이라는 아이가 등장한다. 친구들이 이런 덕수에게 먹방 유튜버가 되면 좋아하는 오떡순을 실컷 먹고 유명해질 수 있다고 말하자, 유튜버로 겪는 덕수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유튜브는 영어로 당신의 뜻하는 ‘You’와 텔레비전을 뜻하는 ‘Tube’의 합성어이다. 유튜버(YouTuber)는 유튜브를 통해서 개인 방송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유튜브가 처음 시작된 2005년에는 사람들이 놓친 재미나거나 이슈가 된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유통하는 공짜 재방송 채널 같은 것이었다. 구글이 인수한 이후에도 한동안 기존의 운영 모델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관련 비즈니스도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구글이 2012년 무렵부터 유튜브에 사회적 관계망에 기초한 알고리즘을 도입하면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유튜브는 신기한 동영상을 단순히 올리고 내려받고, 지상파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인터넷 VCR을 벗어났다. 창작자와 팬을 이어주는 소셜 미디어, 유사한 관심을 지닌 사람들의 커뮤니티, 관련 정보를 쉽게 찾는 포털과 검색엔진으로서 기능하게 되었다. 온라인에서 메타 비즈니스가 가능한 플랫폼으로 재탄생하였다.

기성 언론에 비견할만한 영향력 커진 유튜버가 다수 등장하면서 언론으로서의 유튜버 현상과 문제점도 등장하고 있다. 선거 기간에는 정치 유튜버들의 활동으로 유튜버들 상호간에서 뿐만 아니라 기성 언론과의 과열된 취재 경쟁으로 팩트 체킹을 거치지 않은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정보홍수와 가짜뉴스 그 자체보다 더 커진 역기능이 있다. 유튜버가 대중의 주목과 관심을 최대화하기 위해 공정하고 중립적 태도보다 특정 정파에 편향적 태도로 동영상을 편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 진영에 대해서 비판과 풍자가 아닌 인신공격성 비난과 비인간적 조롱 등 적대적 감정을 가득 담은 내러티브 전략을 자주 사용한다.

해외 논문인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소셜 미디어 공간에서 정치적 콘텐츠를 공유하도록 만드는가?’(What makes people share political content on social media?)를 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있다. 527명의 글로벌 인플루언서가 보낸 10,141개 트윗을 분석하니 인기 있는 정치 콘텐츠는 정서, 권위, 이데올로기적 요소가 지배적이었다. 논증적으로 소구하는 콘텐츠보다 정서적 요소로 가득 찬 트윗이 공유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이 경우에도 부정보다 긍정 감정이 팽배할 경우에 더 널리 퍼질 가능성이 높았다. 추종자가 많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는 콘텐츠가 더 많이 공유됐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이념적 극단에 위치했을 때, 부정보다 긍정이 더 높은 콘텐츠는 점유율을 높이는데 오히려 덜 효과적이었다.

박세정 부경대 교수 등이 해외 학술지에 발표한 유튜브 이용에 대한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SBS 유튜브 채널인 비디오머그에 올라온 북한 관련 동영상들과 2만 개가 넘는 댓글을 조사했다. 비디오머그가 뉴스의 오락화 즉 인포테인먼트와 인간적 관심 프레임을 가장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뉴스에 대중의 참여와 관심을 이끌기 위해 유머와 구어체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댓글 의견의 절반 이상(59.55%)은 긍정을 약 1/3은 부정적이었으며(31.41%) 중립적 태도는 일부에 불과했다. 댓글 연결망의 중심에 위치하며 권위자로 활동한 소수 집단은 극도로 당파적이었고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들과 수시로 논쟁을 벌였다.

KBS 질문하는 기자들 Q에서 가세연 유튜브 운영자가 “시청자들한테 편하게 다가가는 일종의 예능이라고 저희는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유튜브의 궁극적 목적과 보도 방식을 대변해 준다. 기성 언론이 중립성 때문에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내용을 특정 진영의 입장 만에서 재미삼아 편파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선 후보의 경제 정책을 검증하겠다고 했던 삼프로TV는 ‘경제의 신과 함께’라는 부제가 무색하게도, 속 빈 공약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조선일보가 논평했듯이 “현란하고 황당한” 이 방송이 나라를 구한 채널로 칭찬받지 않는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유튜브로 성장한 아이는 오락이 최고인 편파적 심판이 된다는 말을 한마디 덧붙이는 게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천권은 정당이 쥐고 있지만 당선 여부는 유튜버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류 언론도 유튜버의 이야기를 의제로 선택해 재생산하고 나아가, 스스로 유튜버와 유사한 인포테인먼트 접근 방식을 도입하고 있지 않은가.

정치취재와 선거 보도에 있어 실질적 중립성보다 기계적 형평성을 맹신하는 기성 언론에게도 문제는 있다. 그렇다고 해도 열린 시각에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이슈마저도 유튜버가 특정 진영의 입장에서 감정이 팽배해서 전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편파성을 오락으로 분장한 유튜버가 많아질수록 사회는 분열되고 시청자들은 ‘유유상종’의 확증편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기성 언론이나 유튜브 등 전체 미디어 생태계 측면에서 볼 때도 이런 경향은 저널리즘 신뢰와 비즈니스 수익 등 어느 것에도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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