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운전 한정 특약
1인 운전 한정 특약
  • 승인 2022.02.0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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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 소장


우리는 모두가 태어나면서 ‘인생’이라는 멋진 자동차를 선물로 받는다. 이 자동차의 번호판에는 자신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어서 누가 봐도 그 사람의 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차를 다른 차로 바꿀 수도 없고, 다른 사람에게 팔 수도 없다. 차주가 된 이상 이제는 자신의 차를 잘 몰아서 멋지게 삶의 여행을 떠나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출발 신호는 울렸고, 차는 출발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운전해야 할지는 모두 각자의 몫이 된다. 그런데 이 멋진 인생의 자동차를 받았는데 고민이 하나 있다. ‘누구에게 운전대를 맡겨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이제부터 함께 고민해보자.

운전을 많이 하는 난, 운전석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그런데 간혹 한 번씩 남의 차를 얻어 탈 때가 있다. 그때 운전석 옆에 앉아 있으면 영 불편하다. 운전하는 사람이 ‘운전을 못 해서’라기보다는 대부분은 내가 생각하는 바와 같이 운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 같으면 지금 도로 사정을 봐서 좀 더 빨리 달릴 것 같은데’ ‘저기서 우회전해야 빠른데’ ‘아...이 타이밍에서 끼어들어야 하는데’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운전석 옆에 앉아 있으니 답답한 마음도 생기고, 불편함도 생긴다.

운전하는 사람이 내 맘과 똑같이 운전해주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생각을 운전대를 잡은 사람에게 말로 전해야 한다. 말하기 귀찮은 날도 있을 텐데 말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다. 그리고 말을 한다고 해도 전달 과정상에서 방해물이 있어서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가 있다. 차 안에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 주위 환경 등이 소음이 될 수 있다. 좋다 여기까지 잘 왔다고 치자. 그다음엔 전달된 말을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잘 해석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은 각자 자기식대로 해석을 한다. 듣고 싶은 말만 듣거나 혹은 자신의 방식으로 말의 의도를 해석해 버린다. 내가 말한 것이 상대방에게 전달되고,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말대로 행동해준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는 사람은 안다. 남과 나는 몸과 마음, 생각이 분리된 독립체이기 때문에 생각도 다르고, 판단의 방식 등 모든 것이 다르다. 그래서 운전대를 남에게 맡기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란 사실 불가능하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운전을 안 해준다고 섭섭하고 화만 날 뿐이다. 결국은 운전대를 맡긴 사람에게 원망과 미움만 쌓여갈 뿐이다.

인생이란 자동차의 운전도 마찬가지다. 남에게 운전대를 맡기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빨리 가고 싶을 때는 좀 빨리 갔으면 좋겠는데 생각만큼 빨리 가지도 않은 경우도 많아질 것이고, 바깥 풍경을 감상하며 느리게 가고 싶을 때는 좀 천천히 느리게 가줬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을 것이다. 잠시 멈춰서 들판의 꽃과, 하늘의 구름을 보고 싶은데 그냥 지나쳐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좌회전, 우회전이 내 맘같이 진행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운전대를 남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사람은 모두 달라서 자기식대로 세상을 인식하고, 자기식 대로의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운전하면 가고 싶을 때 갈 수 없는 상황도 생길 수 있고, 서고 싶을 때 설 수 없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한 번쯤은 상상해 본 적 있을 것이다. 돈 많이 벌어서 운전하는 기사 두고 자신은 운전석 뒤에 앉아서 편안하게 다니는 모습. 영화나 드라마에도 많이 나오는 장면이라 누구나 그런 삶을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란 자동차는 누군가에게 맡길 수 없다. 즉, 기사를 둘 수 없다는 말이다. 남에게 운전을 맡기고 그냥 따라가면 편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자신이 직접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생의 운전은 자기 혼자만 할 수 있다. 자동차 보험에 있는 ‘1인 한정 운전 특약’과 같다. 이 특약 조건은 운전은 보험에 들어 놓은 1인에 한해서 해야 하고, 자신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면 보상을 받을 수 없는 보험이다.

인생이란 자동차의 운전석에는 언제나 자신이 앉아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운전해 갈 수 있다. 피한다고 피해지지도 않는 운명이다. 그러니 기분 좋게 음악 들어가며 멋진 여행길에 올라보자. 그리고 마지막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때는 운전대에서 내려와 향 깊은 커피 한잔하며 편안한 쉼을 가져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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