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준의 세상이야기] 세상의 변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김호준의 세상이야기] 세상의 변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 승인 2022.02.0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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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조지워싱턴대 국제정치학 박사
세상은 양이 음이 되고 음이 양으로 바뀌어 변화하지 않는 것이 없고, 세상을 떠받치고 있던 규칙과 상식이 무너지고 불규칙과 비정상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해가 나왔다가 구름이 끼고 어두워지면서 비가 오는 것이 정상적인 기후 패턴인데 요즘은 갑자기 천둥과 벼락이 치고 감내할 수 없을 만큼의 비가 갑자기 쏟아져 내린다.

불규칙과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지난 수백 년 간의 역사적 교훈이나 지식은 더 이상 절대적 도움이 되지 않으며, 우리는 무엇을 쳐다봐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잃고 있다. 에덴동산을 떠나면서 아담은 이브에게 “우리는 전환기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비행기가 난류를 만나면 요동치는 터뷸런스(turbulence)의 시대, 격변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를 변화의 역동성의 시대라 부른다.

탈레브(Taleb) 교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블랙 스완(Black Swan)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검은 백조 사건이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거의 불가능한 놀라운 사건이 실제로 나타나는 경우를 의미하며, 세계정치에 대단한 충격을 주고 인간의 정상적 예측범위를 벗어난 사건을 의미한다. 9.11 테러, 1·2차 세계대전, 대공황, 인터넷의 부상, 소련의 붕괴, 2007∼08년 금융위기 등이 블랙 스완의 대표적 사례이다.

필자가 1989년 가을 박사 논문심사가 통과되어 귀국하면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워싱턴 시내 서점에서 마르크스, 레닌 전집과 사진을 구매했다. 당시 워싱턴에서 그 어떤 소련 전문가도 1991년 소련 붕괴를 예측하지 못했다. 1929년 어느 날 구두닦이가 은행 담당 직원의 투자 상품 교체 권유를 잘못 알아듣고 은행이 내 줄 돈이 없다고 이야기를 퍼뜨리게 되었다. 그 후 며칠 만에 대규모 인출사태가 벌어졌고 이는 수많은 은행, 기업, 개인이 파산에 이르게 된 미국 대공황의 원인이 되었다. 미국 경제가 초호황을 구가했던 당시 어느 누가 대규모 인출사태 및 대공황을 예측할 수 있었겠는가.

빈 라덴에 의한 9.11 테러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금기(Taboo)가 깨졌다. 미국 본토가 적에 의해 공격당한 것이다. 세계금융위기의 먹구름이 몰려온 날 밤 시티뱅크의 한 임원은 와이프에게 다급히 전화를 걸어 월가와 미국경제는 끝났다. 모든 자산을 지금 당장 현금화하라고 말했다.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했고 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AIG는 미국정부의 도움이 없었다면 부도가 났을 것이다.

세상은 바뀌었는가? 바뀌고 있다면 세상을 휩쓸고 있는 변화의 근원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변화의 근본 원인은 기술의 역동성에 있다.

1750년 영국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인류에게 경제성장은 거의 없었다. 20세기에 들어와서 인류의 삶을 바꾼 신기술은 모두 미국에 의해 만들어졌다. 어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밤 생활을 돌려준 것이 전기와 전구이다.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있게 했고 시속 800km 스피드 시대를 열었다. 과거에는 사람이 물건을 만들려면 사람이 물건으로 다가가야 했는데 제품의 규격화, 표준화를 통해 물건을 사람 앞에 당겨놓은 것이 포드 자동차의 컨베이어 시스템이다. 이것은 인류가 수천 년 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미국이 바로 대량생산의 길을 열었으며, 귀족들만 탈 수 있었던 자동차를 일반 서민도 탈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이 7세기에 정교한 시계를 만들어냈지만 황제에게 바치는 것으로 끝이었고, 대량생산을 하지 못함으로써 세계지배에 실패했다. 미국이 발명한 에어컨이 없었다면 오늘의 텍사스, 싱가포르, 두바이도 없었을 것이다.

현재 우리는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유튜브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으며, 이것으로 인하여 모든 것이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지금처럼 지식이 폭발적으로 팽창했던 시기는 없었다. 중국의 인쇄술이 베네치아로 넘어가기 전 사람이 성경을 필사하려면 3년이 걸렸고 성경 한 권의 값이 집 한 채의 값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인류는 역사상 가장 많은 정보를 가장 빠르게 교환하고 있다. 아무런 제한 없이 과거에 가질 수 없었던 전문적 지식과 정보를 마음껏 가질 수 있는 세상이다. 드론, 가상현실, AI가 가져다줄 앞으로의 시대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일 수 있다.

또한 세상 변화의 원인에 사람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세계 현상은 인간의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다. 칼 마르크스는 인간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역사를 만들지는 못하나 역사를 만드는 것은 인간이라고 했다. 지금 세계 인구는 79억여 명이고 매년 8,000만 명이 증가하면 2050년에는 100억이 된다. 지구는 붐비고 있다. 인구 과잉이 세계의 허파인 아마존을 파괴하고 많은 동·식물을 멸종에 이르게 하고 사막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더 큰 자동차, 더 큰 집에 대한 탐욕으로 지구를 뜨겁게 하고 있다. 자원을 고갈시키고, 대기를 오염시키고, 식량 부족의 원인을 제공하고 마실 물을 오염시키는 것은 인간이다. 세상 변화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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